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형소법 거부권 미행사 시사…"입법권 부정할 정도 아냐"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8.04 10:37  수정 2026.08.04 10:39

"수사·기소 분리는 형사사법체계 정상화의 첫걸음"

"경찰 수사권 비대화 우려…후속 정비 반드시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수사·기소 분리를 규정한 개정 형사소송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다만 경찰로의 수사권 쏠림을 막기 위한 후속 입법과 제도 정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34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법률안(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위헌, 집행 불능, 국익 위배, 행정부 고유 권한 침해 등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거부권 행사는 의견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상대의 권한 행사 자체가 헌정질서에 위반돼야 상대의 권능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게 헌법학계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와 기소, 영장 청구 등 형사사법체계 전반에서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행사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검찰 집단이 사건을 덮거나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해 별건·먼지털이·표적 수사를 되풀이하면서 무고한 국민이 피해를 입고, 대다수 검사까지 이른바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썼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라며 "모든 권력기관을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형사사법체계의 선진적 정상화 단초가 마련됐지만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관련 법령이나 제도 정비 등의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사 체계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사의 공정성과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에는 인권 수호자로서의 책임을, 경찰에는 내부 비리 근절과 피해자 보호, 민주적 통제 강화를 각각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한 번의 제도 변경으로 쉽게 종결되는 개혁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며 "변경된 시스템이 원래 취지대로 작동하는지 세심하게 점검하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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