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내 집 마련의 꿈이 '싱크홀'로…슬픈데 웃긴 재난 블록버스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8.11 08:32  수정 2021.08.11 08:33

차승원·김성균·이광수·김혜준 주연

김지훈 감독 연출

ⓒ쇼박스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어느 날 갑자기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한다면? 자력으로는 도무지 탈출할 엄두도 낼 수 없는 깊이다. 하지만 살아나가야 한다. 동원(김성균 분)은 사랑하는 가족이 싱크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만수(차승원 분)는 아들을 위해, 김대리(이광수 분)와 은주(김혜준 분)는 연애라든지, 원룸에서 벗어나고 싶다든지 아직 해보지 못한 일이 많다. 평범한 사람들이 재난 속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적절히 버무린 재난 블록버스터 '싱크홀'이다.


'싱크홀'은 영화 '목포는 항구다'(2004), '화려한 휴가'(2007), '7광구'(2011), '타워'(2012) 등을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등이 주연을 맡았다. '7광구', '타워'로 재난 영화를 연출한 경력이 있는 김지훈 감독은, '타워'를 통해 높은 지상을 택했다면 이번에는 '싱크홀'을 통해 지하로 향했다. 그리고 재난 영화 다운 스케일과 주인공들의 고군분투, 당연해진 일상의 소중함을 통한 공감과 울림을 변주해 '싱크홀'에 녹였다.


싱크홀이란 소재는 국내 영화에서 다뤄진 바 없어, 이를 통해 벌어지는 긴박한 위기 상황의 연속이 흥미롭다. 영화에서는 낯선 소재지만, 국토교통부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평균 900건, 하루 평균 2.6건의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한다. 주로 지하수가 발생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마철 집중호우 등으로 약해진 지반 혹은 개발 사업이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뉴스로 종종 접했다. 또한 지하 공간에 대규모 암벽세트를 만들고 짐벌 세트를 이용해 건물의 흔들림을 생생하게 구현하며 영화가 마냥 가상 상황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속 싱크홀은 두려움을 유발하는 500m다. 동원의 집들이에 방문했다가 갑자기 싱크홀을 겪은 동원, 만수, 김대리, 은주는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생존에 집중한다. 이 안에서 낙오자나 희생자는 없다. 주민이었을 때 갈등을 겪었던 동원과 만수를 필두로 한 팀이 된다. 상황은 절망적이지만 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다만 인물이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며 흐름을 깨는 것이 아닌, 돌발 상황 속 리액션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가벼운 코미디 톤을 유지하며 목숨이 오가는 긴박한 상황을 다른 재난 영화에 비해 무겁지 않게 그렸다. 이익만을 위해 돌진하는 부패한 공무원이나 무능한 정부, 악인을 등장시키지 않고, 실제로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고군분투로 하여금 무사 탈출을 응원하게 만든다.


'싱크홀'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 비정규직, 결혼, 연애 등의 문제를 연결시키며 또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특히 관객들이 생각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할 뿐이다.


영화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나 갈등 없이 간결한 플롯으로 나아간다. 재난 앞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과 구원이 되어준다. 뻔한 결말로 흐르지만 이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이 뻔하지 않은 것이 '싱크홀'의 힘이다. 11일 개봉. 러닝타임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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