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한동훈에 적개심 드러낸 金
대여 공세로 수세 몰리자 '제거' 의도
이미 이진숙 '의원직 정지' 추진 예고
野 일부선 이슈 전환 위한 '의도성' 의심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수첩에 적힌 메모를 살펴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진보 세력과의 연대 및 중도·보수 세력과의 대화를 강조해 온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메모 한 장으로 야권의 반발을 사게 됐다. 자신의 수첩에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 이름 옆에 'OUT'이라고 적으면서 적개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에선 대여 공세로 주목을 받은 이들의 의원직을 상실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한 김 대표의 수첩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진숙, 한동훈 OUT'이라는 메모를 남겼다. 해당 메모는 김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수첩을 살펴보던 중 데일리안 취재 카메라에 포착됐다.
야권에선 김 대표가 이들에 대해 'OUT'이라고 적은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론 이진숙·한동훈 의원에 대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통한 의원직 제명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 중론이다. 이 의원의 경우 5·18 광주 민주화운동 왜곡 논란이, 한 의원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관련해 불법 유출 논란이 제명 사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의원에 대한 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은 지난달 26일 여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결의지만, 민주당은 이후 윤리위가 구성되는 즉시 이 의원에 대한 실제 징계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김 대표는 이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되던 지난달 15일 나주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연설회에서 이 의원을 향해 "5·18을 폄훼해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할 수 없다면 국회법을 고쳐서 1년 자격 정지를 내릴 수 있게 해서 실질적으로 국회에서 'OUT' 시키겠다"고 말했다.
당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도 이 의원에 대한 제명 필요성을 부각했는데, 국회법을 개정해서라도 이 의원의 의정활동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선 국회 윤리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이뤄져야 한다. 200석이 필요한 만큼, 김 대표는 민주당 의석(161석)으로도 가능한 법 조항을 새로 만들어 1년간 직무를 정지 시기켔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일 먼저 이 의원 거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현행법상 만약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이라든지 처리 절차에 있어서 3분의 2 조항 등으로 제명이 어렵다면, 국회 전체에서 본회의를 통한 과반 의결로 자격정지라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한 의원 역시 국회의원직 제명이 아닌 '의원직 자격 정지'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한 의원은 김 후보자의 청탁 의혹과 관련해 검찰 내부 문서와 통화 녹취를 잇달아 공개하면서 청문회 국면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 의원이 공개하는 자료가 검찰 내부 자료인 만큼 '불법 자료 유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의원 역시 이 의원처럼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 위반과 국회 명예·권위 실추가 사유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한 의원은 이번 김 대표 수첩 사태에 대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노상원 수첩을 흉내 내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정치인 수거 대상을 수첩에 적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이다.
김 대표는 우선 한 의원이 제기한 의혹 관련해 진상 조사 후 유출자 전원을 의법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후보자 관련 검찰 내부 자료가 불법적으로 한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점을 확인하려는 조치로 보이며, 이를 명분 삼아 한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시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숙(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본회의 자리부터 섞어 앉자. 당별로 말고 가나다순으로 앉으면 어떤가"라고 제안한 이후, 연설이 끝나자 국민의힘 쪽으로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등 협치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번 수첩 사태를 계기로 김 대표가 협치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의회 독재를 하려는 것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을 치졸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제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제1여당의 대표가 제거할 인사의 이름을 사실상 '데스노트'에 적은 것인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 섞어 앉자고 앞에선 제안하고 뒤에선 데스노트를 적는 모습은 정말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당 관계자도 "김 대표가 이진숙·한동훈 의원을 제거하기 위한 시나리오로 윤리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여야 의원들 섞어 앉자고 얘기하더니, 속마음은 자기한테 가장 거슬리는 이진숙·한동훈 의원을 아웃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김 대표와 민주당이 이들을 부각해 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선 한 의원이 '김승원 저격수'로 부각되는 것이 민주당 입장에선 부담으로 느껴 이슈를 전환하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친한계 의원은 "모든 카메라가 자기한테 집중되는 것을 알고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실수보다 일부로 흘렸을 수도 있지 않나 싶다"며 "지금 한 의원의 김 후보자 공세가 너무 집중된 데다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으니 이슈를 환기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다른 친한계 의원도 "의도성이 보이는데, 김 대표는 자기가 가장 얄미운 사람을 가지고 블랙리스트나 살생부를 만든 것 아닌가"라면서 "특히 지지자를 상대로 보라고 한 것 같은데, 휴대전화도 아니고 눈에 확 띄는 수첩을 들킨 것을 보면 일부로 찍어보라 한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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