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한덕수, '역선택 방지조항' 두고 충돌
손영택 "'민주당 지지자'가 '국민의힘 후보
선출'하는 방법은 안돼…이재명이 뽑는 셈"
민주당 지지자 중에 김문수 선호 응답 많아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측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은 꼭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단일화 방식과 절차는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지만,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개입해 사실상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이 상대할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선택하게 되는 셈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덕수 후보 측 대리인인 손영택 전 총리비서실장은 9일 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뽑는 단일화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방법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국민과 당원들이 동의할 수 없는 방법"이라며 "그것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원칙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두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국회본청에서 이양수 사무총장 주재로 비공개 단일화 협상을 실시했다. 김 후보 측에서는 김재원 비서실장 등 2명이, 한 후보 측에서는 손영택 전 총리비서실장 등 2명이 자리했다. 당 지도부에서는 이 사무총장과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두 후보는 '여론조사'로 단일화하자는 데는 뜻을 함께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상에 배석한 신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협상을 했는데, (양측 모두) 내일 하루 여론조사를 ARS 방식으로 적어도 3000명을 샘플로 하는 것엔 이견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역선택 방지조항'이었다. 이는 경선 과정에서 타 정당 지지자 등 반대 진영이 여론조사에 난입해 의도적으로 약체 후보를 선택하는 현상을 걸러내는 제도다. 주로 여론조사 본 문항을 물어보기 전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고 물어, 경쟁 정당 지지자는 전화연결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도입된다.
한 후보 측은 단일화 여론조사에 이 조항이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손 전 실장은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를 뽑는데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 이 단일화 경선에 참여한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다"며, 당초 조건 없이 당에 절차와 방식을 일임하기로 한 점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점에 대해서는 "이것은 조건이 아니라 (당연한) 전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건이 아니고 전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안된다"며 "거듭 말씀드리지만 국민의힘 후보를 뽑는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에 영향을 미칠수있는 방법으로 단일화 하자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두 후보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이유를 놓고,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지지 정당에 따라 선호 후보가 확연하게 엇갈리는 등 실제로 '역선택 현상'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갤럽이 뉴스1의 의뢰로 지난 4~5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김 후보가 31%, 한 후보가 65%로 나타났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김 후보 선택이 45%로 한 후보를 고른 사람(19%)보다 훨씬 많았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도 김 후보 67%, 한 후보 14%라고 답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답변이 극명하게 엇갈린 셈이다.
정치 성향별로도 자신을 보수층이라고 답한 응답자 사이에서는 후보 단일화 선호도가 김 후보 35%, 한 후보 55%로 나타났지만 진보층이라고 답한 이들 중 46%는 김 후보를 꼽았다. 한 후보를 고른 이는 23%였다.
아울러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 의뢰로 지난 4~5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김문수·한덕수 후보 중 단일화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냐고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중 46.0%가 한 후보라고 답했으며, 25.8%만이 김 후보라고 답했다. 한 후보는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3.1%의 지지를 받으며 30.8%인 김 후보에 크게 앞섰다.
이 조사에서도 정치 성향이 보수층인 응답자의 45.4%가 한 후보를 골랐고, 28.9%만이 김 후보를 선택했다. 진보층 응답자 사이에서는 김 후보 24.4%, 한 후보 11.4%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두 후보 측은 같은 날 저녁 10시 30분부터 협상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같은 이유로 결렬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철수·오세훈·유승민 이런 정치인들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빼고 돌리자고 할 때에는 중도 민심을 받아들이고 외연 확장을 하자는 대의명분이라도 있었다"며 "반면 지금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왜 특정 후보 선호 현상이 높은지, 과연 그러한 지지가 진심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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