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시그널’은 조진웅만의 것이 아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12.20 07:30  수정 2025.12.20 07:30

ⓒtvN

tvN에서 12월 19일에 ‘두번째 시그널’ 관련 입장문을 냈다. “‘두번째 시그널’은 10년을 기다려 주신 시청자 여러분을 향한 마음을 담아 26년 하절기 공개 목표로 정성을 다해 준비해 온 작품”이라며 “현재의 상황을 마주한 저희 역시 시청자 여러분의 실망과 걱정에 깊이 공감하며, 무겁고 애석한 마음”이라고 했다.


특히 많은 이들의 관심사인 작품 공개 여부에 대해선, “‘두번째 시그널’은 기획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 관계자들이 함께한 작품이다. ‘시그널’이 지닌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작품과 시청자 여러분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했다.


공개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한 것을 보면 공개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공개를 안 할 거라면 최적의 방안 운운할 이유가 없다. 최적의 방안이란 표현엔, 공개를 하기는 하되 애초에 계획했던 그대로는 아니고 다른 방식을 강구해보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조진웅 사태가 터지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이런 입장이 나온 것에서 그간 tvN의 고심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문맥상으론 공개하겠다는 뜻을 비치면서도 차마 명시적으로 그 말을 하진 못했다. tvN이 지금 얼마나 전전긍긍하며 눈치 보고 있는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태가 터진 후 일부 매체에서 ‘두번째 시그널’이 사장되는 걸 기정사실화했었다. 조진웅이 엄청난 거액의 위약금을 물게 될 거라는 기사들이 나왔는데 그게 바로 작품이 그대로 묻힐 거라고 전제한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들이 통용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tvN 입장에선 작품을 공개하겠다는 말을 명시적으로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엔 어떤 연예인이 물의를 빚었을 때 작품 공개가 당연히 취소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니 이번에 조진웅 사태가 터지자 많은 이들이 ‘두번째 시그널’이 공개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관행이 언제나 옳은 것만은 아니다. 한 사람이 물의를 빚었다고 해서 작품 자체를 매장해버리는 건 문제가 있다. 작품은 그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협력의 소산이고 제작사나 투자자 등의 투자도 들어갔다. 여러 사람들의 피땀이 집약된 프로젝트가 단 한 사람 때문에 사장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제작사나 관련자들은 그 한 사람의 논란으로 인해 작품의 이미지가 훼손돼 이미 피해를 당한 입장이다. 그러데 작품 공개까지 못하게 된다면 2차 피해까지 당하는 셈이다. 잘못은 물의를 빚은 그 사람이 했는데 왜 다른 사람들이 1~2차 피해를 당해야 한단 말인가?


과거에 한국 드라마 산업이 안정된 기반 위에 있고, 개별 작품의 규모가 작았을 때는 어쩌다 한 편 정도가 피해를 입는 것도 감수할 여력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드라마 산업 위기국면이고, 방송사도 벼랑 끝까지 몰린 상태다. ‘두번째 시그널’ 같은 한류 기대작은 규모가 매우 큰데 이런 프로젝트가 좌초되면 안 그래도 힘든 제작사, 방송사 등이 감내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촬영이 끝난 상황인데 재촬영도 못 한다. 출연료나 제작비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유명 배우들이 집결한 작품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모든 이들의 스케줄을 다시 맞추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이면 작품을 공개하는 게 맞다. 물의를 빚은 사람을 캐스팅해서 새로 제작에 들어가는 거라면 당연히 안 되겠지만, 이미 촬영이 진행돼서 많은 이들의 노력이 투입된 상황이면 어쩔 수가 없다. 공개 불발 시에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걸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두번째 시그널’ 측이 공개 문제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보도들이 나오는데, 그런 보도와 여론이 이어질수록 제작진은 눈치를 보게 되고 진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그냥 깔끔하게 제작진에게 작품을 공개할 길을 터주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얼마 전에 유아인이 활동을 못하는 상황에서 ‘승부’가 개봉된 전례가 있다. 유아인 한 명만의 것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투자가 집약된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이미 제작이 끝난 상황이라는 점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에 개봉이 가능했을 것이다. ‘두번째 시그널’도 이런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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