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조' 발뺌에 '영토 침범 응징' 위협하는 북한
현장의 단호함 넘어 흔들림 없는 국가적 기준선 세워야 할 때
9월 30일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민간인통제선 지역에 지뢰 경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또다시 선을 넘었다. 이번에는 말이 아니라 지뢰였다.
지난 9월 21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 3명이 다쳤다. 두 명은 중상이었다.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의 공동조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판단은 명확했다. 폭발물의 성분과 파편, 현장에서 추가 수거된 지뢰의 형태와 매설 양상을 종합하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수지 반보병지뢰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유엔사는 이를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결론 내렸다. 여기까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팩트의 영역이다.
그러나 사건 이후 북한의 행태는 놀랄 만큼 북한다웠다. 김여정은 우리 군의 조사 결과를 부인하며 ‘자작극’, ‘날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외무성은 우리 군의 정당한 지뢰 제거 작업을 문제 삼으며 "영토를 1㎜라도 침범하면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몰래 지뢰를 매설해 우리 장병을 다치게 한 북한이 사과는커녕 피해자인 대한민국을 향해 적반하장식 협박을 쏟아낸 것이다.
다행히 우리 군은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응수했다. 군은 폭발의 원인이 된 MDL 이남 북한군 지뢰지대에 대한 전격적인 제거 작전을 단행하며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적의 도발로 피를 흘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위험천만한 현장에 또다시 우리 장병들을 투입해 지뢰를 제거하는 사후 수습 방식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현장의 위험과 부담을 청년 장병들의 용기와 희생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지뢰 제거와 같은 불가피한 현장 조치는 원격·무인 장비 등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나아가 사후적으로 위험을 제거하는 데 그치지 말고, 도발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근본적인 군사·외교적 대응을 강구해야 한다.
다행히 외교 당국도 안보리 차원의 대응과 독자 대북 제재 등 후속 조치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외적으로 발신되는 정부의 메시지 관리는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군이 전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제거 작전을 펴는 엄중한 상황에서, 대북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선 대 선'을 통한 대화 해법을 거듭 강조했다.
남북관계 관리와 장기적인 대화 모색의 필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문제는 대화의 의지가 아니라 그것이 발신되는 시점과 메시지의 위계다. 우리 장병들이 전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지뢰를 제거하고 있는 순간에도 대화와 관계 개선을 앞세운 메시지가 반복된다면, 우리의 대응 의지가 분산돼 있다는 오판을 북한에 불러일으킬 수 있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 단호한 책임 추궁과 원칙적 조치가 결국 북한의 유감 표명을 끌어냈던 선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2015년과 지금의 한반도 정세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됐고 남북관계의 제도적 기반도 크게 달라졌다. 그렇다고 달라져서는 안 되는 원칙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북한에 보내야 할 메시지는 명료하다.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고, 정전협정 위반을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다.
이는 대결을 조장하는 ‘강경책’이 아니라, 주권 국가라면 행사해야 할 최소한의 자기방어이자 주권의 표현이다. 현장의 군사적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교적 대응과 필요한 제재 조치를 병행하고, 정부의 대북 메시지 역시 하나의 원칙 아래 일관되게 발신해야 한다.
상대가 선을 넘고 협박까지 하는데, ‘평화’나 ‘긴장 완화’를 앞세워 대응 원칙마저 흐려서는 곤란하다. 진정한 평화는 상대의 호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결코 양보하지 않을 원칙을 분명히 할 때 지켜질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지뢰를 묻었고, 발뺌했으며, 사과를 거부한 채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군사적 대응에 그치지 않는 국가적 후속 대응이다. 북한이 결코 넘을 수 없는 '억제의 기준선'을 대한민국이 단호히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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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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