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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사각지대 놓였던 예술인 인권, 구축되기 시작한 안전망


입력 2021.09.17 08:44 수정 2021.09.17 08:4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성폭력 사례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 5년 만에, 비로소 문화예술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구축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말, 드러난 블랙리스트 사태는 문화, 예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실제로 당시 정권의 지향점과 다른 견해를 가진 예술가들의 리스트가 존재했고, 그들이 각종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실에 문화, 예술계 종사자는 물론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2018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 관리 명단 규모는 2만 1362명에 달했으며, 사찰과 검열, 배제 등의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이 8931명, 단체는 342곳으로 집계됐었다.


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미투 운동’이 문화계를 발칵 뒤집었다. 같은해 연극 연출가 이윤택부터 배우 조민기와 조재현, 영화감독 김기덕 등 거장으로 손꼽히던 연출가와 유명 배우들이 줄줄이 가해자로 지목을 당하면서 문화계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게 됐다.


특히 예술인들의 인권이 현실에서는 전혀 보호되지 못하고 있었음이 드러나면서, 인권 보호와 구제를 위한 현실적인 법령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동안 예술인들의 70% 이상이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며 인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업무 특성상 피해를 입더라도 심리적으로는 물론, 제도적인 보호에서도 비켜나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까지 보호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후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움직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술인들이 성폭력 피해를 상담, 신고할 수 있는 센터들이 만들어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영화성평등센터 든든과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가 지난 2018년 3월 개소, 성폭력 신고 및 상담을 시작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을 강화한 것도 새로운 변화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비롯한 8개 기관에 양성평등 전담부서가 신설된 것은 물론, 문체부와 여성가족부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전문강사 양성에 나섰다. 문화, 예술계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2018년부터 문화예술계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전문강사 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나 예방에 그쳤을 뿐,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없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후속 조치의 핵심이었던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20대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되고, 2020년 다시 발의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포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블랙리스트 사태와 성폭력 고발이 시작된 지 5년 만에 비로소 맺어진 결실이었다.


▲ 예술인 권리침해 행위 및 성희롱‧성폭력 행위 금지 ▲ 예술인 권리구제기구 설치 ▲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 방안이 골자이다. 기존에 지적을 받았던 프리랜서, 계약직 예술인들도 포괄하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술 활동을 위한 교육, 훈련을 받은 사람들까지도 적용이 되며, 이에 예술대 학생이나 예비 예술인들까지도 보호를 받을 수 있게된다.


케이팝(K-POP)은 물론, 한국 영화, 드라마들이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토대를 만든 예술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이제야 구축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지만, 변화의 물결이 시작된 만큼 체계를 갖추고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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