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청와대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말 아꼈던 '검찰개혁' 속마음…강행보단 신중?
'보완수사권' 필요 인정…"여야 모두 논의해보자"
'가이드라인' 제시 평가…당정 논의 영향 미칠 듯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대해 '신중론'을 선택했다. '추석 전 완수'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검찰개혁이 자칫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 것이다. 특히 '보완수사권' 쟁점에 대해 "검사는 사건 수사에 손도 대지 말라고 하다가, 아예 관심도 두지 말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여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 방향성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검찰개혁은 이재명 대통령의 21대 대선 공약이자,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설정했던 개혁 핵심 아젠다다. 당정은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소재 문제와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이견을 노출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쟁점이었던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민주당 내 검찰개혁 강경파의 반발에 결국 자세를 낮춘 것인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정부과천청사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과 정부와, 대통령실이 합의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2주 전 '행안부 비대설'을 우려한 것에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정치적 결정'이라고 표현하며 "수사·기소를 분리해 법무부에 맡기면 다시 합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행안부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속도 조절론'에 대해선 일부 동의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수부 검찰은 안전하지 않다는 시민적 의식이 있는데, 선입견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얘기하기 위해선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칫 속도만 강조한 검찰개혁이 향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이번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방향성이 '신중론'이라는 점을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 "수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엉뚱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쁘지만 죄지은 사람이 처벌 안 받고 방치되는 것도 문제"라면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아주 치밀한 장치와 세밀한 검토, 논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구더기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고 언급한 부분에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 장관은 1차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남용·오용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중수청 등 1차 수사기관에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모두 부여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보완수사권을 공소청에 부여해 견제와 통제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여당에선 보완수사권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우선 '부작용 최소화'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구더기 안 생기게 악착같이 막아야지. 아예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되지 않느냐"며 "보완수사 문제는 죄 지은 사람은 처벌 받고 죄 안 지은 사람은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생기지 않게 최적의 방안을 찾아내고 제도와 장치는 거기에 맞게 배치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조직하고 분석하고 제도 만들고 공간 구하고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에 1년도 사실 짧다"면서도 "어쨌든 1년 안에 해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여당의 '추석 전 완수' 기조엔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검찰개혁 의지가 상실된 것이 아닌, '신중한 검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신중론은 나아가 '정부 주도권' 형태로 발전했다. 검찰개혁 추가 입법 과정에서 정부와 대통령실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여당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 속도를 줄일 방안이 정부 주도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 "세밀한 검토 논쟁과 세부 장치 등은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전문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와 피해자, 검찰 등 이번 개혁과 연관된 모든 인사와 논의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정부 주도 필요성에 대해선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가이드라인'은 향후 당정의 입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기조에 발맞춰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를 후속 과제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주도권은 이 대통령이 가진 만큼, 여야와 검찰이 한자리에 모인 테이블에서도 정부의 목소리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검찰개혁이 변질됐다는 지적에 동의하는데, 사실 검찰 문제는 특수부를 중심으로 발생했다"며 "특수부의 폐해를 형사부까지 확장해 적용하는 것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 그 우려와 부작용에 대해 이 대통령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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