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값 200원’ 저가 커피 13%↑…외식 물가 새 변수로 부상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12.22 07:00  수정 2025.12.22 07:00

보증금 아닌 ‘컵값’…유상화로 정책 방향 전환

점주 자율의 함정…현장 혼선·우회 인상 우려

환경 효과 vs 물가 부담…“보완책 요구 목소리도”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고객이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있다.ⓒ뉴시스

플라스틱 일회용컵 무상 제공이 금지되면서 테이크아웃 음료 가격과 별도로 ‘컵값’을 받는 구조가 현실화 될 전망이다. 저가 커피 기준으로는 사실상 두 자릿수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해 물가 안정 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유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탈(脫)플라스틱 종합대책’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컵값은 점주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할 계획이고, 100~200원 수준이 거론된다.


정부는 일회용컵을 무료로 제공할 경우 사용 억제가 어렵다고 보고, 비용 부과를 통해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번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회용컵 사용에 따른 환경 비용을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도록 해 생활 속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과거 정책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회수’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보증금제와 달리, ‘컵 따로 계산제’는 일회용 컵을 매장에 반납해도 돈으로 돌려주지 않는다. 과거 편의점에서 무상 제공하던 비닐봉지를 유상으로 바꾼 것처럼 일회용 컵을 판매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체감 인상률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1500원인 저가 커피 매장에서 컵값으로 최대 200원이 붙을 경우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상승폭은 약 13%에 달한다. 2000원대 커피에서도 8~10% 수준의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소비자가 가격 인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일회용컵 비용은 그동안 원가 구조에 포함돼 가격이 책정돼 왔는데, 이를 별도로 받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추가 인상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본사와 가맹점 모두 가격 체계와 현장 운영 방식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님을 상대하는 일선 현장에서도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컵값을 점주 자율에 맡길 경우 매장별로 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 소비자 불만과 이에 따른 응대 부담이 매장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컵값을 점주 자율에 맡긴 만큼, 실제 현장에서는 컵값을 별도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컵값을 명시적으로 받는 대신 메뉴 가격을 소폭 조정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A씨(40대)는 “컵값을 따로 받는 순간 왜 받느냐는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며 “본사 차원의 가이드가 없는 상황에서는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 컵이 놓여 있다.ⓒ뉴시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미 가격에 포함돼 온 비용을 다시 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논란이다. 커피업계는 최근까지 수년간 원두 가격 상승과 환율 부담, 인건비와 물류비 증가 등을 이유로 가격을 잇따라 올려왔다.


동시에 일회용컵과 뚜껑, 홀더 등 부자재 비용은 그동안 음료 가격 산정 과정에 반영돼 왔다. 원두와 우유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마다 커피 가격이 인상돼 온 상황에서, 컵값을 별도로 받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여의도 소재 직장인 B씨(30대)는 “출근길이나 점심시간에 사람이 몰려 주로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사 마시는데, 컵값까지 따로 내게 되면 커피 비용이 늘어날 것 같다”며 “매일 반복되는 지출이라는 점에서 체감 부담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C씨(30대)도 “출근길이나 점심시간에는 매장에 앉아 마실 여유가 없어 테이크아웃을 주로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받는 건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환경 보호가 목적이라면 캠페인이나 인센티브 방식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가 식품·외식 물가 안정을 강조하며 가격 인상 자제를 주문해 온 상황에서, 컵값 유상화가 또 다른 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친환경 정책의 취지와 달리 소비자 반발과 체감 부담이 커질 경우 정책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환경 효과와 물가 영향을 동시에 고려한 보다 정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컵값 부과 방식과 적용 시기, 소비자 안내 기준 등을 보다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정책 취지와 달리 현장 혼선과 체감 물가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환경 정책의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에 적용될 구체적인 기준과 가이드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며 “컵값 부과 여부와 방식이 모호할 경우 매장별 혼선과 소비자 반발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업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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