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잠수함만 노린 게 아니었다…한화가 캐나다에 심어놓은 공급망 [CPSP 뒷얘기②]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7.16 11:34  수정 2026.07.16 13:15

로비시트 하틀리가 지역구 의원과 소통한 날, 한화-알고마 MOU도 체결

10년간 순매출 3% 로열티 조항도...양 해안 MRO까지 포함된 공급망 구상

한화그룹은 지난 1월 26일(캐나다 현지 시간)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캐나다 철강, AI, 우주 분야 기업 5곳과 전략적 투자 및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한화오션은 캐나다 철강업체인 알고마 스틸과 캐나다 잠수함 사업 지원을 위한 MOU를 맺었다. 사진 왼쪽부터 필립 제닝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차관, 손재일 한화시스템 대표, 이반 장 코히어 공동 창업자,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빅터 피델리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한화그룹

지난 1월 26일, 한화오션은 캐나다 철강사 알고마 스틸과 3450억원 규모 형강공장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같은 날 한화오션 로비스트 브루스 하틀리는 이 지역구 하원의원 테리 시한과도 접촉했다. 본지가 캐나다 로비위원회 등록부를 확인한 결과다. 발표와 로비가 같은 날 손발을 맞춰 움직인 셈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는 밀렸지만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심어놓으려 했던 것은 잠수함 공급망만이 아니었다. 알고마 스틸과 한화오션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MOU는 두 갈래로 구성됐다. 2억 달러(약 2750억원)는 수세인트마리 형강공장 개발 지원금이고, 나머지 최대 5000만 달러(약 700억원)는 알고마 제품 구매 대금이다. 구매 대상에는 잠수함 건조뿐 아니라 노바스코샤(동부)·브리티시컬럼비아(서부) 양 해안에 조성될 잠수함 유지보수(MRO) 인프라까지 명시돼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보면 이 MOU에는 형강공장이 실제로 건설·가동될 경우 알고마 스틸이 10년간 매년 순매출의 3%를 한화오션에 지급한다는 조항도 담겨 있다. 다만 이 조항을 포함한 MOU 전체는 한화오션이 CPSP 계약을 확정하고 양측이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즉, 이 계약은 한화오션이 알고마 스틸에 투자금만 지원하는 구조가 아니라 형강공장 사업에서 장기 수익을 나눠 받고 잠수함 건조부터 사후 유지보수까지 공급망을 엮으려 한 구조였다.


MOU 체결일에 시한 의원을 만난 하틀리는 장 크레티앵 전 캐나다 총리의 수석보좌관 출신으로, 한화오션의 현지 대관 업무를 맡아온 인물이다. 그의 누적 소통보고서는 13건으로, 본지가 확인한 양사의 CPSP 관련 로비스트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한화의 캐나다 현지 프로젝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4월 캐나다자동차부품협회(APMA)와 현지 군용차량 생산 협력에 합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APMA·알고마 스틸과 K9 자주포·레드백 보병전투차 등에 캐나다산 철강을 공급하는 협력으로 확대했다. 한화오션은 같은 4월 노바스코샤 주정부, 어빙조선소와 잠수함 유지보수 협력도 논의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지난 6월 1일(현지 시간) 캐나다 자동차 부품 기업(Martinrea)을 방문해 자동차부품제조협회-한화오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캐나다 알고마스틸 간 4자 MOU 체결식을 하고 있다.ⓒ강훈식 비서실장 SNS

캐나다 정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결국 독일 TKMS를 선정했다. 한화오션의 CPSP 수주를 전제로 추진됐던 알고마 스틸과의 형강공장 MOU도 영향을 받게 됐다. 다만 한화와 알고마의 협력은 이미 조선업을 넘어 지상 방산 분야로도 확장된 상태였다.


이 지역구 하원의원 테리 시한은 승부가 갈린 뒤에도 알고마 스틸의 이해관계를 계속 챙겼다. 캐나다 현지 매체 수투데이에 따르면 TKMS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당일 밤부터 알고마 스틸에 접촉을 시작했다. 이어 시한 의원이 자리를 마련해 양사는 다음 날인 7일 다시 만났다. 그는 "TKMS가 알고마 스틸과 재접촉했다"며 "여러 프로젝트에 알고마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한 의원은 잠수함 자체보다 알고마 스틸의 형강 사업에 무게를 실어왔다. 그는 "한국은 자체 철강을 쓸 것으로 보였는데, 캐나다엔 잠수함 자체에 쓸 철강을 만드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잠수함 내부 일부 부품에 들어가는 비교적 소량의 철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사업이 원래 한화오션발이었든 아니든, 형강 부문을 반드시 가동시키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일에는 "TKMS와의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정부는 차점자였던 한국 측으로 가서 협상하게 될 것"이라며 한화오션 카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화오션이 심어놓은 프로젝트 중 결과가 갈린 곳도 있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서는 지난 2월 온타리오조선소·모호크칼리지와 조선 인력 양성 허브를 구축하는 협력의향서를 체결했지만 TKMS 발표 다음 날인 지난 7일 한화오션은 이 파트너십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한화캐나다 대변인 킬런 그린은 CBC에 "이 협약은 한화가 CPSP 공급자로 선정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었다"고 공식 확인했다.


형강공장과 양 해안 MRO, 군용차량 철강까지 엮으려 했던 알고마 프로젝트는 잠수함 계약 하나가 아니라 캐나다 제조 생태계 전체를 겨냥한 장기 구상이었다. 승부는 끝났지만 그 설계도는 아직 서랍 속에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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