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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정치인의 욕망이 불러온 비극


입력 2022.11.24 14:01 수정 2022.11.24 14:01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올빼미’

주맹증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11월 극장가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 등장했다. 2005년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에서 조감독을 맡은 안태진 감독의 데뷔작 ‘올빼미’다. 영화는 인조의 맏아들인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맹인 침술사가 한밤중에 일어나는 궁중 음모를 스릴러와 서스펜스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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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류준열 분)는 어의 이익형(최무성 분)에게 재주를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그 무렵 청에 인질로 끌려갔던 맏아들 소현세자(김성철 분)가 8년 만에 귀국하고 인조(유해진 분)는 아들을 향한 반가움도 잠시, 정체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러던 어느 밤, 주맹증이 있는 경수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진실을 알리려는 순간, 더 큰 비밀과 음모가 드러나며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다. 세자의 죽음이후 관련된 인물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난다.


영화는 정치적 야욕을 지닌 권력자의 비정함을 담는다. 조선시대 이른바 쿠테타로 왕위에서 물러난 왕은 단종, 연산군, 광해군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왕을 교체한 인조반정은 인조가 왕이 되고자 몸소 정변을 준비하고 앞장서 광해군을 폐위했다. 인조는 왕좌에 올랐지만, 광해군과 달리 친명배금 외교 전략으로 청나라에 소현세자를 인질로 보내는가 하면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까지 겪었다. 소현세자가 조선에 돌아와 아버지와 의견을 달리하자 인조는 아들이지만 정치적 라이벌로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결국 권력을 지키려고 하는 어두운 욕망은 아들의 독살로 이어진다. 아들의 죽음이후 인조의 불안감은 광기로 변하고 경수로 인해 관련된 인물들의 민낯이 모두 드러나게 되고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 혈육까지도 내칠 수 있다는 권력의 습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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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통해 영화적 쾌감을 선사한다. 영화 ‘올빼미’는 역사를 다룬 국내 영화 중 최대한의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이다. 조선 16대 왕 인조의 맏아들 소현세자는 청나라에 인질로 억류되어 1645년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소현세자가 병이 갑자기 위독해져서 죽었다고 기록돼 있으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것 같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소현세자를 둘러싼 인물들의 각기 다른 욕망을 담으며 영화는 끊임없이 몰입과 긴장감을 유도한다. 오랜만에 영화적 쾌감을 스크린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배우 유해진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25년 차 배우 유해진은 그동안 출연한 60여 편의 작품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임금 역할은 연기 인생 처음이다. 낯설게 느껴졌던 배역은 시간이 흐를수록 왜 유해진을 캐스팅했는지 납득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인조로서 근엄한 모습부터 불안, 초조, 저열함과 열등감까지 여러 감정을 표현해 냈다. 또한 그가 연기한 인조는 그동안 사극에서 봐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연극을 보는듯한 정극 연기와 광기에 휩싸여 폭주하는 두 얼굴의 왕을 선보인다. 그의 연기는 영화 ‘올빼미’가 담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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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기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의 권력에 대한 욕망은 특별하다. 이 때문에 국가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국민의 신뢰도가 낮다. 우리 정치적 환경은 과거와 달리 크게 변하고 있다. 조선시대와 같이 정치인들은 국가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영화 ‘올빼미’는 주맹증을 가진 침술사 경수의 눈을 통해 권력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정치인이 국가와 국민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할 때 국가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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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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