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더디게라도 끝내 옳고 그름을 구분해 낸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5.20 08:00  수정 2026.05.20 08:00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 14일 오전 대구 서구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해서 국민의 최대 관심 지역은 서울·부산·대구다. 그 곳 단체장 선거 결과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의 힘 자랑이 하늘을 찌르게 될지, 국민의힘이 다소라도 기운을 추스르게 될지 판가름 나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들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이 박빙, 혹은 오차범위 안팎의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다만 대구에서는 김부겸 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꺾이면서 박빙 혹은 역전의 결과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구는 자유우파 정치세력의 ‘본산’이나 ‘심장’으로 불리고 인식되어 온 곳이다. 그런데 박근혜·윤석열 두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났다. 두 차례의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우파 정당이 참패를 거듭했다. 그 바람에 우파의 본거지까지 좌파에 의해 유린당하고 마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감을 보수정당에 안겨주는 상황이 됐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금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김부겸 후보를 따라 붙었거나 추월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서 국민의힘이 한숨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은 여전히 민주당 후보의 우세, 국민의힘 후보의 추격이라는 여론조사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당초 거침없어 보이던 민주당 후보들의 승세가 최근엔 접전·근접으로 변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주권자를 가붕개로 여기지 않고서야


서울은 지난 2011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제안했다가 투표율이 저조해 개표가 무산되면서 당초 공약대로 시장 직을 사퇴했던 곳이다. 그 때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시장이 당선돼 2020년 7월까지 재임했고 이후 불거진 성추행 이슈와 사망으로 초래된 시장 공석 사태로 인해 치러진 21년의 보궐선거에 민주당은 당헌을 고쳐가면서까지 후보를 냈다가 패배했다. 이후 오 후보가 계속 시장 직을 지켜 왔다. 그 자리를 민주당은 정원오 후보를 앞세워 되찾겠다고 기세를 올리는 중이다.


부산은 민주당 오거돈 후보가 지난 2018년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해 시장직을 차지했던 곳인데 2020년 4월 여성 직원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 사퇴함으로써 역시 보궐선거 대상지역이 됐다. 이듬해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당선했다. 그는 지난 2022년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이겨 시장직을 지켜왔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전재수 후보를 맞아 고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엔 민주당과 국민의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그게 5월 중순을 넘기면서 현격하게 좁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 까닭으로는 우선 민주당의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이를 명분으로 한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안’ 발의(4월 30일)을 들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12개 혐의 8개 사건 5개 재판을 모두 깔아뭉개버리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금할 수 없게 하는 행태였다.


민주당이 본회의 처리를 강행하려다 민심의 동요에 놀라 선거 후로 미뤄둔 ‘조작기소 특검법안’은 “특별검사가 이첩 받은 사건의 공소유지 업무를 수행하며, 공소유지 여부의 결정도 포함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공소유지 여부를 특검이 결정하게 한다는 것은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는 대신 취소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뻔한 의도를 에둘러 표현한 인상이 뚜렷하다. 국민을 그야말로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알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잔꾀를 쓰겠는가. 자신들이 즐겨 입에 올리던 ‘검찰공화국’을 ‘특검공화국’으로 바꾸겠다는 것일까.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 불안정, 세금으로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식의 정권 측 만용 역시 국민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국민은 정부의 민원 처리관 혹은 호민관을 자처하는 듯한 이 대통령의 언급 뒤쪽을 본다. 대통령의 말이 너무 자신에 넘치고 쉬우면 그만큼 신뢰성은 떨어진다는 게 국민의 뇌리에 경험칙처럼 각인돼 있다. 이대로 가면 또 부동산 시장이 출렁거리고 그걸 진정시키겠다고 세금 폭탄이 투하되겠구나 하는 예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물극필반이라고 하던데


그간 정부·여당이 보여 온 입법 만능적 행태와 오만이 국민의 경계심을 유발했을 수도 있다. 그게 이른바 ‘보수 결집’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국민이 많겠지만 그만큼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많다. 국민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권력 오·남용 행태다.


이 대통령이 18일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과 관련, 과유불급(過猶不及)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사자성어들로 원만한 합의를 종용(慫慂)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고, 사물이 극에 이르면 반드시 반대로 돌아선다는 뜻의 사자성어인데 이 교훈을 자신과 민주당에 먼저 들려줘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자 토론회가 열린 지난 12일 부산 동구 부산MBC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선거 기간엔 후보자의 면면이 민심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유권자는 교만한 후보를 기피한다. 정직하지 못한 후보, 자신의 과오를 부인하고 거짓으로 일관하는 후보를 싫어한다. 공복이 되겠노라고 맹세하면서도 은연중에 주인행세를 할 기미를 보이는 후보를 거부한다. 국민은 더디더라도 반드시 옳고 그름을 구분해 낸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법치주의의 힘이다.


민주당의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31년 전 폭행 전과에 대해 확실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주진우 의원은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외박을 거부한다고 해서 정 당시 양천구청장 비서가 벌인 폭행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양천구의회의 해당 속기록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와 민주당 측은 5·18에 대한 인식 차이로 당시 민자당 의원 비서관과 다투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이유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에 연행을 돕던 주민 1명까지 모두 네 명을 폭행했다? 잘못된 5·18 인식을 폭행으로 고쳐주려 했다는 것인가? 판결문에도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다툼이 됐다”는 내용이 있다는 데 판사는 정 당시 비서가 의분에 넘쳐 4명을 폭행했다고 믿었는지 궁금하다.


민주당은 정 후보의 주장과 당시 판결문, 그리고 자신이 폭행을 주도했다고 양심선언(?)을 하고 나선 김석영 당시 양천구청장 비서실장의 주장을 근거로 국민의힘 김·주 두 의원을 고발했다. 고발을 하더라도 정 후보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공직선거법 제 250조 ‘허위사실 공표죄’에 저촉될까봐 민주당이 대선 나선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정 후보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타락의 길로 한 번 미끌어져 들어가면


5·18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2000년 5월 17일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전야제 행사에 참석했던 당시의 김민석·송영길 의원과 우상호 씨 등이 여성접대부가 있는 광주 NHK 단란주점(그들의 주장으로는)에서 술파티를 벌인 사건이 있었다. 뒤늦게 합석하게 된 전야제 사회자 임수경이 우 씨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고 인터넷 게시판에 “민주화운동 정신을 말하던 사람들이 이런 모습이냐” “광주 영령들 앞에서 부끄럽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장문의 비판 글을 올렸다.


5·18 기념행사 참석을 핑계로 광주에 내려가 여성들의 접대를 받아가며 술 파티를 벌였던 정권의 유력자들이나, 5·18에 대해 다른 인식을 피력한다고 분개해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람이나 그 날과 그 역사를 진실로 기리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술자리에서 여러 사람을 폭행하는 소동을 벌이고 나서 5·18을 핑계로 삼았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생각이 다르면 주먹질부터 하라는 게 5·18민주화운동의 가르침이었다는 것인가?


같은 당 전재수 후보도 통일교와 관련된 자신의 행적에 대해 분명하고 명확하게 답변해야 옳다.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가 불충분해서 불기소된 것과 결백은 다르다. 통일교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논란이 일자 바로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사퇴했던 그가 지금은 국민의힘 공세에 대해 ‘흑색선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교유착비리 검·경합동수사본부’의 결론에 대해서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그건 내 알바 아니다”는 말이겠는데 그런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부산시장직을 수행하겠다는 것인가?


“심각한 비윤리적 행태(혹은 ‘미끄러운 비탈길 조건’)에 점진적으로 노출된 피 실험자들은 그러한 행태를 스스로 저지를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간단히 말해 스스로의 행태를 정당화하며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 보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을수록 우리는 제지당할 때까지 나쁜 짓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다”(토드 로드 Todd Rose, 지단착각 Collective Illusions, 노정태 역).


한 번 경계가 허물어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점점 쉬워진다. 점진적으로 적응하게 되고 자기합리화에 익숙해지면서 인지부조화가 감소하게 된다. 자신의 기준을 계속 낮추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더 큰 요구, 더 큰 유혹도 별 거부감 없이 수용하게 된다.미끄러운 비탈길(Slippery Slope)이론이 주는 경고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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