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 설욕탄 장전, 쑤안 빈·알메이다 ‘다 나와’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6.08.10 18:24  수정 2016.08.10 21:25

10m 5위 수모 딛고 올림픽 3연패 조준

금-은-동메달리스트 모두 출전 '설욕탄'

진종오가 50m 권총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 게티이미지

진종오(37)가 올림픽 3연패와 함께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진종오는 10일(한국시각) 오후 9시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열리는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50m 권총 본선에 나선다. 60발을 쏴 상위 8위에 들면 자정부터 결선(20발 서바이벌)을 치른다.

무난히 결선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진종오는 한국 선수 최초의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진종오는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한 최강 총잡이다.

하지만 리우올림픽에서 와서 치른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는 139.8점으로 결선 5위에 그쳤다. 베트남의 호앙 쑤안 빈(42)이 베트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0.4점 뒤진 브라질의 우 펠리페 알메이다(24)가 은메달, 낯익은 중국 팡웨이(30)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스스로도 충격을 받은 듯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10m 권총이 진종오의 주종목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담이 커진 것일까. 2012 런던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차지했던 김장미는 10일 탈락하면서 진종오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담감을 안고 있었음을 밝혔다. 부담도 부담이었지만 바뀐 대회 방식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을 것 같은 진종오에게는 큰 영향을 미쳤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사격 종목에서는 선수들의 리듬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조용히 관전하는 것이 기본적 매너로 당연시됐지만, ISSF(국제사격연맹)은 흥행을 위해 응원을 권장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진종오가 쐈던 올림픽 슈팅센터의 소음은 흥미 수준을 넘어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축구장에서나 볼 수 있는 부부젤라, 휘슬을 부는 관중까지 나타났다.

격발 직전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다. 물론 브라질 선수가 격발 준비를 할 때는 숨을 죽이고 지켜본 뒤 표적에 닿은 직후 함성을 내지른다. 응원이 아니라 방해 수준이다. 또 먼저 격발을 마친 선수가 자세를 풀면 여지없이 함성이 나온다. 더 집중해서 쏘려는 선수들은 그때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된다.

선수가 바뀐 룰에 따라야 하는 것은 맞다. 이에 대비해 사격연맹도 격발 시 음악을 틀고 하는 등 나름의 대비를 했다. 하지만 총을 들고 과녁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발사하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결정적 순간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본선 점수를 삭제하고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결선 점수만 놓고 따지는 서바이벌 방식은 이변을 촉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진종오를 비롯한 기존 강자들로서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환경이다.

진종오는 2008 베이징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 50m 권총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 게티이미지

하지만 진종오에게 두 번의 실수는 없다. 50m 권총이다. 세계랭킹 4위인 10m 공기권총과 달리 50m 권총은 세계랭킹 1위다. 진종오가 이날 금메달을 따면 세계 최초로 올림픽 사격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된다.

진종오는 2008 베이징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 50m 권총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진종오는 이 부문 본선 세계 최고 기록(583점·2004년)과 결선 세계 최고 기록(200.7점·2013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50m 권총에는 10m 공기권총 메달리스트들도 모두 나서 한 번에 설욕을 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박충건 감독 지도를 받아 베트남에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호앙 쑤안 빈은 2관왕을 노린다. 은메달을 딴 우 펠리페 알메이다는 소음을 일으키는 브라질 관중들의 ‘협조’ 속에 쏘고, 팡웨이는 진종오가 늘 라이벌로 꼽는 위협적인 상대다. 공기권총 10m에서 예선탈락하긴 했지만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올림픽 메달이 있는 김정수(북한)도 출전한다.

하지만 10m도 아닌 50m라면 그 어떤 지도자, 그 어떤 소음, 그 어떤 라이벌도 진종오가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다. 진종오의 올림픽 3연패는 실패가 아니다. 단지 며칠 미뤄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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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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