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평일엔 평일 수준 인력"... 노조 해석 사실상 반박
라인은 버텨도 고객사 신뢰 리스크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20일 해외 주요 외신들, 일제히 삼성 총파업 사태 보도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데일리안DB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하면서 업계에서는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회사는 필수 유지 인력을 중심으로 정상 가동 방침을 세웠지만, 시장에서는 실제 생산 차질보다 글로벌 고객사들의 공급망 불안 심리가 더 큰 후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이날 오전까지 사후조정 회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현재 최대 관심사는 실제 생산라인 운영 여부다. 삼성전자는 총파업 상황에서도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최근 법원이 일부 인용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결정을 근거로 필수 유지 인력 운영 계획을 노조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수 인력 7087명으로 라인 방어
삼성전자가 산정한 필수 유지 인력은 총 7087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안전 업무 인력이 2396명, 보안·방호 업무 인력이 4691명이다. 보안작업의 경우 사업부별로 메모리 2454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109명, 반도체연구소 566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필수 인력 규모와 운영 방식을 두고는 최근 노사 간 해석 충돌도 있었다. 수원지법은 삼성전자 노조의 쟁의행위를 일부 제한하면서 결정문에 "평상시와 동일한 인력이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여기서 '평상시'에 대해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을 뜻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초기업노조 측은 이를 두고 "주말 인력 수준만 유지하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하며 주말 수준 인력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주장해왔다. 이에 사측은 "법원의 결정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한 바 있다.
다만 이날 JTBC 보도에 따르면, 매체가 수원지법에 해당 문구의 의미를 질의한 결과, 법원 측은 "문언 그대로 평일에는 평상시 평일만큼, 주말에는 평상시 주말 인력만큼 출근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 해석과 달리 평일 파업 시에도 평상시 평일 수준의 인력 유지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반도체 업계는 당장 생산라인 전체가 멈춰설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상당 부분 자동화가 이뤄져 있고, 필수 유지 인력이 유지될 경우 단기간 대규모 생산 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변수는 실제 파업 참여율이다. 노조 측은 최대 4만~5만명 수준의 조합원이 총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노조는 필수 유지 인력 배치 과정에서도 조합원 참여 최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사측에 보낸 회신에서 "쟁의 참여가 어려운 근로자 지정 시 우선적으로 비조합원을 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기본권을 제한받는 인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비조합원을 먼저 배치하고 부족 인원을 노조에 요청해달라"고 밝혔다.이는 사실상 노조가 합법적 쟁의권 보장을 강조하는 동시에 실제 총파업 참여 규모를 최대한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더 큰 부담은 고객사 신뢰…공급망 리스크 재부각
업계에서는 이번 총파업 사태가 삼성전자의 글로벌 고객 신뢰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가장 부담스럽게 보고 있다. 실제 생산 차질 여부와 별개로 글로벌 고객사들이 삼성 반도체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품고 대체 공급망 검토에 나선 것 자체가 리스크라는 의미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성과급 갈등과 파업 우려가 확산하자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업계 안팎에선 애플과 HP 등 일부 글로벌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에 파업 가능성과 납기 영향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안정적 공급 능력' 자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삼성 공급망 신뢰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특히 HBM과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등에서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실제 생산 차질이 있었느냐"보다 "공급 차질 가능성이 부각됐느냐" 자체가 더 뼈아픈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주요 외신들도 삼성전자 총파업 사태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관점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삼성전자와 최대 노조 간 협상 결렬로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 운영 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 서버부터 스마트폰·전기차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반도체의 핵심 공급업체"라며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기술 공급망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사후조정 결렬의 핵심 원인은 성과급 배분 원칙을 둘러싼 이견이었다. 삼성전자 측은 '적자 사업부에도 대규모 성과급을 적용해달라'는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중노위 조정안에 동의했지만 사측이 최종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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