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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이재명, 광주 자영업자 절규에 답하라


입력 2021.06.17 07:42 수정 2021.06.17 07:02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패션 좌파들이 자영업, 서민들 생태계 순식간에 망가뜨려”

골목 장사 경험자인 필자가 주목한 광주 커피숍 사장의 토로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최근 SNS 상에서 화제가 된 광주에서 커피숍을 하는 한 자영업자의 격정 토로가 필자의 특별한 눈길을 끌었다.


2000년대 초 중앙 언론사에서 취재기자와 데스크 생활을 청산하고 ‘상식과 합리를 찾아’ 해외로 삶의 주소를 옮긴 필자는 먹고 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공장도 다니고 식당 주방에서 부업도 하던 어느 날 ‘남 밑에서만 있지 말고 내가 대장이 되어 보자’ 하고 가게를 시작했다. 팔자에 없는 줄 알았던 장사였다. 해보니 대장이긴 했지만, 직장의 상사 대신 여러 다른 상전이 거기엔 있었다.


한국의 독자들은 가게의 상전(上典, 종에 상대되는 주인)이라고 하면 ‘진상’ 손님들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에서 손님은 왕이 아니다. 한국에서나 왕 노릇, 소위 갑질을 한다. 그들은 가게 주인을 존중해준다. 속으로야 인종차별적 마음이 있을지 몰라도 겉으로는 영어로 말해서 ‘나이스’하고 ‘카인드’하며 ‘프렌들리’하다.


진짜 상전은 이런 손님들 말고 랜드로드(Landlord, 건물주), 도매 회사, 정부 같은 것들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게를 열어 번 돈으로 임대료, 물건 값, 세금을 이 세 상전에 바치고 남은 돈이 가게 주인 가족의 생활비다. 한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인건비도 안 남는다’는 바로 이 경우를 이르는, 엄살 아닌 현실이다.


기자와 시민의 경험으로 볼 때, 한국은 사정이 더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 손님이 더 까다롭고 무례하기 일쑤고, 도매상(또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도 더 심하며, 정부는 장사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못살게 굴기 쉽다. 이 3자 외에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기관이나 사람들이 업종과 시장에 따라 더 있을 수도 있다.


아내와 함께 이 생활을 9년 가까이한 필자는 그래서 광주의 커피점 주인 배훈천(53)이 ‘호남대안포럼’이 연 자리에서 했다는 격정 토로 연설 글을 내 일처럼 읽어 보았다. 필자는 마침 광주에서 중고교를 다닌 호남 출신이기도 하다.


우선, 배훈천의 글이 너무 똑똑해서 혹시라도 이 사람이 자영업자를 위장한 반정부 경제 전문가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이가 있다면, 필자가 보증하겠다. 배훈천은 실제 인물이다. 그를 만나 봐서 아는 게 아니고 그의 글을 봐서 안다.


그 내용이 실제로 장사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써질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전남대 철학과를 나온 86학번이라고 하면 더 믿을 수 있을까? 그는 필자와 같은 먹물 출신으로서 어쩌다 장사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개인 삶을 위협하는’ 문재인 정권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인텔리 골목 비즈니스맨이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걸고 일한 적이 없는’ 얼치기 진보좌파 586 운동권 출신들이 골목 상권을 어떻게 망가뜨려 왔는지를 고발하고 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죄악시한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그들 눈에 상인들은 무조건 폭리를 취해 떼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세 상전(한국은 아마 최소한 네댓 상전) 치하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을 그렇게 보고 있으니 정책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종업원 대우를 (주인 주머니를 털어) 강제로 높게 하면 종업원이 잘살게 돼 사회가 공평해지고 행복해진다고 믿는, 중학생 수준의 사고다.


배훈천은 운동권 출신들의 이런 한심한 이념 만능 정책이 업주와 종업원들을 공멸시키고 있는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강행이 대표적이다. 오히려 이 제도들을 강제하기 전에는 ‘오순도순 즐겁고 감사하게 살던’ 자영업과 서민들의 생태계가 순식간에 황폐화 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구름 위에서만 노는 패션 좌파들이 좌편향 탁상공론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개천에서 가재, 붕어, 개구리(가붕개)로 살던 그 나름의 자족적 공존 사회가 문재인 정부 4년을 거치는 동안 다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무리하게 오르니 있던 직원을 내보내고 주인의 부인이 나와 일한다. 신규 채용도 없다. ‘가성비’ 뛰어난 경력 알바생만 겨우 쓰니 경력 없고 일솜씨가 어설픈 사람들의 취업 자리가 다 사라졌다. 극소수 외에는 취업난이요 취업을 못해 돈이 없으니 자영업 가게 이용자들이 줄어(모두가 공무원 시험 준비하느라 독서실에 처박혀 문제집만 푼다는 게 배훈천의 하소연) 악순환이다.


배훈천은 그러면서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문재인 정권 들어 상공업 천시, 관이 민 위에 군림하는 조선 시대 사농공상 신분제가 되살아났다.”


섬뜩한 진단이다. 그러나 맞는 말이다. 1970~80년대 매판자본이니 종속이론이니 하는 운동권 서적 몇 권 읽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아서 경제와 관련해 하는 일의 중심에는 기업과 상인들에 대한 천민적 시각이 있다. 나라 발전에 기여한 기업인들을 천민도 부족해 죄인으로 본다. 예의 상전들에 더해, 무례하기로는 세계 최고 수준일 손님들로부터도 갖은 모욕을 받는 가게 주인(소상공인)들 또한 당연히 곱게 보지 않는다. 그들은 동류(同類)로서 펜대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남은 임기 동안 거의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배훈천과 같은 서민과 자영업자와 기업인을 괴롭히는 이 정부 586 운동권 출신들에 대한, 비등하고 있는 불만과 비판은 앞으로 계속해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문재인의 아성 광주에서 한 사람 나왔으니 서울에서는 부지기수가 자판을 두드리고 마이크를 잡게 될 텐데, 진보좌파가 정권을 재창출한다면 그러므로 기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문재인보다는 다음 정권을 이끌 사람들의 생각과 능력이 어떠하냐가 핵심이다. 여야의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과 이재명은 배훈천의 현장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1990년대 초 미국 클린튼이 대통령에 당선될 때 내건 슬로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 경제 공부를 했으면 막연히 원론적인 방향만 가리켜선 안 된다. 돈 퍼줘서 경제 살린다는 ‘수주성(수요 주도 성장)’ 포퓰리즘도 나라 망치는 건 똑같다.


청년들의 취업난을 해결하고 골목 상인들의 아우성을 가라앉힐 윤석열의 경제, 이재명의 경제 정책들이 주목되는 이유다. 밤새워 고민하면서 현장과 전문가들 의견을 두루 경청하길 바란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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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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