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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아네트', 열등감· 심연이 만든 사랑의 기묘한 비극


입력 2021.10.25 08:38 수정 2021.10.25 08:3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7일 개봉

레오 카락스 감독의 자신감은 '아네트'의 오프닝부터 느낄 수 있다. 숨쉬는 것도허용되지 않는다고 예고한 후 본격적인 스크린의 장막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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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는 레오 카락스 감독이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레오 카락스 감독이 만든 최초의 음악영화다. 영화의 음악과 공동 각본을 맡은 미국의 록 밴드 스팍스(SPARKS)가 먼저 구상해 카락스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이 작품은 예술가들의 도시 LA에서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 분)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너 분)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며 함께 인생을 노래하지만, 갈등으로 인해 생기는 빛과 어둠을 담았다.


오페라 가수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는 전혀 다른 직업과 성격의 인물이 만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딸 아네트까지 출산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점점 위상이 높아져가는 안과 전성기 시절에서 멀어져가는 헨리의 위치가 일상에 균열을 낸다. 헨리는 바쁜 안 대신 육아를 하다 오랜 만에 선 무대에 선다. 그곳에서 '아내를 죽였다'는 개그를 하지만, 이 농담은 실제 상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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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떠나보내고 아네트를 혼자 키우던 중, 헨리는 아네트가 엄마의 목소리를 물려받았다는 걸 목격한다.


이후 아네트는 아빠의 계획대로 전 세계 무대를 누비며 사랑는 가수가 된다. 그러나 아빠의 폭력적인 성향을 견디지 못하고 직접 고발을 택한다.


밝고 사랑스러운 음악 영화를 기대했다면 접어야 한다. 색감이 화려해 한 편의 명화를 보고 있는 듯한 이미지들이 나열되지만 음울한 노래와 감정에 휘몰린 배우들의 연기로 채워진다.


특히 영화 속에서 아네트의 이미지는 인형으로 연출되는데 이 점이 기묘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후반부 감옥에 갇힌 헨리와 딸 아네트의 독대에 이르러서야 어린 아이로 모습이 바뀐다. 아빠의 손에서 벗어나 온전한 정체성을 갖고 당당하게 마주하는 아네트의 변화를 보여주는 셈이다.


딸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가수가 되자, 부와 명예에 심취해 그저 밖으로 나돌았던 헨리는, 후반부 딸과의 독대에서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자기파멸적인 성격과 심연에 갇혀 나쁜 아빠가 되어버린 심경을 고백하며 여운을 남긴다.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가 영화를 이끈다. 인기 있는 코미디언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한 남자가 자꾸만 작아져가는 모습에 폭력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감정을 구체화시켜 노래했다.


다만 친절한 설명이 아닌, 형상화된 이미지로 대변되는 장면들이 있어 지루하거나 불친절하게 느낄 수 있다. 27일 개봉. 러닝타임 141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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