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대선 후보' 확정에 '통합·화합' 광폭행보
책임 묻지 않겠단 선언, 의원들에 큰절까지
'대립각' 권성동엔 "원내대표 계속" 요청
'反이재명 빅텐트'의 큰그림…"다 품어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갈등을 겪으며 한때 후보 선출 취소까지 당했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앙금을 털고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당과 보수권, 넓게는 범야권까지 하나가 되는 전열을 재정비 해야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고립시킬 '반명 빅텐트'를 만들 수 있단 전략이다.
김문수 후보는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21대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치면서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번 대선은 특별히 우리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중요한 대통령을 뽑는 선거로, 후보로 등록하게 돼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놀랄 만한 김 후보의 발언은 그 직후에 나왔다. 김 후보는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선거가 며칠 안 남았기 때문에 그동안 더 화합하고 우리 당뿐만 아니라 폭을 더 넓게 해서 광폭의 빅텐트를 통해 국민을 통합하고 국민 의사를 수렴하는 것이 중요한 때"라며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 당원 ARS 투표 결과로 당 지도부의 후보 교체 시도가 무산된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통큰 행보'를 보인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이 같은 김 후보의 '화합 결심'은 말에 그치지 않았다. 후보 등록을 마친 후 한 시간 만에 단일화로 갈등을 겪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끌어안는 행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에서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 후보를 접견했다. 지난 8일 결렬된 단일화 2차 담판 이후 사흘 만에 대면한 두 사람은 언제 대립각을 세웠냐는 듯 회동 시작과 함께 포옹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한 전 총리에게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한덕수 선배에 비하면 모든 부분이 부족하다"며 "오랜 세월 국정 전체를 총리로 이끌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가 위기를 잘 헤쳐나오셨다. 사부님으로 모시고 잘 배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한 후보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김 후보는 자신에게서 후보 자격을 박탈하려 했던 의원들을 만나는 행보를 통해 통합과 화합에 무게를 더 실었다. 김 후보는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직접 연락해 오후에 의원총회를 소집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70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국회로 모였다. 웃는 모습으로 의원들 앞에 선 김 후보는 우선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와 갈등을 벌인 데 대해 "대통령 후보로 더 넓게 품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 이후 행동은 더 극적이었다. 김 후보는 "특히 국민 여러분, 얼마나 애를 태웠느냐. 진심으로 사과하고 더 잘하겠다는 다짐의 큰 절을 국민께 올린다"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의힘의 행복을 위해 큰 절을 받아달라"고 했다.
김 후보는 연단 옆으로 자리를 옮겨 큰절을 했고,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앞서 지난 9일 김 후보가 의총에 참석해 지도부를 향한 성토를 쏟아내고 퇴장하고,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던 것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장면이다.
의총 직후 김 후보는 가장 크게 대립각을 세웠던 권 원내대표와 독대를 하면서 묵은 감정까지 풀어내는데 성공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도부의 단일화 압박을 비판하는 회견을 연 김 후보를 향해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회견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하면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후 권 원내대표는 단식까지 불사하며 김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그런 권 원내대표까지 품었다. 김 후보는 이날 권 원내대표와 단 둘이 차담을 갖고서 "대선 국면에서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건 부적절하다. 선거기간 동안 전 의원들이 선거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 이후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내홍을 겪은 뒤 개최된 첫 중앙선대위 회의에서도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의 두 손을 맞잡고 환한 미소를 띄고 단합과 통합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우리 국민의힘은 말로 하는 정당이 아닌 실적·비전·정책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정당"이라며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얼마나 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죽기 살기로 하겠다. 어려움이 많지만, 항상 화합하고 국민을 섬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 원내대표도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문을 열며 "우리 당의 자랑스러운 김문수를 중심으로 위대한 승리의 여정을 시작하자"고 화답했다.
김 후보가 뒤끝 없는 광폭 통합 행보를 보인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따돌릴 '빅텐트' 구성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12일부터 공식 선거 운동에 돌입해야 하는 김 후보 입장에선 이 후보를 고립시키기 위한 빅텐트 구축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제한된 상황이다.
반(反)이재명 빅텐트는 이번 선거 경쟁력과도 직결된 선거 전략인 만큼 김 후보의 추후 '통합 행보'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후보는 이날 "이재명은 나라가 빚더미에 오르는 것을 알면서도 달콤한 거짓말로 국민을 현혹하고 의회 독재를 하고 있다"며 "이재명 왕국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 이게 나라냐.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이재명과 그 세력을 반드시 심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 후보를 향한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감정이 상했을텐데 이재명 고립이란 목적을 위해 통근 통합을 한 건 김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내 통합을 확실히 한 후 이준석 후보는 물론이고 범야권까지 다 같이 품고 같이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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