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최욱일씨 사건의 씁쓸함

윤경원 기자

입력 2007.01.05 17:07  수정

정부의 첫째 의무는 자국민 보호…대북정책과 납북자문제 별개로 인식해야

지난해 말 탈북해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납북어부 최욱일(67)씨가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도착한다고 한다. 정부관계자는 5일 오전 최씨의 신병을 인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최씨는 강제로 납북된 지 31년만에 꿈에도 그리웠던 한국땅을 다시 밟게 될 예정이다. 자신의 절박한 도움요청을 홀대하고 외면하려했던 조국을 말이다.

이번 사건은 많은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납북자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냉랭한 태도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중국 선양 한국영사관은 한국행을 요청하는 최씨 부부의 전화에 ‘전화 돌리기’로 책임을 회피하는가 하면 담당자조차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박대했다.

탈북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자력으로 사선(死線)을 넘어 마지막 도움을 요청하는 국민을 뒤늦게나마 보호하는 것마저 외면한 정부였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동영상으로 세상에 공개되면서 물의를 빚자 외교통상부는 4일 홈페이지에 이번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게시하고 사과했다. 논란 이후 하루만에 최씨의 중국행이 전격 결정된 것이다.

만약 이번 영사관 직원의 불친절이 논란이 되지 않았다면 최씨의 한국행을 위한 정부의 중국과의 교섭이 이렇게 서둘러 해결됐을 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휴전이후 우리나라의 납북자는 460여명에 이르며 이들은 30년이 넘도록 북측에 억류돼 귀환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를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이유로 외면해왔다. 단지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 ‘끼워 넣기용’으로 한두명을 만나게 해주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던 게 그간의 실정.

지난해 이슈가 됐던 납북자 김영남 사건 당시 그의 모친과 누나가 일본 국회에서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정부에 가족의 상봉을 요청한 적이 있다. 자국민의 신변요청을 일본정부에 했어야 했던 낯 뜨거웠던 사건으로 납북자 문제에 대한 우리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야기한 굴욕적 단면이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북한의 납치를 납치라고 말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는 비겁하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아무것도 안 할 것으로 본다”며 공공연히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는 2002년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방북 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시인·사과를 받아내고 5명을 귀환시킨 바 있다. 반면 우리정부는 햇볕정책이라는 명목하게 지금까지 수많은 ‘당근’을 제공했음에도 납북자 한 명을 떳떳이 데려온 적이 없다. 오히려 ‘납북’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행사장에서 국내 기자가 취재도구를 빼앗기고 쫓겨나는 수치를 겪고 있는 실정.

급기야는 작년 5월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본을 방문해 납북자 구출을 위한 한일연대 집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열린우리당은 친일 매국행위로 매도하기까지 했었다.

정부는 북한과의 화해와 교류를 들며 이 문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공연히 항변한다. 그 ‘대의’를 위해 그토록 노력한 결과가 자국민의 ‘굴욕’과 정부에 대한 불신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나보다. 북한의 핵개발과 핵실험으로 그 화해와 교류라는 명분도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듯 하지만 말이다.

정부의 첫째가는 기본 의무는 자국민 보호다. 북한과의 화해·교류라는 대북정책과 납북자 문제는 별개로 인식하는 것이 정부가 이 문제를 대하는데 있어 첫 번째 가져야 할 자세다.

이 문제와 관련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발표한 논평이 우리 국민의 비참한 심정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납북자 문제와 북한 내 국군포로 귀환문제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당연한 의무인데도 정부는 오로지 북한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납북자 문제에 관해 말 한 마디조차 시원하게 못 꺼내고 있다. 오로지 북한의 눈치보기에 급급하여 납북자 문제에 관해 말 한 마디조차 시원하게 못 꺼내는 정부의 무능과 무개념을 탓하는 것에도 국민들은 이미 지쳐버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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