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르는 듯한 고통 '대상포진'…왜 겨울에 빈번할까 [엑스레이]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5.12.19 06:00  수정 2025.12.19 07:42

몸 한쪽 찌르는 통증…대상포진 신호일 수도

활동량·일조량 감소…고령·만성질환자 주의

50세 이상 예방접종 권고…겨울철 면역관리 중요




눈에 보이지 않던 질병의 징후, 생활 속 위험 신호를 X선처럼 투명하게 비춥니다. '엑스레이'는 단순한 건강 정보가 아닌, 예방과 조기 대응을 위한 '생활 속 건강 진단서'입니다.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시그널을 포착해, 오늘의 건강을 과학적으로 읽어드립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겨울로 접어들며 날씨가 추워지면 극심한 고통으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병이 유행한다. 바로 면역력 저하를 틈타 피부와 신경을 공격하는 대상포진이다.


기온이 낮아지면 신체 활동이 줄고 일조량이 감소해 면역 기능이 약화되기 쉬운데, 이 틈을 타 몸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된다. 전문가들은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는 겨울철 대상포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붉은 반점과 작은 물집…대상포진 의심해야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척추 신경절 등에 잠복해 있다가 암·당뇨·류마티스질환, 면역억제제나 항암제 사용,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세포면역이 저하될 때 재활성화되며 발생한다. 바이러스는 특정 감각신경을 따라 이동하면서 피부에 띠 모양의 발진과 물집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신경염이나 신경괴사를 일으켜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형적인 증상은 몸 한쪽에 국한된 통증이다. 화끈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 감각 이상이 먼저 나타난 뒤 수일 후 같은 부위에 붉은 반점과 작은 물집이 무리를 지어 띠 모양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 주로 옆구리와 얼굴, 눈 주변에 많이 생기지만 몸통이나 다리 등 전신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으며, 드물게는 내장 기관을 침범하기도 한다.


초기에는 발열이나 몸살, 두통 등이 동반돼 감기나 심장·소화기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발진이나 수포 없이 통증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초기 진단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구상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은 환자 몸속에서 재활성화된 바이러스이지만, 수포가 터진 부위와 직접 접촉하면 수두에 걸린 적 없는 아이·임신부·면역저하자에게 수두를 옮길 수 있다”며 “수포가 완전히 마르고 딱지가 떨어질 때까지는 발진 부위를 깨끗하게 가리고, 어린이·임신부·중증 만성질환자와의 밀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72시간이 골든타임…예방접종으로 발생률↓
대상포진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AI 제작

치료의 핵심은 가능한 한 빠르게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발진이나 수포가 나타난 뒤 72시간 이내에 아시클로비르, 발라시클로비르 등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피부 병변 회복이 빨라지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진통제와 신경통 치료제, 국소 마취 패치, 신경차단술 등을 병행해 적극적인 통증 조절이 필요하다. 특히 눈·안면·귀·생식기 등 주요 부위에 발생했거나, 고령자·면역저하자·임신부의 경우 합병증 위험이 높아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예방접종을 통해 발생 위험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만 50세 이상 성인, 또는 만 18세 이상이면서 암 치료나 장기이식, 면역억제제 투여 등으로 면역저하가 있는 성인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최근 사용되는 재조합 대상포진 사백신은 2회 접종으로 10년 이상 90% 이상의 예방 효과와 대상포진 후 신경통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대상포진 생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예방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재조합 사백신으로 추가 접종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사백신은 기존 생백신과 달리 암 치료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환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다.


다만 백신이 대상포진을 100% 예방하는 것은 아닌 만큼,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등 기본적인 면역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과로와 과음, 흡연을 줄이는 생활습관 개선 역시 중요하다.


이구상 교수는 “증상이 경미한 경우 약물 치료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지만, 고령이거나 통증과 피부 병변이 심한 경우, 안면 등 위험 부위에 발생했을 때는 약물 용량 조절과 신경차단술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상포진과 대상포진에 의한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심각한 통증과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의 삶의 질의 저하를 동반할 수 있다”며 “50세 전후에 대상포진 백신 투여를 적극 고려하고, 대상포진이 의심되는 수포, 발진, 통증이 있는 경우 즉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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