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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느리게 가는 국방부 시계


입력 2021.09.02 13:05 수정 2021.09.02 12:41        데스크 (desk@dailian.co.kr)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

시간의 상대성이란 시간 흐름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가령, 우리가 행과 불행을 경험할 때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다를 수 있다. 군인들 사이에서는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라는 말이 있다. 군 복무하는 시간이 느리게 느껴질지언정 언젠가는 끝난다는 의미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드라마 ‘D.P’가 화제다. 지난 27일 첫 공개 이후, 연일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올랐다. ‘D.P’는 군생활을 사실적으로 고증했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지만, 그보다 2014년이 배경인 드라마가 2021년의 현실과 맞닿아있기에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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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는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무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를 뜻한다. 극 중 안준호 이병(정해인 분)과 한호열 상병(구교환 분)이 2인 1조를 이루어 탈영병을 쫓는다. 드라마 ‘D.P’는 총 5명의 탈영병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고문관이 되고 탈영병이 된 이유가 군대 내 폭행과 가혹행위라는 점을 드라마로 풀어냈다.


병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와 폭행을 고발한다. 후임병을 뾰족한 못이 박힌 벽에 밀쳐서 뒤통수에 피를 내고 후임병의 가난한 가정사를 조롱한다. 방독면을 씌우고 그 안에 물을 붓는가 하면 선임 병사들 앞에 세워놓고 온갖 성적 수치감을 느낄 행동도 강요한다. 이내 적응하지 못하는 후임병은 고문관으로 낙인찍혀 탈영하고 자살까지 이른다. 끊임없이 대물림되고 있는 군대 내 가혹행위가 의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드라마에서는 안보와 군기라는 문제로 군에서 왜 그토록 많은 문제들을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감출 수밖에 없는지도 언급한다. 또한 군대에서 계속 나오는 폭행과 가혹행위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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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의 자살 사건을 조명한다. ‘D.P’에 등장하는 탈영병 5명 중 3명이 군대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1명은 가정사 때문에 탈영하는데 5명의 인물 중 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군 사망사고는 과거 10년 사이 143건에서 55건을 줄었지만, 자살 비중은 오히려 97건에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회에서 ‘간디’라는 별명을 지닌 조석봉 일병(조현철 분)은 일방적이고 지속적으로 쏟아지는 이유 없는 폭력 그리고 배출되지 못한 분노로 괴물로 변해갔으며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자신을 괴롭히다 전역한 선임을 찾아가 “나한테 왜 그러셨어요”라고 묻는 피해자의 절규는 우리에게 더이상 방관자가 되지 말라는 일침을 놓는다.


‘D.P’는 영화 및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졌음을 한 번 더 보여줬다. ‘D.P’는 영화 ‘차이나타운’과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해 영화 인력들이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거 진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작 환경 및 제작비 등에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 및 차이가 불분명해지면서 영화감독들이 드라마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허진호, 이준익, 윤종빈 등 스타 감독들이 변화의 바람에 발맞춰 드라마 도전을 선언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침체 된 영화계, 영화감독들의 드라마 진출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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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방부 시계는 느리게 가는 것이 분명하다. 이는 최근의 군대 내의 성희롱이나 자살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극 중에서는 자살을 시도하는 후임병이 수통에 적힌 1953년을 가리키며 ‘군대는 변한 게 없다’고 말한 마지막 한마디가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꽃다운 청춘을 군에 바치는 청년들이 더 이상 아까운 목숨을 스스로 저버리지 않도록 국가가 지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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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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