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군부인’ 측 사과에도 불구
항의 이어가는 시청자들
역사적 맥락 무시 이어…동북공정 논란에 사라진 인내심
배우 아이유, 변우석이 출연하고, 21세기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해 첫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지만, 기대감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최종회 직전에는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반영했다는 지적까지 받으며 사과로 마무리를 했다.
ⓒ최태성 SNS
16일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에 “애정을 갖고 드라마를 지켜봐 주신 많은 분께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15일 방송된 11회에서 이안대군(변우석 분)이 왕으로 즉위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이때 신하들이 “천세”를 외쳐 논란이 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자주국이 외치는 “만세”가 아닌, 속국이 사용하는 “천세”를 외치고, 왕이 황제의 상징인 십이류면관이 아닌 구류면관을 착용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방송 초반부터 헐거운 세계관에 실망감은 이어졌었다.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재벌과 왕의 아들의 이야기를 담는 ‘판타지 로맨스’ 장르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는 설정, 전개에는 지적이 이어졌었다. 왕의 어머니인 대비가 있음에도 대군이 섭정하는 설정, 대비마마 윤이(공승연 분)가 대군에게 무릎을 꿇으며 사죄하는 장면 등이 역사적 오류로 지적됐다.
결국 터질 게 터진 모양새다. 극 중 성희주(아이유 분)의 다도가 ‘중국식’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등 ‘21세기 대군부인’이 중국이 한국사를 자국 역사 체계 안에 편입하려는 이른바 동북공정 논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냐며 비난이 쏟아진다.
제작진의 사과에도 불구, ‘21세기 대군부인’에 제작지원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에 항의 메일 보내는 방법을 공유하는 등 시청자들은 행동으로 심각성을 되새기고 있다.
2021년,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여 방송이 중단되고, 주연 배우들이 사과문을 게재한 것을 언급하며 배우들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아이유와 변우석이 “배우로서 책임감이 부족했다”며 해당 논란에 대해 사과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곡하는 드라마가 중국의 동북공정 시도의 논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 반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통하는’ 것은 반갑지만, 그만큼 ‘역사왜곡’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구마사’ 논란 이후 tvN 드라마 ‘철인왕후’의 역사왜곡 의혹이 뒤늦게 회자되며 관련 영상이 삭제되기도 했었다. ‘철인왕후’는 방영 당시에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에 대해 등장인물이 “한낱 지라시”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언제까지 종묘제례악을 추게 할 거야”라는 발언으로 국가 무형 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았었는데, 이 작품을 쓴 박계옥 작가가 ‘조선구마사’를 집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청자들의 강한 반발이 나왔었다.
역사를 다루는 콘텐츠들은 이제 더 높아진 시청자들의 잣대에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 ‘드라마라’, ‘판타지라’ 허용 가능하다는 ‘안일한’ 생각에는 어김없이 비난이 이어진다. 대중들의 정서가 작품을 향한 호불호를 넘어, 콘텐츠를 흔드는 힘이 되는 상황 속, 콘텐츠 관계자들의 책임감 있고, 디테일한 노력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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