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이 남긴 것들] 정책은 사라지고 의혹만 남았다…네거티브에 잠식된 선거

김주혜 기자 (jhaefthr@dailian.co.kr)

입력 2026.06.06 06:00  수정 2026.06.06 06:00

경선 때 축적된 네거티브가 본선까지 영향

과도한 인신공격 네거티브에 지지층 피로감

전문가 "팩트 없는 허위 폭로는 역풍 경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행정복합청사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선거는 끝났지만 유권자들의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지역 발전 정책보다 상대 후보를 향한 의혹과 상호 공방이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과정에서는 지역 비전 대신 고발전, 토론 회피 논란, 인신공격성 발언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전국 곳곳에서 비방전이 난무하며 선거판 자체가 네거티브에 잠식되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모든 네거티브가 같은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의혹 공세를 통해 승기를 잡는 전략적 효과를 거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과도한 비방전이 도리어 진영 분열과 역풍을 불러왔다.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의 효과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곳은 서울시장 선거였다. 개표 결과 국민의힘의 오세훈 시장이 49.22%를 득표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48.07%)를 1.15%p 차이로 누르고 최종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 격전의 이면에는 선거 막판까지 이어진 치열한 공방과 '토론 회피' 프레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 시장 측은 정 후보가 깊이 있는 토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며 '도망 다니는 선거운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정 후보 측은 이에 대해 '네거티브'라며 맞섰다. 유권자가 800만명이 넘는 서울에서 법정 토론회가 단 1회에 그치자, 범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정 후보의 소극적인 대응이 지지율상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 후보는 결국 여러 쟁점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시나리오를 선택했다가 의혹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네거티브 공세가 실제 선거 결과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 후보의 경우 네거티브가 조금 먹힌 것 같다"며 "정 후보의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고 잘하는 이미지를 되게 많이 깎아 먹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 의혹들은 경선 과정에서 소재로 활용되며 축적됐던 것"이라며 "이것이 본선 때 다시 한번 회자되며 재탕된 경우인데, 유권자들에게 실감 나게 다가가는 경선 당시의 의혹들이 본선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반면 경기 평택을 재보궐선거는 과도한 네거티브가 유권자의 외면을 부른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평가된다. 평택을에서는 김용남 민주당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범여권 내 주도권을 두고 격렬한 네거티브 난타전을 벌였다.


양측은 김용남 후보의 '대부업체 차명 운영 의혹' 등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사정없이 끄집어내며 인신공격성 비방을 이어갔다. 이는 결국 진보 성향 지지자들의 극심한 피로감과 진영 분열으로 연결됐다. 실제로 평택을 재선거의 투표율은 54.7%로 전체 재보궐선거 지역 중 두 번째로 낮았고, 사전투표율 역시 평균치에 크게 못 미치는 18.39%에 그쳤다.


범여권이 '진짜 민주당' 논쟁을 벌이며 네거티브에 매몰된 사이, 감정싸움에 지친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외면하면서 결국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34.83%의 득표율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같은 네거티브 경쟁은 선거 형태를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반복됐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전재수 당선인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부인의 화랑 운영 및 엘시티 특혜 의혹이 맞붙으며 고발과 맞고발이 이어졌다. 법정 토론회에서는 정이한 개혁신당 후보가 검증을 명분으로 사비로 공수한 거짓말탐지기까지 꺼내 드는 등 정책보다 의혹 공방이 전면에 부각됐다.


경기도지사 선거 역시 국민의힘이 추미애 당선인의 아들 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 해명을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하자, 민주당이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의 불법 기부행위 의혹으로 맞불 고발을 감행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치달았다.


재선거가 치러진 부산 북구갑에서도 하정우 민주당 후보 측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향해 유사 선거사무소 운영과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하고, 한동훈 의원은 이를 흑색선전이라 반박하며 상호 비방전을 전개했다.


시도교육감 선거 역시 소수자를 겨냥한 혐오 현수막이 내걸리고, 단일화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후보 간 맞고소와 경선 불복 사태가 속출했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학교 현장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에 대한 장기적 비전과 정책 논의가 완전히 실종됐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정치 혐오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전략의 정치적 기능에 대해 입체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네거티브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그는 "네거티브를 나쁘게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네거티브가 없으면 선거는 기득권이나 강자, 현역에게만 유리한 선거가 된다"고 짚었다.


윤태곤 실장은 네거티브가 선거의 본질적인 검증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정책 경쟁만 하자고 하면 결국 여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운동 자체가 자기를 당선시키거나 상대를 낙선시키기 위한 행위인 만큼 사실에 근거한 검증이자 합리성을 가진 네거티브는 많을수록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네거티브 공세 그 자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후보가 그 공세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 '대응의 능력'도 함께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네거티브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전제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엄 소장은 "네거티브 공세는 대체로 판세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열세 후보들이 결정적인 한방을 노리고 선택하는 선거 전략"이라며 "아무리 네거티브라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의 팩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다급해진 후보들이 네거티브를 강화하지만, 팩트가 확인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허위·과장 네거티브인 경우에는 도리어 역풍으로 작용해 선거를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며 "유권자가 진위를 따질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일회성 의혹으로 판세가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터무니없는 공세에 대해서는 사후에라도 확실한 제재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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