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본 얼티메이텀> 선전, 코미디 영화 기대 이하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추석 시즌의 올해 성적표는 대박보다는 ‘평준화’ 현상으로 나타났다.
추석 시즌에 개봉한 신작들은 한국영화와 외화를 합쳐 무려 11편. 배급사 집계에 따르면, 추석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22일에서 26일까지 관객동원 1위를 차지한 작품은 곽경택 감독의 <사랑>으로, 전국 400개 스크린에서 약 8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한주 앞서 개봉한 할리우드 첩보 스릴러 <본 얼티메이텀>은 추석기간동안 300개 스크린에서 75만 명을 동원하며 2위에 머물렀으나, 같은 기간 서울 관객수(25만)와 총 누적 관객 수에서는 약 150만 명으로 전체 1위를 유지했다. 이밖에도 나문희 주연의 코미디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이 추석 시즌동안 약 64만(전국 약 120만)관객을 동원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개봉한 <타짜>나 2005년 <가문의 위기>처럼 특정 작품의 독주가 없었던 대신, 세 작품이 100만 관객 이상을 돌파하며 고른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작품의 편수와 장르가 다양해졌고, 명절 시즌의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코미디 장르 영화들이 비교적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이 이번 추석 시즌의 특징이라 할만하다.
<사랑>은 <친구>, <똥개>등의 영화에서 주로 남자들의 이야기를 즐겨 다루던 곽경택 감독이 처음 시도한 멜로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사랑이야기를 표방했지만, 영화의 본질은 여전히 곽경택 특유의 ‘싸나이’ 예찬론이다.
전작이 남자들의 우정, 의리, 신념 같은 덕목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사랑>은 첫사랑에 맹목적인 순정을 바치는 우직한 ‘남성 순애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극히 통속적이고 전형적이면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곽경택 감독 특유의 힘 있는 연출력, 주진모, 박시연, 김민준같이 그동안 저평가받았던 젊은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 변신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본 얼티메이텀>은 올 시즌 내내 한국 극장가를 강타했던 헐리우드 ‘속편’ 열풍의 마지막 주자로 평가된다. 로버트 러들럼의 동명 소설 시리즈를 영화화한 <본 얼티메이텀>은 <007>, <미션 임파서블> 등에서 과장된 SF 무용담으로 변질된 최근 영화들과 달리, 고전첩보물의 미덕 속에 현대 테크놀로지와의 조화를 가장 이상적으로 결합한 웰메이드 첩보액션으로 호평을 얻었다.
기억을 잃어버린 전직 암살자라는 전형적인 소재 속에 이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인 정교한 자동차 추격전과 치밀한 두뇌게임. 박진감 넘치는 맨손 격투씬과 해외 로케이션 등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코미디와 드라마에 치우친 추석 시즌에 유일하게 화려한 볼거리를 갖춘 정통액션영화라는 점도 오락물을 선호하는 팬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요인.
반면 조폭코미디의 대명사로 꼽히는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상사부일체>나, 이준익 감독(왕의 남자)의 차기작 <즐거운 인생>은 모두 기대에 비해 다소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상사부일체>는 비슷한 소재와 웃음 공식을 무대와 배우만 바꾸어 반복하는 단조로운 재탕에 관객들이 싫증을 느꼈고, <즐거운 인생>은 뛰어난 연기와 드라마의 흡인력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스타나 볼거리가 없다는 점이 초반 시선을 잡아끄는데 한계로 작용했다는 평가.
또한 이번 추석시즌에 이렇다 할 대형 흥행작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켜줄만한 작품이 부족했다는 해석도 된다. 연휴 기간 상위 5위권 안에 든 작품들의 서울 총 관객 수는 약 88만 3,000명으로, 올해보다 연휴가 하루 짧았던 지난해 4일간 83만4,000명이 든 것보다 일일 평균 관객은 훨씬 떨어진 수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한국영화 화제작들이 모두 여름 시즌에 대부분 개봉을 마치면서 올해 추석 극장가는 개봉 편수에 비해 중량감이나 완성도가 모두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수기에도 할리우드 영화와 관객 수를 양분해야할 정도로 한국영화의 뒷심과 상상력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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