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잉글랜드에 완패했다.
러시아는 1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뉴엠블리 구장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유로2008 E조 예선서 0-3으로 대패, 조 3위로 추락하며 본선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이날 경기서 러시아 국가대표 골키퍼인 브야체슬라프 말라페예프(제니트)는 이고르 아킨페예프 대신 선발 출전해 각오를 불태웠지만 잉글랜드의 파상공격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1-7 악몽’ 말라페예프, 소속팀-대표팀서 힘든 시간 보내
러시아는 지난 유로2004와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서 말라페예프를 주전 수문장으로 내세웠다. 세르게이 옵친니코프에 이어 2인자로 인정받던 말라페예프는 소속팀 제니트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고, 게르오니 야체프 감독으로부터 주전 수문장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기세등등하던 말라페예프에게 시련의 계절이 찾아왔다. 2004년 10월, 러시아가 월드컵 지역예선서 포르투갈에게 1-7 대패를 당했기 때문. 당시 러시아 언론들은 “우리가 언제 이렇게 대패를 당했는지 기억조차 없다”며 야체프호(號)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야체프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고, 급기야 자진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그리고 야체프 감독 사퇴의 뒷이야기가 공개되며 러시아 축구계는 또 한 번의 충격에 휩싸였다. 사실 야체프 감독에 대한 러시아 대표선수들의 불만이 고조에 달해 보이지 않는 보이콧, 즉 ‘왕따’를 시켰던 것.
또한 러시아 서포터즈는 야체프 감독이 공격수 드미트리 블리킨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야체프 감독과 블리킨의 대표팀 제외를 강력히 요구한 바 있고, 이에 선수들도 사실상 동참한 셈이었다.
결국, 유리 쇼민 감독 체제에 놓인 러시아 대표팀은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대수술에 들어가게 됐다. 이 때, 말라페예프는 포르투갈전 7실점에 책임을 지고, ‘무서운 10대’였던 이고르 아킨페예프(CSKA 모스크바)에게 주전 수문장 자리를 넘겨줘야만 했다.
팬들도 ‘무기력한’ 말라페예프에게 많은 비난을 쏟아냈고, 이후 그는 아킨페예프의 후보 골키퍼로 등록되거나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급기야 소속팀 제니트에선 슬로바키아 출신 카밀 촌토팔스키가 최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며, 말라페예프의 자리를 차지했다. 근 1년 만에 제니트서 자신의 입지를 찾긴 했지만, 여전히 대표팀에서의 위상은 돌아오지 않았다.
말라페예프는 “당시 7실점은 커리어에 있어서 큰 충격”이었다면서, “나의 백업이었던 아킨페예프에게 대표팀 골키퍼 자리를 내줄지 몰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그는 “그 시기에 맞춰, 카밀(촌토팔스키)이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따라서 졸지에 대표팀과 소속팀서 2인자로 전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말라페예프, 러시아 대표팀의 백업 골키퍼…또 다시 찾아온 대패의 악몽
히딩크 감독은 지난 마케도니아와의 예선전서 장기 부상으로 고전 중인 아킨페예프 대신 블라지미르 고블로프(CSKA 모스크바)를 투입, 뜻밖의 선택을 했다. 고블로프는 16세, 21세 대표팀을 거치긴 했지만 성인 대표팀 A매치 경험이 전무 하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의지는 단호했다. 28세의 말라페예프 대신 젊고 유능한 골키퍼들을 한 번이라도 더 실전에 투입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 때문.
히딩크 감독은 “아킨페예프는 러시아 최고의 골키퍼”라 칭송하면서도 “제2의 아킨페예프를 찾기 위해 청소년 대표팀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히딩크 감독이 말라페예프를 더 이상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히딩크 감독은 ‘불가피’하게도 잉글랜드 전에서 말라페예프를 선발로 내세웠다. 아킨페예프의 부상과 고블로프의 퇴장으로 인해 대체 선수가 없었기 때문. 히딩크 감독은 “말라페예프는 이번 기회가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0-3 패배로 인해 말라페예프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게 됐다.
또한 러시아는 포르투갈에게 1-7로 패한 이후, 국제대회 17경기 만에 패를 하며 무패 행진 기록은 깨졌다. 그리고 최근 패배한 2경기에서 러시아의 수문장은 말라페예프가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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