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4대강 입찰 담합' 업체들, 정부에 설계보상비 반환해야"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4.02.21 01:47  수정 2024.02.21 01:47

정부, 건설사 등 121개 회사 상대로 설계보상비 반환 소송…대법, 원심 일부 파기환송

피고들, MB정부 4대강사업에 공동수급체 꾸려 참여…입찰 과정서 가격 합의 등 담합

1심, 건설사 설계보상비 반환 인정…2심 "청약의 유인에 불과…반환계약 성립 안 돼"

대법 "피고, 설계보상비 지급 관한 계약에 기해 연대…설계보상비 반환할 의무 있어"

대법원ⓒ뉴시스

4대강 사업의 입찰 담합 과정에서 이른바 '들러리'를 선 컨소시엄의 대표사와 시공사들이 정부에 설계보상비를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건설사·건축사사무소 등 121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설계보상비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25일 원심판결 일부를 파기환송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피고 업체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유역 정비 사업에 공동수급체를 꾸려 참여했으나 입찰에서 탈락했다. 이 사업에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입찰 과정에서 회사들이 가격을 합의하고 탈락한 회사들은 일부러 낮은 점수를 받도록 설계서를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2015년 담합 사실을 인정하고 업체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일부 회사와 임직원은 형사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됐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 입찰 과정에서 담합이 밝혀진 만큼 정상적인 입찰 과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업체들이 수령한 설계보상비를 반환하라며 2014년 4월 소송을 냈다.


설계보상비란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낙찰받지 못한 경우 정부가 설계비 일부를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입찰 과정에서 담합 등 무효 사유가 확인되면 보상비를 반환해야 한다.


1심은 수자원공사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해 업체들이 총 244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는 설계보상비의 지급에 관한 계약 관계가 존재한다"며 "원고는 공사입찰 유의서 등을 근거로 피고들에 대해 설계보상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는 건설사들이 승소했다. 2심 재판부는 "입찰공고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며 "원고 등과 피고들 사이에 설계보상비 반환 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자원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각 피고들은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에 기하여 연대해 원고에게 설계보상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입찰공고를 낸 4대강 공사와 관련해 한국수자원공사와 업체들 사이에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이 이미 성립했다는 판단이다.


이어 "입찰공고의 주체(한국수자원공사)가 입찰공고 당시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은 자는 설계비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정했고, 입찰자가 이에 응해 입찰에 참여한 다음 입찰공고의 주체가 낙찰자를 결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둘 사이에는 미리 공고에서 정한 바에 따른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찰 무효에 해당하거나 무효에 해당하는 사실이 사후에 발견된 자는 설계비 보상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입찰의 무효사실이 발견되기 이전에 설계비를 보상받은 자는 현금으로 즉시 반환해야 한다'는 특별유의서 규정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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