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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주의보②] 동전 하나가 1조 마르크…장작 대신 돈다발 태우던 그때


입력 2021.05.26 07:00 수정 2021.05.25 1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시초 독일

100조 단위 지폐의 나라 짐바브웨

사례로 보는 세계 인플레이션 역사

지난해 10월21일(현지시간) 짐바브웨 하라레의 한 시장에서 화폐 거래상이 낡고 닳은 미화 20달러짜리 들고 있다. 짐바브웨는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미국 달러 가치가 매우 높아 낡은 미국 달러를 수선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뉴시스 지난해 10월21일(현지시간) 짐바브웨 하라레의 한 시장에서 화폐 거래상이 낡고 닳은 미화 20달러짜리 들고 있다. 짐바브웨는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미국 달러 가치가 매우 높아 낡은 미국 달러를 수선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뉴시스

지난 12일.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4.2% 올랐다는 발표가 나오자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쏟아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세계 각국이 미국발 인플레이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국이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늘어난 재정은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무리한 재정 확대가 낳은 괴물 ‘초인플레이션’


지난 100여 년 동안 세계는 지독한 인플레이션을 수시로 겪어왔다. 대표적으로 독일이 겪은 ‘초인플레이션(하이퍼 인플레이션)’이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은 전쟁 기간 필요한 재원 조달을 목적으로 엄청난 양의 통화(파피어마르크)를 발행했다. 패전 이후 연합국에 지불해야 할 배상금까지 더해지면서 독일은 화폐를 만들 종이가 부족할 정도로 돈을 찍어냈다.


그 결과 1919년부터 3년 동안 물가가 1조 배 올랐다. 1923년 10월에는 한 달 만에 물가가 300배 오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조 마르크짜리 동전까지 탄생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사람들은 장작 대신 지폐를 태워 난방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지폐뭉치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고 길거리에 떨어진 돈을 빗자루로 쓸어내는 장면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유고슬라비아도 재정적자를 매우기 위해 무작정 돈을 찍어내다 초인플레이션을 겪었다. 1992년 전쟁 등을 이유로 서방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게 된 당시 유고연방은 전쟁비용 마련을 위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냈다. 이 과정에서 최고 지폐 액면가가 5만 디나르에서 5억 디나르로 1000배 올랐다. 1993년엔 100억 디나르 지폐를 발행했다. 이때 하루 평균 인플레이션은 62%에 달했다.


결국 1993년 한 해 동안 물가가 1027배 이상 뛰었고 1994년 1월에는 한 달 동안 무려 20억 배가 넘는 물가 상승을 마주해야 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는 2008년 이전만 하더라도 재정 관리가 잘 되는 나라로 손꼽혔다. 당시 1짐바브웨 달러는 미국 1달러와 같은 가치를 가졌다. 하지만 정치적 격변기 과정에서 2006년 2월 20조5000억 짐바브웨 달러를 발행하고 다시 5월에 60조 짐바브웨 달러를 발행하면서부터 초인플레이션을 맞았다.


2008년 1월에는 1장에 1000만 짐바브웨 달러짜리 지폐를 만들었고, 1년 뒤 중앙은행은 10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까지 찍어냈다.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은 물가 탓에 100조 짐바브웨 달러는 우리 돈으로 3000원 정도 가치에 그쳤다.


◆위기 극복의 빈틈을 노리는 인플레이션


우리나라도 급등하는 물가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이 ‘당백전’이란 화폐를 발행했다. 당시 재정 상태가 나빴던 조선 정부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발행했던 것으로 기존 화폐였던 상평통보보다 100배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조선 정부는 당백전 발행으로 단기간에 많은 재정을 모을 수는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시장 혼란과 화폐 가치 하락을 초래해 물가 폭등을 발생시켰다. 결국 당백전은 1867년 4월 제작을 중단했고 이듬해 유통까지 금지됐다.


광복 이후에는 초인플레이션에 가깝게 물가가 폭등했다. 1945년 12월 서울 도매물가가 전년동기대비 2364% 상승했다. 이후로도 1946년 370%, 1947년 81.8%, 1948년 62.9% 등 1950년까지 해마다 50% 이상 올랐다.


6.25 전쟁 직후도 마찬가지다. 1950년 6월 328.2였던 소매물가지수가 이듬해 6월 2008.8로 6배 이상 상승했다. 전쟁으로 산업은 마비된 상태에서 유엔(UN)군에 빌린 자금으로 통화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1962년부터 1981년까지 20년은 전형적인 ‘개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경제가 연평균 8.3% 성장했지만 물가는 그 두 배인 연평균 16% 상승했다.


외환위기 때도 물가는 요동쳤다. 1998년 1분기 물가가 8.9% 급증한 뒤 이듬해까지 상승을 이어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1분기 3.8%, 2분기 4.8%, 3분기 5.5%로 계속 올랐고 이후 감소하다 2011년 다시 상승했다.


미국 최대 산업재 기업 가운데 하나인 하니웰의 다리우스 아담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는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낫다. 실제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 즉 인플레이션에 대해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실제로 있고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마도 더 두드러질 것”이라며 “현재의 경제상황이 촉진되도록 돕는데 얼마만큼의 부양책이 필요한지는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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