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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탐구⑦] 강동원은 언제까지 젊고 잘생겨야만 하는가.


입력 2020.07.28 10:12 수정 2020.08.09 19:33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반도'의 주연 강동원 ⓒ ㈜NEW 제공 '반도'의 주연 강동원 ⓒ ㈜NEW 제공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제작 ㈜영화사레드피터, 배급 ㈜NEW)를 보고 배우 강동원의 쓰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이가 많다. 다른 코너([영화, 이번 주 뭐 볼까] 일단 터졌다, ‘반도’의 장점 그리고 복병)를 통해 얘기한 바 있지만, 이것은 배우의 잘못이 아니다. 이정현의 말처럼 “액션도 감정연기도 잘해서 상대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강동원이다.


액션 되고, 감성 눈빛 되는 강동원의 배우로서의 장점을 십분 살리지 못한 결과이고, 이정현이 목격한 대로 강동원 자신은 현장에서 충분히 표현했으나 스크린까지 ‘배달 사고’가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석’이라는 역할 자체가 배우 강동원이 지닌 매력을 모두 발산하기엔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시나리오가 원하고, 현장이 필요로 한 바대로 연기했는데 호불호가 나뉠 때 배우가 느낄 아쉬움은 관객 그 백배일 터. 그런데 여기에 본질이 아닌 부분까지 보태져 아쉬움을 키운다면 그 속이 어떨까. 지난 6월 16일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열렸을 때 강동원은 여전히 멋진, 그리고 적당히 청춘의 아이콘에서 벗어난 차림 소위 ‘댄디룩’(아주 깔끔하고 세련되게 차려입는 패션 경향)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선 ‘회사 아저씨’로 평가절하됐고, 강동원은 저녁 행사에 앞머리를 내리고 보다 ‘에지’있는(두드러지게 돋보이는) 모습으로 섰다. 당연히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춰 오전, 오후의 스타일을 바꾼 것이어도 댓글을 수용한 결과가 됐다.


대중예술인이 대중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맥락에서 대중이 현재 시점에서 배우 강동원에게 바라는 지점을 충분히 수렴해 영화 ‘반도’ 속에서 ‘정석’ 캐릭터에게 좀 더 많은 역할을 수행케 하고, 적어도 한두 장면에서는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처럼 빛나게 연출할 필요가 있다.


‘형사 Duelist’ 스틸컷 ⓒ 배급 코리아픽처스 ‘형사 Duelist’ 스틸컷 ⓒ 배급 코리아픽처스

동시에, 이제 우리가 배우 강동원을 바라보는 포인트를 바꿀 때가 됐다. 지난 2003년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이래, ‘그녀를 믿지 마세요’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이후, 그가 우리를 적어도 연기력으로 실망케 한 적이 있었나. 우선 ‘늑대의 유혹’으로 대한민국의 여심을 사로잡았다. 불과 데뷔 2년 만에 ‘형사 Duelist’에서 ‘슬픈 눈’ 역을 너무나 인상적으로 소화했고, 그것은 2년 뒤 이명세 감독과 다시 만난 ‘M’을 통해 대체불가 배우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전우치’에서는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이번 ‘반도’의 관객 가운데 ‘전우치’와 비교하는 이가 많은데, 그것은 11년의 세월을 무시한 평가가 아니다. 배우 강동원이 지닌 내공과 액션 DNA를 알기에 토해내는 아쉬움이다. 전우치로 분한 강동원은 그 기다란 팔과 다리로 액션만 하지 않았다, 얼마나 능청스럽게 또 얼마나 멋들어지게 최동훈 감독의 화면 안에서 휘몰아쳤던가 말이다.


'전우치' 스틸컷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전우치' 스틸컷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의형제’에선 송강호, ‘검은 사제들’에선 ‘전우치’에 이어 김윤석과 다시 한번 호흡하며 좋은 선배들의 기를 흡수했고. ‘검사외전’에선 느물느물 천하의 황정민을 쥐락펴락했다. ‘1987’에는 특별출연인데 주연 같은 인상을 남겼고, ‘골든슬럼버’에서는 톱스타 배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보여 주었다.


데뷔 18년 차, 이토록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좋은 이력을 쌓아 왔는데 왜 강동원은 아직도 패션·헤어 스타일로 군소리를 들어야 할까. 여느 배우들처럼 연기력만으로 평가받을 순 없을까. 물론 남다른 신체비율, 유난히 작은 얼굴에 유난히 긴 팔다리가 큰 신장과 어우러졌으니 특별한 기대를 품게 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배우 강동원을 오래 보기 위해선 자연 시간의 흐름에 맞춰 편안히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가 아껴줘야 한다.


‘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렸던 배우 박근형은 오랫동안 대중의 곁을 떠나지 않고 안방극장을 통해 본인이 나이 드는 모습을 계속 보여 줬다. 오랜만에 만났을 때 그 변화에 민감한 것이지 어제도 오늘도 보면 잘 모른다. 지금이야 배우의 예능 출연이 당연하지만, ‘아무 일’이 아니었던 시대에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가 ‘꽃보다 할배’ 출연이 가능했던 이유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방영 초반, 시청자는 배우 김희애의 인간적 변화에 놀랐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변함없는 ‘무서운 연기력’을 확인하며 우리의 눈은 김희애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았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김수현에게서도 입가 주름이 보이더라. 아, 드디어 ‘별에서 온 그대’ 외계인이었던 그가 사람이 되었구나, 친근함이 부쩍 커졌다.


'반도'의 민정과 정석(오른쪽) ⓒ ㈜NEW 제공 '반도'의 민정과 정석(오른쪽) ⓒ ㈜NEW 제공

영화 ‘반도’ 후기 중에 “강동원 위에 이정현 있다”는 글귀를 보았다. 적절한 표현이다. ‘엄마전사’는 돋보이기에 좋은 역할이고 배우 이정현은 훌륭히 소화했다. 그리고 강동원은 작품의 주연으로서 이정현과 이레, 이예원이 연기한 모녀를 구하고 영화를 든든히 받쳤다. 여성 캐릭터를 빛나게 하고 주도적 모습으로 그린 것은 연상호 감독의 의도일 수 있고, 최근의 젠더 감수성에 맞는 선택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평가가 강동원에 대한 저평가 또는 비판으로 읽히지 않는다. 필자는 오히려 강동원의 새로운 출발점을 보았다. 김정화(드라마 ‘1%의 어떤 것’), 김하늘(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 이나영(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송혜교(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함께하는 여성 배우를 돋보이게 한 게 ‘반도’가 처음도 아니거니와. 모든 작품에서 본의든 그렇지않든 유난히 빛나던 ‘별’ 강동원이 이제 땅으로 내려와 다른 배우들을 받쳐 주는 것은 배우로서의 앞날에 의미가 크다.


배우 강동원 ⓒ ㈜NEW 제공 배우 강동원 ⓒ ㈜NEW 제공

강동원이 영화 ‘가려진 시간’ 당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제 강동원 하나로 영화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그게 맞다고 말하는데 투자와 제작하시는 분들이 들어주질 않으시네요. 저 편하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렇게 가는 게 작품을 위해서나 영화산업을 위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4년 전이다. 어쩌면 그는 그 이전부터 정답을 알고 있었고, 드디어 ‘반도’를 기점으로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이제 우리만 강동원을 패션의 아이콘에서 놓아 주면 된다, 진정한 배우 강동원으로 바라보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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