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없는 개혁신당, '제3지대' 실험 실패?…'합당-자강' 갈림길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6.08.31 06:30  수정 2026.08.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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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2년여만에 '4번째 당대표' 선출

역대 대표 '쇄신 실패'로 불명예 퇴진

당내 일부서도 '당 존립' 우려 고조

"자강론 포기 안 해"…개혁 고삐 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8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개혁신당이 사실상 당의 핵심인 이준석 전 대표 없이 운영돼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거대 정당에 맞서기 위한 제3지대 정당으로서 역할을 자청했지만, 잇따른 쇄신 실패에 입지가 좁아진 실정이다. 차기 당대표의 역할에 따라 당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전 대표 사퇴 사태와 차기 전당대회 계획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당내 따르면, 지도부 총사퇴에 따른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출범 등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계획이 종합적으로 설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은 당대표가 궐위되면 2개월 안에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요건은 당헌·당규에 없는 탓에 사실상 올해 말 안에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해 이 전 대표 사퇴에 따른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


개혁신당은 이로써 4대 당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 2024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을 창당한 이 전 대표가 초대 당대표로 추대된 이후, 당은 2년 반 만에 4번째 당대표를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당대표 교체 과정이 모두 당내 갈등과 맞물리면서, 거대 정당의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창당된 당의 정체성이 빛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개혁신당은 초대 당대표인 이 전 대표는 22대 총선에서 원내 정당 입성이라는 과제를 달성하자, 후임 양성 차원에서 당대표직에 물러났다. 이후 첫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허은아 전 의원(현 청와대 국민통합비서관)은 당 쇄신안을 관철하지 못한 채 친이(친이준석)계와 갈등을 벌이다가 '당대표 직무정지' 사태를 맞았다. 당을 둘러싼 갈등에 결국 허 전 의원과 초대 정책위의장이었던 김용남 전 의원은 21대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고, 이재명 정부의 중도·보수 외연 확장의 한 축으로 역할하고 있다.


당은 지난해 1월 천하람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다, 21대 대선 당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 전 대표 중심으로 다시 모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대선임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는 소수당의 한계를 뚫고 '8.34%'(291만 7523표)를 득표하는 성과를 내면서 제3지대 정당의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를 통해 3대 당대표로서 다시 당무 전권을 얻었지만, 23대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시험대인 6·3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단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더욱이 선거 대패보다 당의 존립을 크게 흔든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의 '테러 자작극'으로 인해 당의 '개혁' 정체성은 크게 훼손됐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2개월여 만에 이 전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자진사퇴했다. 그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선거 이후 당에 쇄신안을 제안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설득해 내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표인 저에게 있다"는 말만 남긴 채 떠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쇄신안이 관철되지 못했다는 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당내 따르면 대표적으로 '23대 총선 체제 전환'을 둘러싼 이견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접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결국 개혁신당은 역대 당대표가 쇄신안을 관철하지 못해 불명예 퇴장한 탓에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 양당 기득권에 맞서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한 정당이 여러 갈등에 당대표 궐위 사태가 잇따라 불거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창당 주역인 이 전 대표조차 당 쇄신을 관철하지 못하고 자진사퇴하자, 정치권은 물론 당내 일부에서도 당 존립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한 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의 지분이 높은 정당에서 이 전 대표가 없다면, 당은 과거 '허은아 체제'처럼 또다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더 큰 문제는 당의 인적 자원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가 누가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고, 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 위기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선 개혁신당이 국민의힘에 사실상 흡수 합당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치러지는 23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에 맞서기 위해선 보수 정당 간 선거 연대 필요성은 제기된 바 있지만, 그러나 국민의힘 입장에선 현재 정당 경쟁력을 잃은 개혁신당과 '당 대 당' 선거 연대 방식보다 흡수 합당을 하는 것이 주도권 확보에 용이하다는 관측이다.


개혁신당이 차기 총선에서도 독자 노선으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도 있지만, '지지율 3%' 꼬리표가 붙은 상태론 현재 3석도 지키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다른 정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이른바 '자강론'을 고집하겠다는 입장인데, 그만큼 차기 지도부가 풀어야 할 과제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당 핵심 관계자는 "개혁신당 구성원 대부분은 국민의힘 출신으로서 과거 보수 정당끼리 뭉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21대 총선에서 대패한 것을 경험한 사람들로서, 합당을 주장하는 부류는 '통합 정당'의 말로를 모르지만 개혁신당은 알고 있다"면서 "우린 누가 뭐라고 해도 '자강'으로 갈 것이며, 합당은 절대 없다. 어떻게든 심폐소생술이라도 해서 당을 자강해야 하며, 차기 지도부가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면 우리 주장과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개혁신당의 4기 체제가 당의 존립이 결정될 분수령이라고 분석한다. 아직 개혁신당은 '이준석'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당세가 약화된다고 해도 존립 위기까진 아니라는 것이다. 이 핵심 관계자도 이 전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차기 지도부가 출범하게 된다면 이 전 대표를 포함해 원내 의원들이 협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개혁신당 지방선거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제3지대 실험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으며, 차기 총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에 흡수 합당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이 전 대표라는 상품성 있는 인물이 21대 대선에서 존재감을 보여줬기 때문에 아직 기회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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