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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남이 내연녀 집 드나들면 주거침입죄?…대법원 공개변론서 공방전


입력 2021.06.16 22:19 수정 2021.06.16 22:39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대법 "민사사건인 만큼 거주지 명의 여부 알 수 없고, 재판에서도 소유권 여부 따지지 않아"

검찰 "동거인 모두의 주거 평온 위해 전원 동의 필요…사적 공간 허락없이 공개 안돼"

변호인 "지나친 형벌권 개입 및 간통죄 우회 처벌 악용…출입 동의 거주자의 주거자유 침해"

불륜 ⓒ게티이미지뱅크 불륜 ⓒ게티이미지뱅크

불륜남이 내연녀의 집에 들어갔다가 그 남편으로부터 주거침입죄로 고발당한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지를 놓고 대법원에서 공방이 펼쳐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대법정에서 불륜 목적의 주거침입 사건에 대한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민사사건이어서 공동명의 등 거주지 명의 여부는 알 수 없고, 재판에서 소유권 여부도 따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의 쟁점은 함께 사는 집에서 1명의 동의 없이 다른 1인이 외부인을 들여보냈을 때,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라고 부연했다.


앞서 피고인 A씨는 내연 관계인 유부녀 B씨의 동의를 받고 B씨의 남편이 없는 틈을 타 B씨의 집에 3차례 들어간 사실이 드러나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봤다. 공동거주자인 B씨의 동의를 받고 집에 들어왔다면 다른 공동거주자인 남편이 반대하더라도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A씨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우선 검찰 측은 함께 살고 있는 이들 모두의 주거 평온을 보장하기 위해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출입 과정이나 이후에 범죄가 없었더라도 부정행위와 같이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다른 거주자가 출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 사회통념상 분명하므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A씨 사건이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며, 피해자인 B씨의 남편이 동의하지 않는 행위이므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재현 오산대학교 경찰행정과 교수는 "주거침입죄는 거주자의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공동거주자 한 명이 동의한다고 해서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주거권이 무시된다는 것은 사회통념에 맞지 않다"며 "사적 공간이 타인에게 허락 없이 공개되면 안 되고 이런 점도 보호법익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한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다른 거주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거나 혼인·가족생활의 기초가 흔들릴 정도의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목적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공동거주자들 사이에 의견이 나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형벌권 남용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 측은 A씨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은 이미 폐지된 간통죄를 우회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거침입죄가 사용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동거주자의 반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면 셰어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 형태가 나오는 현실에서 타인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모든 거주자의 동의를 일일이 확인해야 해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변호인 측 김성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주거침입으로 보는 것은 공동체의 의견 통일을 형법으로 강요하는 것"이라며 "의견 대립은 공동체 내부에서 해결할 문제인데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도 의견 제출을 통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한다면 출입에 동의한 거주자의 주거 자유와 평온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주거침입죄 인정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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