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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신파 외면하는 관객, 영화계는 '고민'


입력 2022.08.12 14:03 수정 2022.08.12 14:3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해외에서는 흥미롭게 받아들여

신파가 억지스러운 설정과 연출로 감동이나 슬픔을 강요하며 부정적인 코드로 읽히며 극장가 흥행을 가르는 한 요소가 됐다. '비상선언'이 시의성을 품은 이야기와 기술력으로 진보한 재난 영화를 만들어냈지만, 신파 요소를 두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흥행에도 타격을 입었다. 개봉 첫 날 33만(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관객으로 박스오피스 1위로 시작했지만 이틀 만에 '한산: 용의 출현'에 정상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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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의 사상 초유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을 그린 이야기다. 후반부 재난을 통해 인간의 두려움 속에서 발현되는 이기심, 고립된 승객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선택한 결정, 승객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 등이 비치는데 이 부분을 직접적으로 그려낸 연출이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신파 코드가 '비상선언' 전체를 매몰시킬 정도인지 짚어본다면,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 재난 앞에서 나약해지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이기심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 위기를 헤쳐나가는 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사람 간의 연대다. 각자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내린 결단을 신파로 단정짓기에는 우리 사회와 많이 닮아 있다.


또한 신파에 집중돼 '비상선언'이 가진 강점들이 희미해진 것도 아쉽다. '비상선언'은 한국 최초로 항공 재난 영화로써 한층 진보한 우리나라 영화 제작진의 기술력을 증명했다. 영화 속 비행기 내부는 할리우드 세트 제작 업체와 협력해 실제 대형 비행기를 미국에서 공수해 비행기 본체와 부품을 활용한 제작으로 사실감을 더했다.


여기에 360도 회전 시퀀스를 완성하기 위해 대형 비행기 세트를 회전할 롤링 짐벌(Gimbal)을 투입했다. 지름 7m, 길이 12m의 사이즈로 제작된 롤링 짐벌로 실제 크기의 항공기 세트를 회전시키며 촬영한 사례는 대한민국 최초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독창적인 프로덕션이다. 이에 비행기가 추락하는 장면은 '영화적 체험'을 강조함과 동시에 재난 영화의 성장을 보여줬다.


'비상선언'이 신파 지적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달리 '한산: 용의 출현'은 신파 요소를 최대한 배려해 조선과 왜군의 전략에 치중해 만들어낸 한산대첩을 구현했다며 호평 받고 있다. 전작 '명량'이 1761만 명이라는 기록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관객 및 영화 전문가들로부터 신파적인 억지스러운 신파 요소가 과도했다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이 선상에서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보다 더 완성도가 높다는 말을 듣고 있다.


지난해 '모가디슈'도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됐던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져 개봉했을 당시, 신파의 색깔을 덜어냈다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소말리아 내전의 비극 속에서 남북한 사람들의 연대라는 키워드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좋은 포인트였지만, 절제된 감정 연출로 블록버스터라는 장르와 균형을 잘 맞췄다며 입소문이 났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지날 수록, 신파 경계령이 삼엄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이를 포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는 한국 SF 영화의 새 시작을 알리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국내에서는 부성애 코드가 한국적 낡은 신파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해외에 시청자들은SF 영화와 가족물의 조합인 '승리호'에 관심을 보였다. '승리호'는 공개 첫 날 16개국 글로벌 순위 1위 이틀 째에는 28개국에서 정상, 80개국에서 10위권 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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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오징어 게임'의 흥행 역시 주인공들이 저마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돈을 따내야 하는 절박한 사연에 공감했다. 해외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의 신파적인 요소가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어냈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이는 객관화를 미학으로 품는 추세 속에서 오히려 풍부한 감정선이 차별화로 작용했다. 한국 관객들은 뻔한 이야기라고 평가하는 점들이 해외에서는 한국 콘텐츠의 특징이 된 셈이다.


억지스러운 신파 코드는 따끔하게 지적 받아 마땅하다. 지금까지 그래왔기에 한국 영화의 퀄리티가 고속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다만 한국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인 교감이 강도높은 관객들의 외면으로 필요한 감정마저도 제거하며 위축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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