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레미니센스', SF 활용 아쉬운 기승전로맨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8.25 08:28  수정 2021.08.25 08:28

25일 개봉

휴 잭맨 주연

리사 조이·조나단 놀란 부부 각각 연출과 제작

모든 걸 기억하고자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기억은 결국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면, 이를 선택하지 않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


'레미니센스'는 가까운 미래, 사라진 사랑을 찾아 나선 한 남자가 기억을 통한 과거로의 여행에 얽힌 음모와 진실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위험한 추적을 그린 작품이다. 추억과 회상의 뜻을 품은 '레미니센스'란 제목부터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과거를 되살리는 기계를 소유하고 있는 닉(휴 잭맨)은 찾아오는 사람들의 과거 여행 도우미가 된다. 그는 매일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네가 경험했던 시간과 장소로 여행을 갈거야"라고 읊조린다. 머리에 기계를 두른 사람들은 조용히 눈을 감고 과거로 돌아간다. 닉은 사람이 뇌 속에서 회상하는 기억을 형상화 시켜 그 기억을 메모리칩에 저장한다.


타인의 과거 여행만 돕던 닉에게 잊고 싶지 않은 강렬한 경험이 찾아온다. 바로 의문의 여인 메이의 방문이다. 집의 열쇠를 찾기 위해 의뢰인으로 찾아온 메이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닉은 결국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메이가 소리도 없이 사라지며 닉은 스스로 기억 장치를 머리에 쓰고 메이가 왜 자신을 떠났는지 이유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메이와 사랑에 빠진 건 우연이 아닌, 다 계획됐던 일이었음을 알고 메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배경은 아름다운 해안이 있어 휴양지로 유명한 마이애미다. 극 중 마이애미는 물이 무릎까지 차올라 있고 사람들은 수상 택시와 배를 타고 이동한다. 기후변화로 마이애미는 낮에는 사람들이 생활할 수 없어 죽은 자들의 도시처럼 고요하다. 밤이 되어야 사람들은 다시 일상을 시작한다. 찰랑거리는 물 위로 일렁이는 도시는 물론, 등장인물들이 정제되지 않고 위태로워 보인다. 이는 폐허가 된 도시에서 단 하나의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해 나아가는 닉의 로맨스를 대비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사람들이 종종 과거를 돌아보고 그리워한다.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슬립 소재의 영화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레미니센스'는 과거를 형상화해 현재처럼 느끼게 하는 소재로 관객의 공감을 얻는 시도를 한다. 기억을 꺼내 영화처럼 감상하는 것에 나아가 오감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 기계의 특징이다. 매일 같은 기억을 보는 여자에게 USB를 건네도 마다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소재의 활용도는 아쉽다. 로맨스를 위한 한낱 장치로 전락했다. 조금 더 흥미로운 전개에 이 소재가 쓰였다면 조금 더 다이내믹한 그림과 시도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의문이 따라붙는다. SF로 시작해 서스펜스를 지나 로맨스로 마침표를 찍기에 '기억 저장'이 거추장스럽다. 극심한 빈곤, 치정, 부패 경찰 등이 얽히면서 메이가 가지고 있는 비밀도 크게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리사 조이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남편이자 크리스토퍼 놀란의 동생 조나단 놀란이 제작을 맡았다. 25일 개봉.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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