기어코 법인세를 다시 올린다니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7.27 07:30  수정 2025.07.31 11:08

법인세 인상은 세수 증대 효과 적고 경제 기조에 대한 의구심만 키워

최근 세수 감소는 법인세 인하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 경기 부진 때문

향후 법인세 인하에 대한 대통령의 전향적인 결정을 기대

각국 정부들은 규제 완화나 세금 감면 등으로 자기 나라 기업들을 응원하거나 격려에 분주한 시기에 이재명 정부는 법인세부터 올리겠다고 밝혀 재계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트럼프의 관세 협상 시한인 8월 1일을 앞두고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다. 관세 협상의 내용은 대부분 기업 활동과 관계있다. 따라서 관세 협상 시기에 각국 정부들은 규제 완화나 세금 감면 등으로 자기 나라 기업들을 응원하거나 격려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법인세부터 올리겠다고 밝혀 재계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조만간 발표되는 2026년도 세법 개정안에 법인세 인상이 확정적이다. 그동안 재계는 줄기차게 법인세 인상을 반대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 세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난 2009년부터 22%였으나 문재인 정부 때 25%로 올랐다가 윤석열 정부 때 24%로 내렸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달라졌다. 여당은 법인세 세수(稅收)가 2022년 103조 6000억원에서 지난해 62조 5000억원으로 급감한 탓을 너무도 단순하게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재계는 세수 감소에 대한 진단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세수가 40조원이나 줄어든 것은 불과 세율 1%포인트 차이 때문이 아니라 기업 실적 악화가 진짜 이유라고 설명한다. 실제 2023년 반도체 불황이 닥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고 결국 2024년 3월 법인세를 ‘0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면서 2024년 법인세 수입은 정부의 당초 추계(77조 6649억원)보다 15조원이 덜 걷혔다. 세수 부족은 세율과 무관한 셈이다.


글로벌하게 보면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낮은 수준이 아니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해 2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9%보다 2.5%포인트가 높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의 법인세율 순위는 10번째 수준으로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기업경쟁력을 높이려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에 한국은 거꾸로 간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영국 등 일부 국가가 법인세율을 올린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서 인상한 것으로 우리나라와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재계는 주장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법인세 세수가 차지하는 ‘법인세 부담률’도 한국은 5.4%로, 노르웨이·호주·칠레에 이어 4위를 기록하며 OECD 평균(3.9%)을 웃돌았다.


ⓒ박진희 그래픽 디자이너.

우리나라 법인세의 경우 사실상 단일 과표(課標) 체계인 외국과 달리 4단계로 나누어져 복잡하고, 수익 상위 기업의 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지적도 있다. OECD는 2010년 보고서에서 “법인세는 성장에 중요한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가장 해로운 세금”이라고 지적하면서, 세율 인하나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으로 기업 투자 유인을 제고하라고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의 계산을 보면, 법인세 1%포인트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 규모는 2조 5000억~4조원 수준으로 이번에 국민에게 지급되는 소비쿠폰 예산(12조 8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법인세가 오르면 실적이 좋은 기업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지만 안 좋은 기업들은 타격이 훨씬 크다.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연쇄 효과가 심각해진다. 독일 IFO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가 1%포인트 오르면 기업투자는 2.3~3.8% 줄어들며 경기침체기에는 두 배로 커진다고 한다.


사실 법인세를 둘러싸고, 우파냐 좌파냐, 친기업이냐 반기업이냐에 따라 치열한 논쟁을 벌여 왔다. 법인세를 올리면 오히려 투자와 고용이 늘어난다고 강변하면서 온갖 지엽적이고 그럴듯한 수치 분석을 들이대는 인사도 있다.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기업으로서는 법인세를 조금이라도 덜 내면 그만큼 여유가 생기지 않겠는가. 반대로 세금이 늘면 그만큼 임금이나 배당, 투자 여력 감소가 불가피하다. 물론 일부의 예외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업들에게 세금을 적게 물리는 것이 기업들의 ‘기업을 경영하려는 의욕’을 높여 줄 것은 자명하다.


현재 이재명 정부가 세수 부족에 따라 증세(增稅)를 강조하는 배경은 부분적으로 이해가 된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 메시지가 주는 걱정스러운 시그널은 실용적 시장주의를 지향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의구심이 국내외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는 심리이고, 법인세는 조세정책의 색채가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세목이다. 법인세를 올리겠다는 정책은 한국의 기업경영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진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보내는 셈이다. 실제 세수 증대 효과가 크지 않은데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높은 세율을 더 올리는 것이 과연 친기업 실용정부의 경제 기조에 맞는지 의문이 든다.


혹시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이 미워서 무조건 반대로 가겠다거나 ‘진보 정권=법인세율 인상’이라는 도식에 고착화되면 안 된다. 정말로 조심할 것은 부족한 세수가 아니라 방만한 세출인 경우가 많다.


이재명 정부 시절에 기업들이 죽을 쑨다면 정부에게도 부담이 된다. 그래서 여당 의원인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조차 법인세 인상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재계는 집중투표제 등을 담은 상법 추가 개정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률이나 제도가 물밀듯 기다리고 있어 초긴장하고 있다. 그래서 혹시 이번에 법인세가 올라간다 해도, “기업과 원팀”을 외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정권 중반기에 다시 상황을 보아 법인세를 과감하게 내려 주기를 기업들은 강하게 기대하고 있다.


글/ 최홍섭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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