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선거 개입 정조준…'中 통일전선' 韓에도 있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6.07.18 06:44  수정 2026.07.18 19:45

해외연의회, 친목 단체 아닌 통일전선 조직…회장은 통일전선부장

'비밀경찰서 의혹' 왕하이쥔·차오밍취안 모두 조직 상무이사 위촉

차오밍취안, 여야 두루 활동…중국 귀화 정치인 발굴·육성도

“中 통일전선, 수년간 네트워크 축적…안보 검토 대상”

중국 정부의 미등록 대리인으로 활동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카디아시의 아일린 왕(王愛琳·왕애린) 전 시장. ⓒ엑스(X·옛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 선거 개입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미국 내 중국 공산당의 해외 영향력 공작과 인적 네트워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유권자 정보 2억 2000만건을 탈취했다며 이를 “선거 데이터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침해로 추정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선거 개입 가능성과 미국 선거 체계의 취약성에 대한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선거 개입 의혹을 대국민 연설의 핵심 의제로 꺼내 들면서 중국 공산당이 해외 교민사회와 언론·시민단체·정치권을 상대로 전개해 온 활동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연방 수사와 법원 재판, 언론의 추적을 통해 중국 정부와 교민단체, 지역 언론, 지방정치권 주변 인물 사이의 연계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5월 중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왕아이린(王愛琳) 전 캘리포니아주 아케이디아 시장이다. 왕 전 시장은 중국 정부 관계자들의 요구에 따라 친중국 성향의 기사와 선전물을 게재하면서도 미 정부에 대리인 등록을 하지 않은 혐의를 인정하고 사임했다.


중국계 정치 브로커 천산좡(왼쪽)이 에릭 애덤스 전 뉴욕시장(가운데)에게 중국계 지역사회 행사에서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존 챈은 교민단체를 기반으로 뉴욕 정치권과 광범위한 관계를 구축해온 인물이다. ⓒ행사 주최 측 보도 화면

뉴욕에서도 교민단체를 거점으로 중국 정부의 영향력 공작을 지원한 사례가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중국계 정치 브로커 천산좡(陳善莊)의 행적을 추적해 조명했다. 뉴욕 차이나타운의 지도자로 영향력을 키워온 그는 중국 뉴욕총영사관과 긴밀히 교류하며 뉴욕 정치인들과 관계를 넓혔다.


천과 가까운 단체들은 정치인 모금행사를 열고 중국계 유권자와 정치권을 연결했다. 반대로 대만 관련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들은 중국 측과 가까운 인사들의 항의를 받은 뒤 일부 중국계 단체 행사에서 배제됐다.


ⓒ 자료=외신 종합.

왕 전 시장이나 천 모두 투표함이나 개표 결과를 건드리는 방식을 사용하진 않았다. 이들은 지역단체 활동과 정치 후원, 유권자 조직화라는 민주주의 제도를 활용했다. 직접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더라도 표와 인맥, 동원력을 갖춘 교민단체가 정치권과 관계를 맺으면서 중국에 우호적인 정치인에게는 지지를, 비판적인 정치인에게는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


한국에서도 국내 정치권과 교민사회에서 활동해 온 중국계 인사들과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 조직 사이의 연결고리가 확인됐다. 국내 교민단체와 국회 등에서 활동한 일부 인사들이 해당 조직의 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왕하이쥔(왼쪽)이 2025년 5월 중국 베이징 해외연의회 제10기 상무이사 위촉장을 받은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외통신사 홈페이지 캡처

중국계 매체가 공개한 행사 사진과 기사, 베이징시 통일전선부가 공개한 해외연의회 운영 자료를 대조한 결과 왕하이쥔(王海軍)이 지난해 5월 베이징 해외연의회 제10기 상무이사로 위촉된 사실이 확인됐다.


왕하이쥔은 2022년 서울 중식당 '동방명주'가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거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내에 처음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상무이사로 위촉된 이후인 최근까지도 국내 교민 사회를 이끌며 주한 중국대사와 함께 신년 행사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속해 있는 베이징 해외연의회는 일반적인 친목 단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베이징시 통일전선부에 따르면 회장은 중국 공산당 베이징시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이 맡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통일전선을 당의 '3대 법보(法寶)'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며, 해외 화교와 홍콩·마카오·대만 인사, 해외 우호세력을 결집하는 핵심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6년 2월 17일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의 신년 단배회에 왕하이쥔(王海軍)이 참석해 있다. ⓒ중외통신/화인두탸오

왕하이쥔만이 아니다. 한국 정치권과 중국계 교민사회를 오가며 활동해온 차오밍취안(曹明權)도 지난해 베이징시 해외연의회 제10기 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중외통신사는 당시 차오밍취안을 서울중국교민협회 회장과 한국신화보 사장, 한중신문기자협회 회장으로 소개하며 상무이사 선임 사실을 보도했다.


특히 그는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꾸준히 구축해온 것으로 보인다. 차오밍취안은 과거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중앙당 해외동포위원회 부위원장과 중국동포특별위원장을 지냈으며, 이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다문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중국 측 자료에 소개됐다.


차오는 공개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중국계 귀화인의 정치 참여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오기도 했다. 그는 중국동포 사회가 지방의회와 국회 등 제도권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귀화한 중국인을 정치인으로 발굴·육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활동도 이어왔다.


차오밍취안 서울중국교민협회 회장 겸 한국신화보 사장이 202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해외연의회 제10기 2차 상무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날 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중외통신사·한국신화보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선임연구원을 지낸 중국 통일전선 전문가 알렉스 조스키는 중국 공산당의 해외 영향력 활동은 특정 개인보다 교민단체와 기업인, 언론, 학계, 정치권을 연결하는 장기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통일전선공작부가 해외 화교 사회와 기업인, 지역단체, 학술기관 등을 대상으로 장기간 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조스키는 이러한 활동 자체가 모두 불법은 아니지만 정치권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활용될 경우 국가안보 차원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왕 전 시장과 천산좡의 사례도 처음부터 거대한 정치 네트워크로 보이지 않았다. 향우회 행사와 정치인 축사, 모금 활동, 총영사관 관계자와의 만남이라는 각각의 '점'을 수년간 연결한 뒤에야 구조가 드러났다.


국내 중국계 교민단체와 정치권의 접촉 또한 이미 일회성 행사 참석 수준을 넘어 반복되고 있다. 국회 행사와 정당 활동, 교민단체 조직이 서로 맞물리는 모습은 미국에서 드러난 사례와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에서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그 연결의 실체가 확인됐으나 한국에서는 아직 공개된 행사와 인적 관계의 기록만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 자료: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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