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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자동차 빅2 나눠가진 LG-SK, '기술분쟁'에서 '패권경쟁'으로


입력 2021.05.23 06:00 수정 2021.05.23 11:3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GM-포드, 고성능 머슬카·대형 픽업트럭 등 '괴물 전기차' 경쟁

LG엔솔-SK이노 배터리 기술로 美 전기차 시장서 '대리전'

포드와 GM 산하 브랜드가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전기차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포드 F-150 라이트닝, GMC 허머 EV, 캐딜락 리릭, 포드 머스탱 마하-E GT. ⓒ각사 포드와 GM 산하 브랜드가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전기차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포드 F-150 라이트닝, GMC 허머 EV, 캐딜락 리릭, 포드 머스탱 마하-E GT. ⓒ각사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에 나서면서 GM-LG에너지솔루션에 맞서는 미국 완성차업체-한국 배터리업체의 또 다른 조합이 만들어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술분쟁으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던 국내 배터리 라이벌이 앞으로 미국 양대 완성차 업체 하나씩을 주요 고객사이자 전기차 시장을 함께 개척해 나갈 파트너로 선점하고 패권 경쟁에 나선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지난 20일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미 합작법인명도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SK)’로 정해졌고, 202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연간 약 60GWh(기가와트아워)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 모듈 등을 생산한다는 계획도 잡아 놓았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포드가 라이벌 조합인 LG에너지솔루션-GM의 합작공장이 가동되는 2024년에는 양산 체제에 돌입한 뒤 현지 전기차 수요를 고려해 생산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완성차 업체다. 당초 크라이슬러까지 포함한 ‘빅3’ 체제였으나,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와 합병(FCA)하고, 다시 FCA와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간 합병까지 추진돼 정체성이 모호해지면서 GM과 포드만 미국 정통 자동차 업체로 남게 됐다.


바이든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전기차 정책도 이들 두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GM과 포드간 경쟁을 유도해 자국 내 전기차 산업 도약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 한편,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게 바이든 정부의 전략이다.


이 전략은 GM-포드와 손잡은 LG에너지솔루션 및 SK이노베이션까지 확장된다. 미국 정부가 양사간 기술분쟁 해결에 우리 정부보다 적극 나선 것도 이같은 그림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포드의 전기차 전략은 기존 전기차 시장 참여자들과 확연히 차별화된다. 그동안의 전기차 시장이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최대한 연장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거나 전기차 고유의 순간가속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포드는 막대한 연료를 소모하는 고배기량 차량에 익숙해진 정통 미국 스타일 자동차 수요를 전기차로 이끌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재 포드가 양산하는 순수 전기차의 주력은 ‘머스탱 마하-E’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미국 정통 머슬카 ‘머스탱’의 감성을 SUV로 재해석한 차량이다.


포드 F-150 라이트닝 동력계통 투시도. ⓒ포드 포드 F-150 라이트닝 동력계통 투시도. ⓒ포드

이후 추가되는 라인업은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이다. 픽업트럭은 머슬카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차종이다. F-150은 그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모델로, 전통적으로 8기통 고배기량 엔진을 사용하는 ‘기름 먹는 하마’로 불려왔다. 신형 모델은 터보차저를 달고 배기량을 낮춘 6기통 다운사이징 엔진인 에코부스트 엔진을 얹었지만 고성능 버전인 F-150 라이트닝은 여전히 배기량이 5751cc에 달하는 8기통 엔진을 사용한다.


대형 픽업트럭은 자체 중량도 상당한데다, 용도상 차체 중량을 뛰어넘는 견인 능력까지 요구된다. 이런 차량에 전기모터를 달아 움직이려면 배터리 용량이 충분히 뒷받침해줘야 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개된 F-150 라이트닝 전기차 모델은 최고출력이 563마력, 최대토크는 107.1kg·m에 달하며, 정지 상태에서 100㎞/h 도달시간이 4.0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1회 충전주행거리가 롱레인지 모델 기준 482km에 달한다.


이런 성능을 내려면 배터리 셀이 많이 탑재돼야 함은 물론 효율성이나 신뢰성도 한층 개선돼야 한다.


포드의 또 다른 전동화 모델인 트랜짓 역시 막대한 배터리 용량을 요한다. 트랜짓은 화물용이나 미니버스로 사용되는, 전장이 5.6m에 달하는 풀사이즈 밴 차량으로, 일반 승용 전기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포드는 이처럼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기 위한 파트너로 SK이노베이션을 선택한 것이다.


허머 EV. ⓒGMC 허머 EV. ⓒGMC

미국 완성차 업체들 중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여 온 GM도 전기차 라인업을 다양화해 시장 리더십 확보에 나선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해오며 전기차 시장에서 ‘공동 운명체’로까지 불려온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도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함은 물론이다.


GM 산하 대중차 브랜드인 쉐보레는 올해 기존 볼트 EV 부분변경 모델과 함께 SUV형 전기차인 볼트 EUV를 내놓는다. 이들 차종은 합리적 가격에 적당한 수준의 1회충전 주행거리로, 도심 출퇴근용에 적합한 쓰임새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고성능·력셔리 전기차 수요는 GMC와 캐딜락이 담당한다. GMC는 미군용 차량으로 이름을 떨친 험비의 민수용 모델 허머를 전기차로 부활시킬 예정이다.


오는 10월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허머 EV는 뒤쪽에 화물용 데크를 장착한 픽업트럭으로, 최고사양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1000마력을 내면서도 1회 충전에 563km를 달리는 압도적인 스펙을 과시한다. 당연히 막대한 양의 고성능 배터리가 소요된다.


GM의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은 내년 1분기 럭셔리 SUV ‘리릭’을 출시한다. 12개의 모듈로 구성된 100kW/h급 대용량 배터리 팩과 후륜 기반의 얼티엄 플랫폼을 적용해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440Nm의 힘을 발휘하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83km에 달한다.


GM의 차세대 전기차 전략의 핵심은 ‘얼티엄’ 배터리로, GM이 2019년 말 LG에너지솔루션과 설립한 배터리셀 합작회사 ‘얼티엄 셀즈’로부터 공급받는다. 얼티엄셀즈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35GWh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GMC 허머 EV와 캐딜락 리릭은 3세대 전기차 전용 얼티엄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며,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사인 얼티엄 셀즈의 고효율 배터리를 장착해 성능과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획기적으로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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