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무산 속 정국 불안 장기화 우려...앞선 사례 시장 영향 주목
노무현↓·박근혜↑...경제 둔화·트럼프 이슈 따라 주가 흐름 상반
증권가 “본질은 체질·대외 여건...2016년 말보단 악재 민감 주의”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여당인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가운데 향후 정치권의 탄핵 공방 장기화와 국내 증시의 향방을 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과거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내 증시의 방향을 결정짓는 요인은 정치적 이슈보단 경기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학습효과’가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불안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증시에 악영향이 지속될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전날인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불성립하면서 대통령 탄핵 사태는 가까스로 피하게 된 상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오는 11일 탄핵안 재발의를 예고한 상황으로 가결때까지 반복적으로 탄핵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탄핵 정국 장기화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국내 증시는 45년 만에 이뤄진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요동쳤다. 지난 3일 밤과 4일 새벽 사이에 6시간 동안 비상 계엄 선포 후 해제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5일 새벽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면서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탔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지난 3거래일간(12월 4~6일) 2.88%(2500.10→2428.16) 하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3거래일 연속 매도세로 1조2419억원의 매물을 던지면서 증시 불안감을 키웠다.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증시에 미칠 파급 효과가 주목된다.
과거 탄핵 정국 사례를 보면 국내 주식시장의 방향은 엇갈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는 주가가 하락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오히려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발의(2004년 3월9일)와 이어 가결(2004년 3월12일), 헌법재판소 기각(2004년 5월14일)을 거치면서 코스피지수는 14.63%(900.10→768.46) 내렸다.
코스피지수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이 마무리되고 7개월여 간 지난 2005년 2월28일(1011.36)에 종가 1000선을 돌파하며 반등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상반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탄핵소추안 발의(2016년 12월3일)와 가결(2016년 12월9일), 헌법재판소 인용(2017년 3월10일)을 거치는 동안 지수는 6.43%(1970.61→2097.35) 올랐다. 코스피는 이후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7개월여 뒤인 그해 10월 30일(2501.93) 2500선을 넘어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탄핵가결을 촉구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두 시기 모두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방향성이 달랐던 것은 정치적 리스크 외에도 대외 여건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시기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미국이 지난 2004년 8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와 함께 반도체 업황 회복 사이클이 나타났고 2016년 말 미국 대선에서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큰 파급력을 발휘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회복이 지연되고 있었고 고유가, 세계 정보·기술(IT) 경기 둔화 우려가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다른 점은 당시 탄핵 가능성이 어느 정도 예측돼 충격이 제한적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슈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과거 학습효과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탄핵 정국에 따른 증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당분간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질 수 있지만 증시의 흐름을 결정짓는 본질은 결국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매크로(거시경제)라는 점에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은 펀더멘털 재료보다는 단기 투자 심리의 이슈”라며 “과거 탄핵 국면에서 증시가 정치적 리스크보다는 결국 국내외 경기 흐름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현재는 2016년 말 상황과 반대로 경기 둔화 초기 국면에서 악재에 좀 더 민감하게 시장이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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