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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너의 얼굴은] 이토록 현실적인, 한예리


입력 2020.07.21 13:51 수정 2020.07.21 13:52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아는 건 별로없지만) 가족입니다'서 은희 역

극 이끄는 중심축 맡아 매끄러운 연기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tvN '(아는 건 별로없지만) 가족입니다' 한예리.ⓒtvN tvN '(아는 건 별로없지만) 가족입니다' 한예리.ⓒtvN

"세상이 욕망 없고 평범한 사람들을 한심해해서, 스스로 수치심을 느껴야 하나 고민하다가 욕망 없이 사는 걸 목표로 정했어요. 그럼 욕망도 있고 목표도 있는 건가요?"


종영을 앞둔 tvN '(아는 건 별로없지만) 가족입니다' 속 한 장면이다. 출판사 대표 건주(신동욱 분)가 은희(한예리 분)에게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긴 하냐"며 목표와 욕망이 있는지 묻자 은희가 답한 말이다. 한예리는 이 현실적인 대사를 담담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뱉었다.


드라마에서 한예리는 집안의 둘째 딸 은희 역을 맡았다. 갖가지 사연이 들어간 은희네 가족은 여러 사건을 마주한다. 엄마의 졸혼 선언, 아버지의 사고, 언니의 이혼, 동생의 가출 등. 은희는 이 모든 사건을 직접적으로 겪는데 이 과정에서 돋보이는 건 한예리의 얼굴이다. 한예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겪었을 법한 가족 내 현실적인 갈등을 다채로운 얼굴로 빚어낸다. 화냈다가 슬펐다가 또 기뻤다가 환하게 웃었다가 순수한 아이 같다. 은희의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맑은 얼굴로 드러낸다.


얼굴엔 따뜻함도 묻어난다. 언니 은주(추자현 분)의 아픔을 위로할 때, 오랜 친구 찬혁(김지석 분)의 트라우마를 보듬어줄 때는 함께 울어주는 공감의 힘의 얼굴이 번진다. 한예리가 걱정해주는 얼굴을 하면 나 역시 위로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가 지닌 매력적인 얼굴의 힘이다.


tvN '(아는 건 별로없지만) 가족입니다' 한예리.ⓒtvN tvN '(아는 건 별로없지만) 가족입니다' 한예리.ⓒtvN

은희는 한예리의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캐릭터다. 은희는 배려왕이란 별명답게 힘들어하는 누군가 앞에서 고민 상담가가 된다. 자기의 시간을 선뜻 내주며 양보하는 게 편하고, 웬만한 일은 호탕하게 웃어넘기며 진짜 원하는 건 내 것이 아니라고 포기하며 살았다. 마음이 약해서 사람을 잘 믿고, 잘 휘둘린다. 누가 보면 줏대 없이 보일지 모르지만 은희는 착하고 맑은 사람이다. 한예리의 얼굴이 주는 분위기와 딱 들어맞는다.


은희는 또 자기 마음보다 남의 마음을 살피는 데 더 익숙하다. 오랜 친구 찬혁의 마음을 이제야 받아준 것도 이 때문이다. 진정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성격 때문에 찬혁의 마음을 알면서도 밀어냈다. 찬혁 앞에서 선 은희는 오롯이 은희가 된다. 한예리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고 한걸음 뒤로 가는 은희를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연기했다. 무언가 말할 것 같지만, 이내 참고야 마는 마음이 얼굴에 스친다. 그러다 찬혁과 연인이 됐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으며 진짜 은희로 돌아온다.


한예리는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다. 인터뷰에서도 인정했다. 하지만 한예리만의 묘한 매력은 얼굴에 가득하다. 동양적인 얼굴은 어떤 배역을 입혀놔도 도화지처럼 흡수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침착하고 강단 있는 목소리는 얼굴, 성격과 잘 어울린다.


공교롭게도 한예리는 이번에만 세 번째 은희 역이다. '최악의 하루'에선 세 명의 남자를 만난 은희를 만나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더 테이블'에선 고군분투하는 은희의 얼굴을 그려냈다. 이번에는 서툴러서 더 정이 가는 은희였다. 평범하면서 현실적인, 그래서 더 기대고 싶은 한예리의 얼굴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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