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주국 영국에서는 훌리건의 악명이 높다.
훌리건은 축구장 서포터가 아닌, 축구장 난동꾼이다. 축구에 대한 지나친 열정이 문제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차서 문제다.
훌리건은 취업난, 빈부격차, 흑백갈등 등 사회에서 받는 각종 스트레스를 신성한 축구장에서 토해낸다. 기물을 때려 부수는 것은 기본이고, 선수들을 향해 모욕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더러운 신발로 경기장에 난입해 정돈된 잔디밭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축구 선수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져야 마땅한 경기장 주변이 훌리건의 오물과 패싸움에 의한 피비린내가 대신하는 셈이다.
영국 경찰은 ‘신사의 나라’ 이미지에 먹칠하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자국 축구장 난동꾼들을 퇴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지난해 독일월드컵에서는 훌리건으로 지목된 과격분자들의 독일행 여권을 빼앗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 훌리건은 바퀴벌레처럼 생명력이 길고 영리해 사회규범 망을 잘도 피해낸다. 지난해 월드컵 진행 중에도 독일 현지 훌리건과 충돌해 말썽을 일으켰다.
영국 경찰의 훌리건 완전정복(?)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노출된 훌리건뿐만이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에 억눌린 잠재적 훌리건 수를 감안한다면, 영국 경찰 병력은 절대 부족하다.
문제는 영국 축구계의 암적 존재와 같은 ‘훌리건’이 한국의 ‘일부’ 젊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 모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설기현과 박지성, 이영표 등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안방에서 영국축구장 풍경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양날의 검일까.
한국의 축구장 난동꾼들은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을 향해 인신공격을 하거나 침을 뱉는다. 이천수가 과거 K리그에서 관중석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든 것도 한국형 훌리건의 도발에 의해서다. 수원 삼성 서포터가 이천수를 향해 모욕적인 플랜카드를 든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천수는 참다못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응수(?)했다.
최근에는 냉정하기로 소문난 안정환이 한국형 훌리건의 인신공격에 자제력을 잃고 관중석에 난입했다. 안정환은 2군 경기에서 상대팀 서울 서포터의 지나친 야유와 도발에 휘말렸다. 프로축구연맹은 12일 안정환에게 상벌위원회 출석을 요구했다. 그리고 안정환의 관중석 난입 시발점이 된 서울 서포터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FC 서울 2군 경기 운영 측에 출두명령을 한 것.
안정환은 프로축구연맹의 징계를 면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축구생산자인 ‘선수’와 축구소비자인 ‘축구팬’ 상호관계에서 볼 때, 안정환 퇴장 행동은 분명 적절치 못했다.
그러나 축구선수도 축구생산자 이전에 인간이다. 한국축구 톱 공격수였던 안정환이 2군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음에도 악동 축구팬들은 안정환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건드렸다.
영국 축구계의 ‘암적 존재’ 훌리건을 따라하는 한국의 일부 젊은 축구팬들의 모양새가 절대 좋아 보일 수 없다. 안정환이 상대팀 선수라도 라이벌 이전에 인간이기에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게 도리다. 스포츠는 정정당당함으로 승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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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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