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다락방에 미친 여자’ 등
관심 주제 담은 벽돌책도 관심
출간된 지 10년이 된 800쪽 분량의 에세이가 온라인 서점에서 품절될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배우 한소희가 한 인터뷰에서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에세이 ‘불안의 서’를 추천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영상 콘텐츠, 특히 짧은 분량의 숏폼 콘텐츠 전성시대가 도래하면서 독서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는 상황 속, 긍정적인 흐름도 함께 포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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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소희는 한 잡지 인터뷰에서 “‘불안의 서’라는 두꺼운 책을 오래도록 읽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책에 인상 깊은 말이 있는데, 모든 사람이 24시간 동안 잘 때만 빼고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라는 것”이라며 “불안은 아주 얇은 종이라서 우리는 이 불안이 쌓이지 않게 부지런히 오늘은 오늘의 불안을, 내일은 내일의 불안을 치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말하던 중, 해당 도서를 통해 도움을 받은 경험을 공유한 것이다.
이후 ‘불안의 서’를 향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2014년 출판사 봄날의책을 통해 출간된 도서로, 800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일명 ‘벽돌책’이지만, 일부 온라인 서점에서 ‘품절’이 될 만큼 판매가 급증한 것이다. 출판사 측은 책을 예약 판매로 전환하고 현재 중쇄에 들어갔다고 전해졌다.
앞서는 영화 ‘오펜하이머’의 개봉 이후 1000쪽 분량의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영화 개봉 이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은 지난 8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16.6배 폭증하며 일명 ‘벽돌책’이 서점가에서 사랑을 받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었다.
미디어의 후광효과 없이 독자들의 관심을 받는 ‘벽돌책’도 있다. 최근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의 이론이 담긴 책 ‘프린키피아’가 3주간 진행한 북펀드 모집에 530여 명의 독자가 사전 구매를 해 목표 금액을 훌쩍 뛰어넘으며 후원 모금에 성공, 번역·출간이 될 수 있었다. 960쪽 분량의 과학서지만, 독자들의 호응으로 안정적인 출판이 가능했었다. 이 외에도 ‘코스모스’, ‘총, 균, 쇠’가 지난 7월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역주행했으며, 1200쪽 분량의 ‘다락방에 미친 여자’가 지난해 재출간되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배우 한소희 효과도 있었지만, ‘불안의 서’ 흥행 이면에는 ‘불안감’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파헤치며 지금의 독자들이 원하는 답을 찾아가는 시의적절한 주제가 있었다. 페미니즘 비평의 시발점 연 ‘다락방에 미친 여자’ 또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 증가 흐름 속 재출간이 이뤄졌었다.
독자들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소재, 주제라면 장르나 분량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최근의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영상 콘텐츠, 특히 숏폼 전성시대가 도래하면서 독서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 속 일부 도서들의 성과에 더욱 반가움이 이어지고 있다. “도파민 폭발”을 외치며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이, 긴 호흡의 책을 읽지 않는 흐름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깊이 있는 독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입증되면서, 긍정적인 부분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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