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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24~36시간…전남 신안서 전복된 청보호 '실종자 수색 난항'


입력 2023.02.05 18:40 수정 2023.02.05 18:54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전복 후 선내 수색 14차례 진행…선체 내부 격벽 이중구조 및 어구 복잡하게 얽혀 실종자 못 찾아

실종자 대부분 선체서 이탈해 바다에 표류했을 가능성…"선내 남아있다면 선실에 있을 것"

겨울철 바닷물 수온 고려하면 생존 골든타임 24~36시간 불과…해군 해난구조대(SSU)까지 투입

구조된 선원들 "배에 이상 있어 침수·누수 반복 됐고, 출항 당시에도 배에 기우는 이상 현상"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도 주변 해상에 청보호가 전복돼있다. ⓒ 뉴시스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도 주변 해상에 청보호가 전복돼있다. ⓒ 뉴시스

지난 4일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전복된 청보호 선원 9명에 대한 구조 작업이 어려운 수색 여건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전복 이후 선내 수색을 14차례 진행했으나 선체 내부 격벽이 이중구조로 돼 있고, 어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실종자들 대부분은 바다에 표류했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겨울철 바닷물 수온 등을 고려하면 생존 골든타임은 24~36시간에 불과해 해경과 해군 등은 수색 작업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9분쯤 전남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km 해상에서 12명이 탑승한 24t급 근해통발(인천선적) 어선 '청보호'가 침수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해경은 즉시 경비함정과 항공기를 현장에 급파하는 동시에 사고 해역으로부터 7.4km에서 항해 중이던 화물선에 구조 지원을 요청했다. 최초 침수 신고 약 7~10분 후 화물선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청보호는 이미 전복된 상태였고, 선원 3명은 가까스로 배에 올라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물선은 선원 3명을 구조했고, 해경 등 구조 당국은 현재까지 수색 인력을 단계적으로 늘리며 실종자 수색에 힘을 쏟고 있다. 청보호에는 사고 당시 총 12명의 승선원이 타고 있었고, 선장과 기관장을 포함한 9명이 실종 상태로 알려졌다.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 기준 함선 64척과 항공기 12대를 동원, 주변 해역을 9개 영역으로 나눠 실종자가 표류하고 있는지 찾고 있다. 해경은 물론 해군·공군 등 군 당국도 대거 투입됐고, 민간 어선 200여 척도 해역 수색에 동참하고 있다.


구조 당국은 선내에 실종자가 남아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잠수사 58명을 동원해 선내 수색도 14차례 했다. 하지만 선체 내부 격벽이 이중구조로 돼 있고, 어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양 후 선내 수색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사고 해역으로 출발한 크레인선은 이날 중 도착할 예정이다. 구조 당국은 실종자 대부분이 선체에서 이탈해 바다에 표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 당시 선원들은 선수에 3명, 기관실에 3명, 선미에 6명이 각각 있었으나 구조된 선원은 선수 쪽 3명뿐이다. 9명은 갑판에 있다가 전복과정에서 이탈했거나, 일부는 선체 내부에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 당국은 선체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표류 가능성에 대비해 조류 흐름 등을 고려하면서 해역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해경은 만약 선내에 실종자가 남아있다면, 선실에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선체 내부에 실종자 생존을 도울 에어포켓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겨울철 바닷물 수온 등을 고려하면 생존 골든타임은 24~36시간에 불과하다.


이날 수중 수색에는 기존 해경 대원 외에도 해군 해난구조대(SSU) 등이 투입됐다. 그러나 조류와 펄로 시야 수중 시야가 제약되고, 통발 어구 3천 개와 다른 어망 등이 내부를 가로막고 있어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또 선체 구조가 격벽 구조로 돼 있어 뚫기 어렵고, 기관 장비까지 가로막아 절단 작업 후 수색도 쉽지 않다고 한다. 구조 당국은 현재 조타실 수색만 마쳤다. 구조 당국은 실종자가 생존 골든타임을 고려해 야간 수색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생존 선원들은 청보호가 지난해 4월 진수한 비교적 신형 선박임에도 평소에 이상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 당국 조사 결과와 생존 선원 진술 등에 따르면 청보호는 배에 이상이 있어 침수가 반복됐고, 출항 당시에도 배에 기우는 이상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아, 기관실에 물이 샌 정황도 드러났다.


특히 사고 발생 약 3시간여 전 출항 직후에도 누수 현상이 있었으나 양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그냥 운행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날 육지로 이송된 생존 선원은 "출발했을 때부터 배가 좌측으로 기우는 이상이 있었고, 배가 5도 정도 기울어 기관장에게 '항해 시간이 길고 선박이 2층으로 돼 있으니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외국인 선원이 침실에 물이 샌다고 말해 확인해 보니 기관실 절반 가량이 침수된 상황이었다"며 침수 신고 후 10분도 안 돼 배가 급격히 기울어 전복됐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해경 측은 설명했다.


배의 안전 설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선원 일부로부터 사고 시 자동으로 펴져야 하는 구명뗏목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고, 구조된 선원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정황도 있다. 추가 목격담에 따르면 실종자 중 선미 쪽 인원들은 침수 사실을 전파받은 뒤 배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어구 등에 가로막힌 것 같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경 등 수사당국은 이러한 진술을 토대로 수색이 끝나면 인양한 선체 등을 조사하고 증언을 검증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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