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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식품 또…외식업계, 코로나19에 물가인상 ‘삼중고’


입력 2021.03.16 07:00 수정 2021.03.15 15:12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소비자 “저질 중국산 식품 관리·감독 강화해야” 목소리↑

외식업 종자사, ‘사면초가’ 위기…영업 환경 갈수록 악화돼

중국김치 국산 가격의 3분의 1, 자영업 식당 90% 중국산 추정

올해 7월 수입김치도 ‘해썹’ 인증의무화 시행 앞두고 있어

서울 중구 명동에서 폐업 등으로 영업을 하지 않아 대부분 불꺼진 상점 거리가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서울 중구 명동에서 폐업 등으로 영업을 하지 않아 대부분 불꺼진 상점 거리가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 어려움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시작된 물가 인상 부담에 중국산 식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다. 외식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16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국산 식품을 두고 소비자들의 공분이 잇따르고 있다. 산지를 속여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관계 당국의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중국산’ 불매 운동 조짐도 일고 있다.


소비자 ‘먹거리 불안’은 공포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내 식품 기업 오뚜기가 판매하는 미역 제품에 원산지를 속인 중국산 미역이 일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진데 이어, 중국 절임 배추의 비위생적인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이 퍼지면서 시동을 걸었다.


논란이 커지자 오뚜기는 자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즉시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제품을 자진 회수하기로 결단했다. 또 중국 주재 한국대사 역시 지속된 논란에 입을 열고, 수출용 김치가 아니라고 밝히면서 논란을 일축 시키고자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는 이미 ‘중국산 음식 주의보’가 내려졌다. 특히 배추를 절이는 충격적인 장면을 접한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앞으로 중국산 음식을 마음놓고 못 먹을 것 같다” “반찬뿐만 아니라 음식에 들어간 고춧가루도 불안하다” 등의 반응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급기야 ‘중국산 퇴출’ 운동의 움직임 까지 일면서 이를 지켜보는 외식업 종사자들의 시름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매출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은 이번에는 ‘중국산 불매운동’ 이라는 또다른 폭탄까지 떠안았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포기김치.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대상그룹 포기김치.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대상그룹

현재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김치 대부분이 중국산 김치를 차지한다. 지난해 김치 수입액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고 감소추세에 있던 무와 배추 등 김치 부속재료 수입까지 덩달아 늘어났다. 자영업 음식점의 90% 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쓰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중국산 김치가 음식점 밥상을 점령한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업계의 집계에 의하면 2018년 기준, 한국산과 외국산 김치 완제품의 평균 제조단가는 ㎏당 각각 2872원과 863원이다.


국내 유통되는 수입 김치가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산 김치가 국산보다 3배 이상 저렴한 셈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서울시내 음식점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 김치 완제품 10㎏을 도매상으로부터 1만2000~1만3000원에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며칠 사이 김치 원산지 물어보는 손님이 많아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산으로 돌리고 가격을 올려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중이다”며 “중국김치도 해썹김치 등 다양한데, 무조건 적으로 중국산 김치 쓰는 식당에선 ‘밥 먹지 말자’라는 논리로 흐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식집을 운영하는 B씨도 “솔직히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국산 김치 쓰다가도 중국산으로 바꿀 판이다. 가격은 2~3배 이상이 차이 나는데, 음식 가격은 못 올리고 하니 고충이 크다. 국산 김치 사용하는 식당도 고춧가루는 중국산을 사용하는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국산김치 안 쓰려면 정부에서 배추, 고춧가루 수매해서 가격조정 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외국처럼 반찬 가격을 따로 받는 것도 아니고, 자영업자만 죽어난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대상 종가집 김치 공장에서 포장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대상그룹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대상 종가집 김치 공장에서 포장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대상그룹

중국산 김치의 영토 확장은 B2B 시장이 주력인 국내 중소업체에게도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이번 불매운동 조짐과 관련해 한편으로는 완제품 김치를 판매하는 국내 대형 식품업체들에겐 중국산 김치 감소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올해 7월을 기점으로 수입김치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통과해야 국내 유통이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부터 수입김치에 대해서도 해썹 품질관리가 의무화된다.


이는 명확한 제조 기준과 엄격한 관리를 통해 국산 김치와의 위생관리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다. 그간 국내에서 생산되는 김치는 해썹이 적용됐지만 수입김치는 기준이 없어 국산김치와 동등한 안전관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중국 김치는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로 수입이 제한될 것이고, 일부 대규모 업체 위주로 재편되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새로 인증을 받은 업체 역시 비용에 대한 부담을 제품에 녹일 수밖에 없어 김치 가격이 뛸 수 있다.


달리 해석하면, 위생에 대한 우려가 줄더라도 외식업자 비용 부담은 여전히 이와 비례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중소 김치 생산업체 관계자는 “중국 현지의 식재료 값이나 인건비 차이, 규모 등을 감안하면 국산 김치의 가격 경쟁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음식을 안심하고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과 생산·판매 업체가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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