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삼성 깬 건 '고용 보장'…지금은 '초과이익 배분' 논쟁
'을의 투쟁' 아닌 '대기업 고소득 정규직의 갑질'로 비춰지기도
노동친화 현 정부조차 지원 부담 느껴..."사회적 약자 투쟁 아냐"
연차 파업 등 일부 노조원들 발언에 내부·여론도 '싸늘'
최승호 위원장ⓒ데일리안DB
"노조는 약자? 40조원도 걷어차는 삼성맨이 어떻게 약자냐"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과거와 달리 정치권과 사회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커지고 있다. 과거 '무노조 경영 기조'를 어렵게 깼던 삼성 노조가 이제는 오히려 "초과이익을 더 나눠달라는 강성 이익 집단처럼 비친다"는 시선까지 마주하는 분위기다.
실제 정부와 중노위는 연일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 요구 자체에 공개적으로 힘을 싣는 분위기는 아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노동친화적인 현 정부조차 이번 파업을 사회적 약자의 투쟁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측은 전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에 공문을 보내 추가 대화를 제안했다. 회사 측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노사 간 직접 협상을 요청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역시 같은날 사후조정 재개를 공식 요청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를 주선하고 양측을 조율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는 기존 요구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최근 중노위의 조합원 투표 제안에 대해 "헛소리"라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그는 "상한 폐지 제도화와 투명화 계획이 없다면 대화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는 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 배분하고, 연봉 50% 수준인 OPI(초과이익성과금)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특별보상을 넘어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구조 자체를 상시화·제도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무노조 경영' 깼던 건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삼성은 오랫동안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무노조 기업'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논란과 협력업체 기사 처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번지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핵심 쟁점은 고용 안정과 근로자들의 인권, 협력업체 구조 문제였다.
금속노조 산하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중심으로 한 노조 활동과 사회적 압박 끝에 삼성전자서비스는 2018년 협력업체 직원 8700여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2019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출범했고, 2020년에는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삼성의 무노조 시대가 막을 내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삼성 노조 문제는 '고용 보장', '처우 개선'이라는 명분이 비교적 분명했다. 사회적으로도 '약자의 권리 회복'이라는 시선이 강했고 정치권 역시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노조 자체가 더 이상 '약자'로 보기 어려운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약 7만5000명 규모의 과반 노조로 성장했다. 동시에 갈등의 핵심도 생존권이 아닌 '초과이익 배분 구조'로 이동했다. 과거가 "노조를 인정받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AI 반도체 호황 속 수익을 얼마나 더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로 읽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노위가 DS부문 특별포상안을 제시하며 업계 일각에서 '총 40조원 수준 보상 가능성'까지 거론됐음에도 노조가 "제도화 아니면 의미 없다"는 입장을 강경한 태도로 유지하는 점이 여론 악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데일리안AI 이미지
"어떻게 삼성맨이 약자냐"…달라진 여론
여기에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AI 반도체 경쟁이 국가 전략산업 이슈로 번지면서 삼성전자는 단순 민간기업을 넘어 수출·고용·국민연금·반도체 공급망과 직결된 '공공재적 기업'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내부 직원 중심의 추가 이익 배분 요구가 과거보다 훨씬 차갑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최근 노조 내부 일각에서 거론된 '연차 파업'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적으로 파업 기간에는 임금 지급 의무가 없지만 남은 연차를 활용해 사실상 급여 손실 없이 파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과거 노동운동의 생계형 투쟁 이미지와는 다르게 비친다고 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노조를 누가 사회적 약자라고 보겠는가. 고소득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초과이익을 더 요구하는 모습처럼 비치는 순간 여론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정치권도 쉽게 힘을 싣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삼성 내부 분위기도 엇갈린다. 한 삼성 내부 관계자는 "특히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서는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반도체 성과급 구조 문제를 전사 갈등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한 피로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 "유일한 핵심 전략자산 반도체, 경쟁력 상실하는 순간 나락"
한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늦은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의 거의 유일한 핵심 전략자산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끌고 갈 독보적인 성장동력이기에 현 상황이 더욱 걱정스럽다"며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2등이 아니라 생존이 어렵게 돼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장 정지 시 하루 최대 1조원 정도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웨이퍼 가공에 5개월 이상 소요되고, 현재 가공 중인 웨이퍼 전량이 손상된다면 최대 100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협력업체 1700여곳의 피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금속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직권으로 파업중지권인 긴급조정을 발동할 경우 금속노조는 맞서 싸울 것이다. 노동3권을 난도질하는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