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일정 동행했던 주애 민생 현장서 나타나
김정은보다 앞서 걷는 모습 '눈길'…의도는?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부각
공식직함 부여 여부 등이 후계구도 가늠 잣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진행된 평양시 외곽 강동군 지방공업공장과 종합봉사소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고 식료공장과 종합봉사소를 둘러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날 행사에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도 참석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위상이 첫 공개 등장 이후 눈에 띄게 변화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북한 매체는 김주애를 '향도의 위대한 분'으로 호칭하며 정치·군사·민생 현장에 잇달아 등장시키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6일 평양 강동군과 평안남도 신양군, 자강도 낭림군, 평안북도 대관군, 함경북도 부령군 등지에서 전날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이 열렸다고 7개 면을 할애해 대대적으로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강동군을 비롯한 5개 군의 공장은 올해 착공된 20개 군 공장 가운데 가장 먼저 완공된 사례다.
강동군 준공식에는 김 위원장과 함께 부인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도 모습을 드러냈다. 리 여사가 공식 행사에 동행한 것은 지난 6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 이후 약 반년 만이며 주애는 지난달 28일 열린 '공군 창설 80주년 기념행사' 이후 20일도 채 되지 않아 다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주애의 참석 사실을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과 나란히 이동하는 주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여러 장 지면에 실었다. 특히 주애가 김 위원장보다 앞서 걷는 장면이 포착된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북한 매체의 사진 배치는 지도자 위상과 권력 서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해석이 뒤따른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9월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행사 참석과 관련해 주애 동행을 세습을 염두에 둔 서사 완성 과정이자 유력 후계자 입지를 다지는 데 필요한 혁명 서사를 상당 부분 구축한 단계라는 평가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최근 공군 창설 80주년 행사에서 주애가 전투기 조종사들과 별도로 악수하는 장면에 이어 이번에는 김 위원장보다 앞서 걷는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주애의 위상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진행된 평양시 외곽 강동군 지방공업공장과 종합봉사소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고 식료공장과 종합봉사소를 둘러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날 행사에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도 참석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최근 김정은의 건강 문제와 그의 딸 주애의 공개 활동 증가로 북한의 후계 논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명확한 승계 로드맵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처한 대내외 환경과 사회문화적 변화로 인해, 과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졌던 단선적 승계 모델을 그대로 반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애는 최근 미사일 발사 참관, 군 관련 행사, 민생 현장 시찰 등에 김 위원장과 동행하며 북한 매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호칭 역시 초기의 '사랑하는 자제분'에서 지난 2022년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 점차 격상됐고 지난해에는 '향도의 위대한 분'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외적으로 후계 구도를 암시하려는 행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노출하는 것 자체가 '후계자 수업'의 일환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신중론도 적지 않다. 김주애는 아직 만 12~13세 안팎으로 알려져 있으며 북한 노동당 규약상 당원 가입이 가능한 나이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이 남아 있다. 이같은 점에서 김주애를 당장 후계자로 단정하기보다는 김 위원장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딸이자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부각시키는 단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김주애의 잦은 공개 행보와 격상된 호칭이 내부 결속과 체제 선전 차원에서 활용되는 측면이 크다고 본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과 혈통의 연속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상징적 장치라는 것이다. 결국 김주애를 둘러싼 행보는 북한 권력 승계 구도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향후 공식 직함 부여 여부나 해외 공개 활동의 범위가 후계 구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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