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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가짜 뉴스와 진실 사이의 딜레마


입력 2022.12.01 14:00 수정 2022.12.01 14:39        데스크 (desk@dailian.co.kr)

넷플릭스 영화 ‘더 원더’

아일랜드는 참 매력적인 나라다. 수도인 더블린만 벗어나면 푸른 자연이 곳곳에 펼쳐진다. 특히 모허 절벽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보다 더 공들여 만든 곳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명소다. 때문에 ‘헤리포터’를 비롯해 많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사용됐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흑맥주이며 아일랜드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펍을 가진 나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편 아일랜드는 아픈 역사도 함께 지녔는데 800년의 영국 통치와 세 번의 기근을 겪어야 했다. 그중에서도 감자 대기근은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재앙으로 아일랜드는 무너졌고 많은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최근 공개한 넷플릭스 영화 ‘더 원더’는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을 배경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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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2년 아일랜드의 외딴 시골 마을. 과거의 상처를 지닌 영국인 간호사 립(플로렌스 퓨 분)은 한 소녀를 관찰하기 위해 파견된다. 그곳의 애나(킬라 로드 캐시디 분)는 4개월 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도 아주 건강한 상태로 생존해 있었다. 애나를 취재한 기자 윌(톰 버크 분)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립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집요한 관찰을 시작하고, 이때부터 애나의 상태는 죽음에 이를 정도로 쇠약해진다. 추악한 진실 앞에 립은 애나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방법을 찾아낸다.


영화는 종교의 폐단과 그 때문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845년부터 1850년까지의 아일랜드는 감자 대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재앙의 시기다. 기적이 있기를 바라던 시대, 가난한 사람들은 예수와 같이 자신을 구원해줄 구세주가 필요했다. 오빠를 잃은 애나는 그때부터 음식을 먹지 못했고 애나의 부모와 신부, 목사로 구성된 마을 위원회는 애나를 성인 또는 성녀로 남게 하고 싶어 했다. 애나의 행동이 거짓인 줄 알면서 마을의 명성을 위해 묵과했던 것이다. 영화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과 학대 그리고 종교인의 이면을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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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윤리의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대기근 당시 기아로 가족을 잃은 국제기자 윌은 가족들의 예배가 끝난 뒤 입맞춤하는 과정에서 애나의 엄마가 음식을 넣어준다는 합리적 의심을 한다. 그리고 립에게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악행이 계속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립 또한 크림전쟁에 참여해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간호사이지만 3주된 신생아를 잃은 엄마다. 이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직업윤리를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본분을 지켜 결국 진실을 밝히고 어린 생명을 구한다.


플로렌스 퓨의 내면 연기가 돋보인다.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플로렌스 퓨는 이번 작품에서 더욱더 섬세한 내면 연기로 원작 소설의 내용을 잘 표현했다. 특히 위선과 진실과 거짓이라는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보여줬다. 또한 그릇된 종교적 의식으로 인해 홀린 사람들 때문에 고민에 빠지는 과정에서 아일랜드의 현실은 물론 인간의 속성을 잘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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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일상화되면서 우리 사회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뉴스의 전파속도가 빨라지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줄어드는 것은 좋지만 그 부작용 또한 많다. 이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가짜뉴스다. 영화 ‘더 원더’는 대기근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오늘날과도 비슷한 시의성을 가진 작품이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는 시대에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직업윤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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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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