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전면" 천하람 "선별적"
與 의원도 "'문제지역' 재선거"
선거법 개정해 재선거 가능하나
합의 미지수…법원 판결도 불투명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연합뉴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재선거 요구에 일부 여야 의원들이 동참하면서 재선거 실현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의 주장대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한 뒤 소급 적용할 경우 이론상 재선거가 가능하지만 다른 여야 의원들이 개정안에 동의할지 미지수다. 선거 무효소송을 대법원이 인용해도 재선거가 가능하지만 현행법과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연일 '전면 재선거'를 촉구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 재선거 실시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당내 논의를 진행하겠다"며 "이번 참정권 박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결국 재선거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전날(8일) 개인 차원에서 서울시장 선거 무효소송의 전 단계인 선거소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거소청은 선거일로부터 14일 안에 선관위를 상대로 선거 효력에 이의제기하는 행정 절차다. 유권자나 후보자 등이 신청 대상인 만큼 이 위원장은 오는 10일까지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공동 원고를 공개 모집한 뒤 11일 소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만일 선거소청이 기각될 경우 원고는 법원에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선거 무효소송은 단심제로 대법원이 맡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지됐던 투표소에 한정한 '선별적 재선거' 실시를 주장했다.
재선거 주장은 여권에서도 나왔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장 대표의 전면 재선거 주장은 비상식"이라며 "투표용지가 문제된 지역만 재선거하자"고 밝혔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투표용지로 문제가 된 지역은 재선거 해야 한다"며 "중앙선관위는 책임지고 재선거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전날 YTN라디오에서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청년과 국민들의 재선거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서울이 대표적으로 재선거 요구가 빗발치는 곳이니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기에 답변해야 그 다음 논의를 정부나 국회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실·부정선거 의혹이 늘어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재선거 요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선 다른 투표소에서 동일한 득표 수가 나오는 '동일 득표 논란'이 유권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1동과 송도2동 관내 사전투표에서는 박찬대 민주당 후보(3030표)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1440표) 득표 수가 양쪽 모두 똑같이 집계됐다.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 출마한 민형배 민주당 후보(1401표)와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120표) 역시 광주 광산구 송정1동과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서 각각 동일한 표수를 얻었다. 이같은 사례는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10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지 부족 투표소'가 더 늘어난 것도 재선거 요구에 화력을 더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전날 본투표일에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이전보다 41개 늘어난 전국 91곳이었다고 발표했다. 투표용지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송부한 투표소는 지난 5일 발표한 조사 결과보다 73개 늘어난 140개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현재로선 재선거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국회는 재선거 권한이 없고, (선거) 무효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그때 결정하겠다"며 판단 주체가 국회가 아닌 법원임을 명확히 했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재선거를 해봐야 결과를 뒤집을 수도 없고, 집권여당 2년차인 만큼 개혁 드라이브로 갈 길이 바쁜 상황인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선거가 가능하도록 현행법 개정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나경원 의원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함께 이날 개최한 토론회에서 공직선거법 224조를 언급하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이란 규정이 있기 때문에 재선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며 "선거법 개정을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재선거가 가능할 길을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224조에는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해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 또는 당선의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고 되어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나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재선거가 실시될지 아직 미지수다. 우선 사법부가 투표지 부족 사태를 이유로 재선거를 명령한 전례가 없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법부에서 판단할 문제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선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법원은 서울 동대문을에서 재선거를 명령했다. 당시 김영구 한나라당 후보가 허인회 민주당 후보를 3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김 후보가 보좌진과 친인척 등 14명을, 허 후보가 9명을 위장전입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이를 공직선거법 제224조의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재판부가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수가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규모였다고 판단할 경우 재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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