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 상품 거래대금 본주의 76.5%
현재 직접 수급 영향은 제한
미결제약정·헤지 확대되면
해외 청산 충격 번질 가능성 높아
SK하이닉스 연계 24시간 거래상품이 본주 거래대금의 76.5%까지 커지면서 해외 파생시장의 가격 급변과 청산 충격이 국내 증시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해외에서 24시간 거래되는 SK하이닉스 연계 상품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현재는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동안 글로벌 정보를 먼저 반영하는 ‘야간 가격표’에 가깝지만, 시장 규모와 미결제약정이 더 커지면 해외에서 발생한 가격 급변과 강제청산이 국내 증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iM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SK하이닉스 연계 상품 3개의 24시간 거래대금은 총 37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약 5조4700억원으로, 같은 날 SK하이닉스 본주 거래대금 7조1500억원의 76.5%에 달한다.
세 상품의 미결제약정도 총 13억1500만 달러(약 1조8800억원)에 이르렀다.
다만 무기한선물은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만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예를 들어 무기한선물에서 1억원 어치 거래가 이뤄졌다고 해서 SK하이닉스 본주 1억원 어치를 실제로 사는 것은 아니다.
매수와 매도가 상쇄되고 시장조성자도 남은 위험만 본주나 주식예탁증서(ADR)로 헤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적은 증거금으로 큰 금액을 거래하는 레버리지와 반복 매매까지 더해져 거래대금은 실제 본주 수급보다 크게 잡힐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국내 증시에 미치는 직접적인 수급 영향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가격 측면에서는 이미 뚜렷한 연동성이 나타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가 장 마감 후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과 다음 거래일 본주 시초가의 방향성을 분석한 결과, 무기한선물 가격이 오른 뒤 본주가 상승 출발한 비율은 95%였다.
반대로 무기한선물이 내린 경우 본주가 하락 출발한 비율도 78%로 집계됐다.
이는 무기한선물이 본주를 직접 움직였다기보다, 미국 반도체주와 메모리 업황, 환율 등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발생한 정보를 먼저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해외에서 형성된 가격이 다음 날 본주의 기준점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 가격발견의 중심이 국내 시장 밖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밤사이 무기한선물 가격이 개장 전 주문과 투자심리에 반영되면서 본주 시초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물 충격 해외로…커지면 본주로 되돌아올 수도
실제 지난달 28일 발생한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 대규모 청산은 국내 현물시장과 해외 파생시장의 연결이 어떤 위험을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줬다.
박성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NXT 프리마켓에서 SK하이닉스 한 주는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29.99% 낮은 127만2000원에 체결됐다.
이후 신규 매수 주문이 유입되면서 가격은 곧바로 170만원대로 회복했지만, 그 체결가는 이미 하이퍼리퀴드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의 오라클에 반영된 뒤였다.
이 여파로 무기한선물 가격은 약 17.9% 급락했고, 이 과정에서 5740만 달러(약 800억원) 규모의 롱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번 사례는 국내 현물시장의 일시적 가격 왜곡이 해외 파생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무기한선물 시장의 급변이 SK하이닉스 본주 수급을 직접 흔들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전문 시장조성자의 참여가 늘어날수록 해외 파생시장의 충격이 국내 현물시장으로 되돌아오는 이른바 '역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시장조성자가 무기한선물의 가격 위험을 줄이기 위해 SK하이닉스 본주나 ADR을 매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무기한선물과 현물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가 확대될 경우에도, 본주 수급과의 연결성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시장에서 대규모 청산이 발생하면 시장조성자의 헤지 포지션 조정이 국내 증시의 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무기한선물 미결제약정과 전문 시장조성자의 참여가 늘어날수록 헤지와 차익거래를 통한 간접적인 본주 매매도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생시장이 기초시장의 유동성보다 커질 경우 가격 왜곡을 노린 거래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박 연구원은 “호가가 얇은 NXT 프리마켓의 시초가를 움직여 해외 무기한선물의 청산을 유도하는 공격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거래가 의도적인 가격조작이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한 주의 체결가격이 대규모 파생상품의 청산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향후 이 구조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단순 거래대금보다 무기한선물의 미결제약정과 시장조성자의 본주·ADR 헤지 규모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해외 파생시장의 가격과 국내 본주 시초가의 연동성이 얼마나 강해지는지도 핵심 관건이다.
현재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은 본주 가격을 후행해 따라가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미결제약정과 시장조성자 참여가 늘어나면 해외 가격이 국내 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되고, 청산에 따른 헤지 거래가 본주 수급을 크게 흔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은 국내 현물시장의 가격 충격이 해외 파생시장으로 전파되는 구조지만, 파생상품의 덩치가 커지고 연결성이 긴밀해질수록 해외의 충격이 다시 국내 시장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