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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김영삼 총재와 2021년 이준석 대표


입력 2021.06.13 04:04 수정 2021.06.14 07:51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유신 정권 몰락 서막 올린 김영삼 총재 당선 42년 만에 재현된 느낌

반 진보좌파 민심이 4.7 보선 ‘정권교체’ 이루고 야당 대표도 바꿨다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권을 바꿔 보자’는 민심이 팽배하고 소신과 패기의 젊은 야당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비등한 게 42년 전 늦봄을 연상케 한다.


필자가 대학 2학년 때인 1979년 5월 30일은 한국 민주주의 정치사에 길이 기록될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김영삼이 극적 역전승을 거둬 제1야당 신민당 총재로 당선되자 드디어 유신 정권의 종말이 눈앞에 보이게 됐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경제 개발 성공이라는 눈부신 업적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행동을 철권으로 억압하는 전제정치로 지식인들과 학생들의 저항에 부딪혀 있었다.


그 암울한 상황에서, ‘사쿠라’(독재 정권에 협조한 야당 정치인들을 이른 속칭)들이 난무한 가운데 선명성(鮮明性)을 유지한, 이미 8년 전 43세 때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온, 51세 김영삼이 정권이 밀던 중도통합론자 이철승을 극적으로 꺾었다. 정권 타도 투쟁에 앞장서는 리더가 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을 크게 고무하게 된 것이다.


김영삼은 이철승에 1차 투표에서는 졌으나 3위 후보인 이기택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2차 투표에서 11표 차 역전에 성공했다. 1차와 2차 사이 막간에는 후보들끼리 치열한 협상과 설득, 거래가 이뤄졌고 야당 총재 선거에 긴밀히 개입한 경호실장 차지철 등 정권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마포 신축 당사(당시 야당 사정으로는 어림없는 빌딩이었으나 정권이 이철승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 지어졌다) 바깥에는 이기택에게 김영삼을 지원하라는 지지자들의 고함과 응원으로 시끌벅적했다. 필자는 이 군중들 틈에 끼여 영문도 모른 채 김영삼의 얼굴이나 한번 보려고 당사 마당에 끝까지 서서 전당대회를 지켜보았다.


이윽고 김영삼이 2층인가 3층인가 유리창 밖으로 이기택의 손을 잡고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였다. 박정희 유신 정권은 그로부터 5개월 후 김영삼 의원 제명->부마사태->10.26 사건을 차례로 거치며 무너졌다.


11일 국민의 힘 당 대표 후보 이준석은, 자신이 압도적으로 1등을 달려 온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를 현실로 연결하게 해 36세 제1야당 당수 시대를 열었다. 김영삼 때와 그 스릴의 정도와 느낌은 다르다. 정권교체의 확실한 서막이 올랐다는 점에서 데자 부 같은 게 있는 것이다.


이준석 전에 오세훈과 박형준이 먼저 작은 정권교체의 맛을 반 문재인 정부 국민들이 보게 해줬다. 이 세 사람은 강경 보수 쪽보다는 중도적 이미지에 합리와 실력을 갖춘 연성 인물들로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이 이미지가 문재인 집권 세력의 잘못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보수 정당 지지가 급증했다. 지난 4.7 보궐선거 결과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위선과 무능, 그리고 부동산 등 여러 실정에 실망하고 분노한 민심이 내린 철퇴였다. 국민의 힘은 이 민심 이반으로 손쉬운 승리를 낚을 수 있었다.


이준석의 보수 제1야당 당수 선거 승리는 4.7보선 민심이 그대로 옮겨진 것이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쓴 대로 국민들은 586 운동권 출신이 주축인 진보좌파 정권의 진짜 실력과 도덕성, 이념적 지향을 체험하고 진절머리를 냈다. 이 사람들이 계속 집권한다면 나라를 거덜 내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그 민심이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한 진지를 야당에 마련해 준 것이다.


이준석은 그 진지의 사령탑이다. 국민들은 나라 지도 세력의 변화를 위해 야당의 변화를 먼저 택했다. 친박이니 반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지겨운 계파 다툼 같은 것 제발 하지 말고 나라 망치는 위선적 진보좌파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는 부탁이요 명령이다.


이준석은 반드시 이길 사람을 야권 단일 후보로 세워 공정과 상식, 법치를 지키고 강화하는 정권으로 바꾸는 막중한 대업을 맡았다. 그는 이 일을 하려고 당 대표에 도전했다. 대변인단을 공개 선발하고 당직을 시험 봐서 실력 기준으로 뽑겠다는 등의 개혁은 그 목적을 위한, 달라질 수단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대선 승리다.


그의 대표 수락 연설 전문을 보니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라, 구체적 실행까지 생각하며 고심해서 작성한 듯한 ‘비빔밥 이론’이 특별히 눈길을 끈다. 준비를 많이 한 면모가 보인다. 안심이다. 36세 0선 야당 대표가 별로 불안해 보이지 않는다고 느낀 꼰대들이 필자 한 사람만은 아니었으리라.


1979년 김영삼에게는 민주화에 목말라 하던, 압제 치하에서 숨죽이고 있던 반 군사정권 국민들의 열렬한 응원이 있었다. 2021년 이준석에게는 거짓과 오만의 운동권 출신, 사이비 진보들에 염증을 느끼는, 공정과 상식 회복을 바라는 국민들의 뜨거운 기대가 있다.


이준석의 보수 제1야당 대표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의 지도력에 행운이 따르기를 정권교체 열망 독자들과 함께 빈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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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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