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예 시대, 다인원 아이돌은 다시 통할까 [다인원 아이돌의 공식③]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6.12 14:01  수정 2026.06.12 14:01

소수정예의 빠른 각인 Vs 다인원의 강력한 확장… 더 높은 운영 능력을 요구받는 시대

케이팝(K-POP) 산업 내, 최근 아이돌 그룹 신인 기획과 콘텐츠 소비 환경에서는 4~7인조 그룹의 운영 효율성이 부각되고 있다.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라이즈, 보이넥스트도어, 투어스 등은 비교적 적은 멤버 수 안에서 개별 캐릭터를 빠르게 각인시키고, 숏폼·직캠·개인 브랜딩·광고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에스파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멤버 수가 적을수록 대중이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기 쉽고, 콘텐츠 제작과 스케줄 관리도 상대적으로 단순해진다. 팬덤 역시 멤버별 서사를 따라가기 쉽다. 과거에는 멤버 수 자체가 무대 규모와 화제성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얼마나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됐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동안은 많은 멤버가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을수록 팬덤을 축적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다인원 그룹이 유행했다”면서도 “멤버가 많아질수록 분산되는 느낌이 있고, 효율성이 떨어지며 팀 정체성을 갖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지심리학적으로도 사람들은 7개 정도까지 기억하기 쉽다고 이야기한다”며 “최근 신인 그룹에서 5~7명 안팎의 구성이 눈에 띄는 것도 이런 효율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케이팝 비즈니스는 단체 앨범과 무대 외에도 멤버별 숏폼 반응, 개인 직캠 조회 수, 브랜드 앰배서더, 팬 플랫폼 내 개별 콘텐츠, 광고·화보·예능 출연이 모두 중요해졌다. 이 환경에서는 멤버 한 명 한 명의 캐릭터가 빠르게 보이는 팀이 유리하다.


다인원 그룹은 반대로 관리해야 할 변수가 많다. 파트와 센터 분배, 스타일링, 메이크업, 이동, 안무 동선, 콘텐츠 제작비, 팬덤 내 분량 갈등, 정산과 계약 관리까지 비용과 리스크가 커진다. 멤버 수가 많다는 것이 곧 팬덤 확장으로 이어지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그 많은 멤버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그러나 이 흐름을 곧바로 다인원 아이돌의 약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세븐틴은 13인조라는 규모에도 힙합·보컬·퍼포먼스 유닛과 완전체 정체성을 함께 유지하며 글로벌 팬덤을 확장했고, 엔시티는 여러 유닛을 하나의 브랜드 안에 묶어 다인원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로베이스원처럼 서바이벌을 통해 멤버별 서사를 선확보한 다인원 그룹도 강한 팬덤 결집력을 보여준다. 트리플에스와 아이덴티티는 팬 투표와 플랫폼 운영을 결합해 20인 이상 초대형 다인원 모델을 현재형으로 다시 꺼내 들었다.


그렇다면 차이는 운영 방식에 있다. 소수정예 그룹이 멤버별 캐릭터를 빠르게 각인시키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얻는다면, 다인원 그룹은 유닛과 관계성, 팬덤 서사, 시장 분할을 통해 확장력을 얻는다. 같은 다인원이라도 세븐틴은 유닛 기능과 완전체 정체성으로, 엔시티는 브랜드형 유닛 시스템으로, 트리플에스와 아이덴티티는 팬 참여 플랫폼으로 멤버 수를 설명한다.


다인원 그룹이 반드시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관건은 모든 멤버를 항상 한꺼번에 움직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닛별 활동과 병렬 운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트리플에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트리플에스와 아이덴티티 등 다인원 아이돌을 운영하는 모드하우스 관계자는 “매번 24인이 움직이는 것을 전제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다”며 “주말에는 한 유닛이 해외로 나가고, 다른 유닛은 지방 행사나 개인 스케줄을 하는 식으로 같은 시간대에도 유연하게 동선을 짜고 움직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효율성이 있다고 본다”며 “한 개의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유닛과 플랫폼을 통합 운영하기 때문에 다인원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도 다인원 그룹의 생존 조건으로 유닛 운영을 꼽았다. 그는 “다인원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유닛 활동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며 “유닛으로 쪼개 각자의 특성과 세계관을 맞추고 유연하게 운영하면 콘텐츠가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인원은 여전히 하나의 모델로 작용할 수 있고, 특히 10대처럼 몰입도가 큰 층에서는 인원에 상관없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아무래도 인원을 줄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미성년 멤버 보호 규정도 다인원 팀 운영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로 붙는다.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활동 시간, 학습권·휴식권, 야간 활동 제한 등은 특정 인원 수를 직접 제한하는 제도는 아니지만, 미성년 멤버가 여러 명 포함된 팀일수록 스케줄·촬영·이동·학업을 세밀하게 조율해야 하는 부담은 커진다. 이는 소수정예 흐름의 원인이라기보다, 다인원 팀이 과거보다 더 정교한 운영 체계를 요구받는 이유 중 하나다.


멤버 수가 많을수록 더 정교한 기획과 더 명확한 팀 설명이 필요하다. 왜 많아야 하는지, 어떻게 나눠 보여줄 것인지, 팬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다인원 아이돌은 끝난 포맷이 아니라, 더 높은 운영 능력을 요구받는 포맷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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