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지킨다" 달라진 산은, 여론 압박 이겨낼까

부광우 기자

입력 2017.06.21 10:21  수정 2017.06.21 10:23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 시 현 경영진 퇴진"…박삼구 회장에 최후통첩

스스로 원칙 뒤집으며 대우조선 추가 지원한 몇 달 전 모습과 대조

노동자들·文 대통령 반대 여론 대응 관건…이동걸 회장의 승부수?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원칙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못 박으며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투입 결정 당시,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던 원칙을 스스로 뒤엎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데일리안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원칙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못 박으며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투입 결정 당시,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던 원칙을 스스로 뒤엎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싸고 노동자들이 거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낸 바 있어 산은이 앞으로 이 같은 여론을 어떻게 이겨낼 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거취가 불안정한 이동걸 산은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21일 산은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전날 주주협의회를 열고 더블스타와의 매각 무산 시 박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대한 퇴진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상표권료를 문제 삼으며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을 끌고 있는 박 회장에게 날린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금호산업과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요율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두 회사가 요구하는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요율 차이는 매출 대비 0.3%포인트다. 금호산업은 상표권을 사용하는 대신 매출의 0.5%를 요구하고 있고, 더블스타는 0.2%까지만 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경영 악화의 책임이 현재 경영진에 있다고 추궁하면서, 상표권 문제 등으로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그룹과의 거래관계까지 전면 재검토할 것이며 추가적인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특히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 추진의 목적은 사주의 경영권 유지나 회복이 아닌 기업 자체의 정상화 달성을 통한 유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원칙론을 강조하는 산은의 모습은 올해 초만 떠올려 봐도 전향적이란 평이다. 산은은 지난 3월 한국 수출입은행과 함께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중심이었던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를 두고 말이 많았던 이유는 산은이 2015년 처음으로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때 추가 지원은 절대 없을 것이라던 공언을 스스로 뒤엎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로서 대우조선 부실의 책임을 막지 못한 책임론과 함께 원칙마저 깼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산은이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해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이상, 앞으로 관건은 여론이 될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민주노동자회는 지난 15일부터 금호타이어의 부실 해외매각을 막아 달라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한 상태다. 노동자들은 경영진과 채권단의 갈등으로 금호타이어 졸속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권을 발동해 사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해외자본에 매각해 부실대출과 경영 정상화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산은을 정조준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중국 자본 더블스타가 경영능력이 확인되지 않은데다 자본구조도 취약해 먹튀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고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는 이유는 문 대통령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금호타이어가 호남 지역 대표 기업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과의 협치를 위해 계속해 손을 내밀고 있는 입장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1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로 매각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용보장과 먹튀 논란을 직접 언급하며 채권단의 신중한 매각 판단을 요구했다. 이는 제 2의 쌍용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염려와 호남 민심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산은이 내보인 강경한 모습을 두고 일부는 이동걸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평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산은의 수장인 탓에 교체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원칙론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란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새 정부의 금융권 인선이 늦어지면서 국책은행인 산은도 뒤숭숭한 분위기"라며 "금융권의 대표적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까닭에 자리를 지키기 힘들 것이란 평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회장이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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