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고 돈을 받자' 구호 외치던 용혜인 장관 후보자
다같이 놀면 세금은 누가 내고, 무슨 돈으로 기본소득 지급하나
비례대표 의원, 장관 투잡 뛰고, 국고보조금으로 남편 월급까지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익숙한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뜨고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오늘 하루 내 몸과 정신을 괴롭힐 일정이 머릿속에 흐르면서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요즘같이 아침부터 더운 계절에는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10여분의 시간도 고되다.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데 작은 체구의 여성이 휙 앞질러 간다. 보폭이나 근육량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속도를 내는 그의 목덜미를 따라 시간에 쫓겨 몸을 혹사시킨 대가를 상징하는 두 줄기의 땀이 흐른다.
꽤 이른 시간임에도 지하철 플랫폼에는 많은 이들이 몰려 있다. 앞선 수십 곳의 정류장에서 올라탄 승객이 누적된 지하철 안은 더 붐빈다. 누구에게도 내키지 않는 길이지만 밥벌이를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토록 많은 이들이 지하철에 고단한 몸을 싣고 서로의 등짝을 지지대 삼아 선 채로 출근길을 견딘다.
이렇게 매일 힘들게 출근해 가며 받아 든 월급명세서는 항상 아쉽다. 한 달 노동의 대가는 눈 깜깍할 사이에 통장을 스쳐 지나간다. 그 와중에 일주일치 일당은 됨직한 금액이 빠져나간 각종 세금 등 공제 항목을 보면 부아가 치민다. 과연 저 돈은 내가 일주일 출근길을 견디며 납부한 보람을 느낄 만큼 가치 있는 곳에 쓰이는 걸까.
휴대폰을 꺼내 출근길 뉴스를 살펴보니, 재선 국회의원이자 어쩌면 장관이 될지도 모르는 용혜인이라는 사람의 소식이 신경을 긁는다. 내 월급에서 떼간 세금을 가장 많이 받아먹는 두 가지 고임금 일자리로 투잡을 뛰겠다니!
그는 한때 “일하지 않고 돈을 받자(No work, Yes money)”는 구호를 내건 시민단체 ‘기본소득정치연대’에 몸담았었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만 일어나면 됩니다. 기본소득으로 게으를 권리를”, “인생 별거 없다. 오늘을 살란다. 기본소득 받자!”는 홍보문구가 이 단체를 통해 나왔다.
기본소득정치연대가 됐든, 지금 그가 이끄는 기본소득당이 됐든, 지향점은 모든 국민이 나랏돈으로 기본소득을 받자는 것이다. 나랏돈은 국민이 내는 세금에서 나온다. 세금을 내려면 일을 해서 직접 수익을 창출하거나 임금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일하지 말자느니, 한 달에 한 번만 일어나자느니, 게으를 권리를 행사하자느니 하는 모순된 구호를 외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꼭두새벽부터 힘들게 출근해 종일 업무에 시달려가며 월급받아 세금 내는 사람 따로 있고, 그 세금으로 기본소득 받아 놀고먹는 사람 따로 있다면 누가 일을 할 것인가. 개미와 베짱이도 아니고.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성평등가족부 장관 지명 이후 불거진 용혜인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들을 보면 세금이 더 아까워지고 일하기 싫어진다.
용 후보자는 한 번 만으로도 엄청난 특혜로 여겨지는 비례대표 의원을 두 번이나 해 먹는 호사를 누리고도 입각을 하게 된다면 비례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이 비례대표직을 포기하고 다음 순번으로 넘길 경우 기본소득당이 의석을 잃어 원외 정당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기본소득당은 한 자리의 의석을 가진 덕에 연간 수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그 돈은 용 후보자 뿐 아니라 기본소득당에서 고위 당직자를 맡고 있는 그의 남편에게 월급을 주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비례대표 의원과 장관 자리를 둘 다 움켜쥔 채 보수는 양쪽으로 받고, 당으로 지원된 국고보조금의 상당액도 부부가 야무지게 챙겨 먹겠다는 소리를 ‘열심히 일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물론 용혜인 후보자의 그간 의정활동과, 정치적 지향점에 지지를 보내며 그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세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런 생각을 했으니 그를 장관으로 지명했으리라.
하지만 난 용혜인 부부가 이중, 삼중으로 보수를 타먹고, 그가 ‘일 안하고도 돈 버는 자들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허황된 메시지를 던지는 데 일조하려고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서 출근길에 시달리는 게 아니다. 그렇게 힘들게 번 내 돈에서 한 움큼 떼어간 세금이 그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치가 떨리게 싫다.
ⓒ데일리안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