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은 빠지고 통합은 꼬이고…김민석號 '원팀' 구호만 요란하다 [기자수첩-정치]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6.08.31 07:00  수정 2026.08.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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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지지 기반 호남서 민심 이반 조짐

대통합 목소리엔 '잡탕연합' 우려 나와

계파 봉합·범진보 진영 관계 재정립 시급

李정부 성공 위해선 일관된 리더십 필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생, 민생, 민생."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 지도부 출범 이후 가장 강조한 단어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성과를 만들겠다는 게 김민석호(號)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출범 직후 민주당을 둘러싼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지율은 하락하고,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는 민심 이반 조짐까지 나타났다. 야심차게 꺼내든 범진보 대통합 카드 역시 핵심 파트너인 조국혁신당과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전당대회를 통해 김민석 대표를 새 수장으로 선출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도 거듭 나왔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끝난 뒤 민주당 지지율에서 이른바 '컨벤션 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2~23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실시해 25일 공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39.8%를 기록했다. 2주 전 조사보다 4.9%p 떨어진 수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0~21일 실시해 24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1.9%로 직전 조사 대비 6.0%p 떨어졌다. 더 뼈아픈 대목은 호남이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55.7%로 직전 조사보다 무려 21.2%p 급락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였다. 두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지지율 하락을 김 대표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부동산과 고유가, 고금리 등 민생 현안과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새 지도부가 국민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느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부터 당내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새 지도부 출범 과정에서 청년 최고위원 인선을 둘러싼 친청계 최고위원들의 공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와 맞붙었던 정청래 전 대표 역시 45.92%의 당원 지지를 확보했다. 선거는 끝났지만 당내 긴장까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김 대표가 이를 의식한 듯 '원팀'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정치인들의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달라진 모습이다. 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통합'을 외친다고 국민이 곧바로 이를 신뢰할지는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김 대표가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꺼내든 '대통합'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박범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당대표 직속 대통합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진보개혁 세력뿐 아니라 중도·보수 세력까지 끌어안겠다는 구상이다. 추진단에는 조국혁신당과의 연대·통합을 담당하는 별도 분과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통합의 상대방인 혁신당은 환영하지 않았다. 사전 협의 없이 연대기구와 담당자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양당 간 '신뢰 회복'이 먼저라며 김 대표의 '흡수 합당' 표현에 대해 "솔직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포괄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는 '잡탕연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놨다.


합당을 논의하겠다면서 상대 정당과 기본적인 신뢰조차 충분히 쌓지 못한 셈이다.


더구나 양당의 갈등은 단순한 감정싸움에 그치지 않는다.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혁신당 측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고, 종합부동산세 등 정책 현안에서도 양당의 노선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이중당적 정리 문제까지 얽혀 있다. '대통합'이라는 한마디로 봉합하기에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다.


결국 김민석호가 지금 풀어야 할 문제는 너무 많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갈라진 계파를 봉합해야 하고, 밖으로는 혁신당 등 범진보 진영과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동시에 청년·중도층의 이탈을 막고 부동산과 민생 문제에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


최근 민주당 워크숍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나왔다.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유권자 분석에서는 2030 청년층의 민주당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당정 간 메시지 혼선과 집권여당으로서의 태도 또한 돌아봐야 할 문제로 거론됐다. 결국 민생 성과와 함께 정부와 당이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집권여당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와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관된 리더십이다. 지지율이 빠지는 상황에서 '민생'을 외치고, 당내 갈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원팀'을 강조하고, 상대 정당과 충분한 논의 없이 통합기구부터 띄운 뒤 '대통합'을 말한다면 자칫 모든 구호가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김민석호가 출범한 지 이제 막 2주가 됐다. 아직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출범 초반의 모습은 분명 중요한 신호를 보낸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민주당이 얼마나 많은 세력을 끌어모으느냐가 아니다. 민주당이 얼마나 제대로 일하느냐에 더 가깝다. 범진보 진영을 하나로 묶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지율도, 통합도 잡겠다는 김민석호의 구상이 자칫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이제는 구호보다 성과로 답해야 한다. '원팀'이라는 말이 더 이상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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